[오피니언] 박근혜 퇴진과 트럼프 당선 이끈 '뉴미디어 혁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1-23 16: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장윈링(张蕴岭): 중국 사회과학원 학부위원 제10기, 제11기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위원

[장윈링(張蘊嶺]

아주경제 김태근 기자 = "한국의 '뉴미디어 혁명'"

2016년 10월 24일, 한국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방송국인 JTBC가 박근혜의 '구이미(闺蜜·절친)' 최순실이 내정에 간섭했다는 구체적 증거를 폭로했고 이는 매우 빠르게 박근혜를 무너뜨리는 사회적 조류를 형성시켰다.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은 바로 최순실의 내정간섭에 대한 대국민 사과였고 12월 9일 국회는 박근혜 탄핵안을 가결했다. 불과 1개 월 여의 시간에 한국 정국은 천지가 뒤집힌 것이다.

이 기간 수백만명의 민중이 길거리에 나와서 대규모 거리시위, 촛불집회를 열고 박근혜의 즉각 하야를 요구했다.

국회는 이미 탄핵안을 가결시켰지만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때문에 어지러운 정세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고 법원은 최대한 빨리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는 한국을 오랜 시간 주목해왔고 한국 각계와의 접촉도 적지 않다. 스스로는 한국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같이 눈이 핑핑 돌 정도의 빠른 변화는 분명 이해하기 힘들다.

현재 거의 매일 뉴스가 나오고 각종 해석도 있으며 일부는 그야말로 보기에 전설적 스토리 같다. 최근 한국에서 온 친구를 만났고 이 기회에 그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이것이 사전에 모의하지 않은 '뉴미디어 혁명'"이라고 말했으며 향후 한국정치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매우 갑작스러웠다. 우선 JTBC가 박근혜의 절친인 최순실의 내정간섭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를 폭로했고 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한국의 모든 매체가 주목하는 이슈가 됐다.

JTBC는 소규모 방송사 중 하나였지만 이번 폭로로 시청률이 대폭 올랐다. 이어 수많은 인터넷 1인 미디어가 즉각 폭로 대열에 합류하며 서로 앞다퉈 취재경쟁에 돌입했다. 이는 하나의 대규모 '대중운동'을 형성시켰다.

이들은 밤낮을 쉬지 않고 이 사건을 추적했고 도처에서 활동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새로운 내막을 파헤쳤을 뿐 아니라 심지어 최순실의 내정간섭 외의 다른 자료까지 수집했다. 조사 범위는 대통령의 행적에서부터 인맥관계 및 재벌그룹의 활동 등 대규모로 확대됐다.

한국 스스로 하나의 규모가 거대한 '사건 수사대'를 형성했고, 거의 매일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각양각생의 자료, 증거는 다시 온라인매체에서 반복해서 전재됐고 수많은 대중이 주목하고 개입하도록 만들었다.

한국 친구의 소개에 따르면 과거에도 한국에는 역시 정치적 동요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평화적 방식으로 전국을 휩쓴 일은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과 국가 최고 이익이 연관됐기 때문에 한국의 국가 검찰부문 역시 신속하게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10월 27일, 한국 대검찰청은 특별 검찰팀을 설립해 이번 내정간섭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내정간섭의 주모자인 최순실이 즉각 귀국해 조사에 응하도록 요구했다. 11월 3일에는 최순실에 대한 정식 체포를 비준한 동시에 조사범위를 넓혀 대통령비서 등 일련의 중요 인물을 체포하고 한국의 8대 재벌총수 등 중요 참고인을 심문했다.

이와 동시에 야당 역시 이 기회를 잡고 민중을 동원해 시위활동을 벌이고 촛불집회를 외치며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했다. 동시에 여당 의원 등 다방면의 역량을 집결시켜 대통령 탄핵안을 제기했고 국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번 '뉴미디어 혁명'은 피를 흘리지 않은 대규모 대중운동으로 보인다. 그리고 수많은 민중의 참여와 열정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새로운 온라인 소규모 미디어였다. 비록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이들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뉴미디어는 현재 여론감독, 대중감독의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으며 정치가, 집권자의 공개되고 숨겨진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많은 사람 앞에서 폭로하고 있다. 마치 한국 친구가 말한 것처럼 이번에 일어난 혁명은 향후 한국에서 지도자든 정치가든 관계없이 모두 해내기 힘들다.

인터넷매체의 쇄도는 매체의 성질을 바꿨다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전통매체는 독자, 시청자를 관객으로 여겼고 이들은 전통매체의 객체였다. 하지만 뉴미디어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SNS)으로 관객을 주체로 만들었고 더 큰 흡입력을 가지게 만들었다. 뉴미디어의 위력은 앞서 중동, 중유럽의 '색깔혁명'에서 이미 드러났다.

현재 인터넷은 갈수록 깊이 들어가고 있고 기능은 갈수록 더 커져 사회생활 각 방면에 스며들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매체의 주체는 청년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소셜네트워크미디어 역시 갈수록 많은 중년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심지어 노인까지 참여했다.

얼마 전 있었던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는 뉴미디어를 잘 이용해 기세를 올렸고 큰 성공을 거뒀다. 경선 기간 트럼프는 트위터에 3만3000개가 넘는 게시글을 올렸고 1200만명의 참여자를 이끌어냈다.

반면 힐러리는 주로 전통미디어로 기세를 올렸고 트위터에는 800개가 넘는 게시글만 게재해 참여자 수는 트럼프에 훨씬 못 미쳤다. 전통미디어의 여론조사에서는 거의 모두가 힐러리가 이길 것이라 여겼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세계는 바뀌었다. 한국의 박근혜 퇴진 운동이든 미국 대통령선거든 관계없이 뉴미디어는 이미 '주류의 왕좌'에 올랐다. 이 사실은 인정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적응하느냐의 문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