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에 ‘재고털이’…유통업계, 시름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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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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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오는 27일까지 15개 전 점포에서 '설 선물세트 특별 할인전'을 진행한다. 통상 명절 2~3일 전에 일부 상품을 대상으로 가격 인하를 한 적은 있지만, 명절이 10일이나 남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가격인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아주경제 석유선·김온유 기자 = 설 명절이 사흘 남짓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유통업계는 명절 특수는커녕 지난해 대비 부진한 판매실적에 시름이 깊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소비 위축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여파로 유통업계 전반의 판매 부진이 설 연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백화점 업계의 경우,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사상 처음 작년 대비 명절 매출이 줄었고 롯데백화점도 간신히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2일부터 20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보다 9.1% 감소했다. 품목별로 정육(한우 등 축산물) 매출은 13.2%, 수산물은 12.5%, 청과는 11.8% 급감했다. 2000년 이후 명절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대비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설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한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매출이 작년 대비 3.2% 줄었다. 서울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이 리모델링을 통해 면적을 늘렸음에도, 올 설엔 청탁금지법의 파워에 눌린 셈이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2~20일까지 설 선물세트 실적이 1.3% 증가에 그쳐, 설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설 선물세트 매출 효자였던 한우 세트는 올해는 건강식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한우(-7.6%), 굴비(-18.7), 청과(-6.1%) 등의 매출은 급감한 반면 건강식품(18.1%), 가공생필품(45.6%) 등은 대폭 늘어 저가 쏠림 현상을 반증했다.

이처럼 고가 선물세트의 재고가 쌓이자 백화점들은 큰 폭의 할인을 통한 ‘재고털이’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6일까지 한우, 청과, 굴비 등 설 선물세트 100여 품목, 총 5만 세트 물량을 20~70% 할인 판매한다. 작년 설 대비 할인 품목수를 40% 늘렸다.

현대백화점도 오는 27일까지 15개 점포에서 국산 토종 설 선물세트 81종을 5∼30% 할인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국산 선물세트 판매 촉진을 위해 백화점 마진을 인하하고 협력사들은 판매가격도 낮췄다”며 “택배비, 상품권 비용, 아르바이트 비용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노마진(No-margine)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저가 선물세트가 많아 청탁금지법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 예상된 대형마트업계의 설 매출도 작년 대비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마트 3사는 특히 올 설 연휴 직전 일요일이 의무 휴업일이라 타격이 클 것이란 반응이다. 또한 올해는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과거 고가의 정육·수산 대신 과일 위주 선물세트를 다량 들여온 터라 매출 증대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패션업계도 불황 속 막판 설 매출 증대를 위해 가성비 좋은 선물세트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신성통상의 남성복 브랜드 지오지아는 슈트와 타이·셔츠까지 포함한 정장 세트를 20만원에 판매하는 카카오톡 친구맺기 이벤트를 선보였다. 여성복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와 올리비아로렌 등은 비교적 까다로운 여성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 인기 품목을 설 선물용으로 대거 내놨다.

아동의류의 경우 ‘설빔 세트’로 매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밀리밤은 ‘세뱃돈을 부르는 설빔 스타일링’을 선보였고 한세드림의 컬리수 역시 설빔용 원피스 5종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이라 매출 우려가 컸는데 실제로 업종불문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 연휴 직후 상품권 사용을 촉진하는 세일 등을 통해 만회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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