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박물관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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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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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박물관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박물관은 끊임없이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스스로 정체성을 재정립하며 변화를 선도해야 합니다. 박물관은 그저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곳에서 벗어나, 변화와 변신이 요구되는 새로운 장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관람객들은 박물관에 가면 무언가를 배워 와야 하고, 또한 박물관 관계자는 항상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나는 박물관에 공부하러 간다"는 의식은 박물관을 대하는 최고의 덕목이었습니다.

몇 년 전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동물표본들이 밤마다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은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 2006)라는 영화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일반 역사문화 박물관들도 충분히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관·박물관 등의 내부 카페·식당이 고급화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더 모던'(The Modern)은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으로부터 별 하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입체적이고 총체적 관람’을 통해 박물관 관람의 만족도는 높아집니다. “나는 박물관에 먹으러 간다”는 관념이 우리에게도 절실합니다.

박물관에 가는 이유로 앞서 말한 두 가지를 들 수 있지만, 저는 “박물관에 놀러 간다”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2014년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밥이었고, 1년간의 놀이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달라졌다는 내용의 ‘놀이가 밥이다’라는 연재기사(경향신문)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요된 지식과 고착화된 전달방식이 아니라, 신나게 놀면서 배울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이는 모든 박물관 관람객에게 우선되어야 할 중요한 화두이기도 합니다. 박물관은 놀면서, 쉬면서 위로받을 수 있는 '쉼'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제 박물관은 변해야 합니다. 

제가 "박물관에 근무하기 전에는 일신의 안녕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 기도했고, 박물관장이 되고 난 후에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민속박물관) 기도하다가 최근에는 인류의 공존과 공영을 위해(타문화박물관), 자연생태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자연사박물관), 우주질서의 안녕을 위해(우주천문박물관) 매일 기도합니다"고 하면 사람들 대부분은 피식 웃고 맙니다. 제 기도가 마치 농이 섞인 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는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희망이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초록별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류가 타문화에 대해 다양성과 상대성을 인정하고, 공존과 공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동안 국립민속박물관은 인류공통의 문화요소인 샤만, 혼례, 청바지, 소금, 장난감 등을 조사해 전시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계획입니다. 

인간들은 걸핏하면 동물을 빗대 욕지거리를 합니다. 그런데 동물세계에서 가장 나쁜 욕은 ‘인간같은 놈’일 것입니다. 자신들이 지구의 주인인 양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지구 멸망을 앞당기고 있으니까요.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쓰레기'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이 버린 것들이 인류의 환경과 미래를 얼마나 위협하는지를 가름하고자 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설립 70여 년 만에 ‘제 집’을 짓고 이전한다는 미래계획을 확정했습니다. 또 전국 국·공·사립박물관과 함께 순회전시, 누구나 박물관 큐레이터가 될 수 있는 객원큐레이터제도, 박물관의 정보를 100% 가까이 공개·공유·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수장고 및 정보센터 걸립 등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계획과 운영철학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국립민속박물관의 모든 것을 통째로 가질 수 있을' 때까지 변화와 변신을 거듭하겠습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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