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新시대]트럼프發 강달러 한·중 자본유출 비상… 외환보유액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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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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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발(發) 강달러 현상으로 한국과 중국 금융시장에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달러화 강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달러화 강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공약대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재정 확장 정책을 펼치면 달러화가 강세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신흥국 자본유출 속도가 더욱 가파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외환보유액 3조 달러가 붕괴되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12월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105억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1년 2월 이후 5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015년 12월 말 3조3303억 달러에서 1년 새 9.6%나 쪼그라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중국에 대한 공세를 더욱 높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공언한대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조정할 경우, 양국간 환율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외국인 자본유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1월 말 외환보유액 3조 달러가 무너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중국 당국은 작년부터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개인의 달러 매입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들의 달러 현찰을 이용한 자본 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등 자본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다만 중국 내부에서는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관타오 중국금융40인포럼 고급연구원은 "중국은 굳이 외환보유액을 3조 달러 이상에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면서 "외환보유액 하락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이강 인민은행 부행장도 "중국 외환보유액이 감소세지만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0%에 근접한 규모이며, 2위인 일본보다 2.6배 많을 정도로 여전히 충분하다"고 말했다.

◆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관건

우리나라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트럼프 당선 등의 영향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외화보유액이 최근 3개월 연속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711억 달러로 전월 말(3719억9000만 달러)보다 8억8000만 달러 줄었다. 이는 작년 6월 말(3698억9000만 달러)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 10월 한 달 동안 26억 달러가 감소했고, 11월 들어서는 31억8000만 달러나 줄었다. 석 달간 70억 달러 가깝게 줄어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외환보유액 부족을 대비해 여러 국가들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협상 중이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위안부 소녀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일본이 부산 주한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며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특히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한·중 통화스와프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년 3월 중국 측과 원칙적으로 연장에 합의했지만 정치적 상황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삼아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현재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는 560억 달러로 전체 통화스와프(120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아직 논의만 이뤄졌던 한·일 통화스와프에 비해 현재 체결된 상태인 한·중 통화스와프가 중단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노력을 해서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하고 있지만 (연장 안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며 "합의했으니 그대로 갈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무슨 변수가 있을 지 모르니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미국의 통화정책도 신흥국 자본유출 부추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도 달러화 강세와 자본유출을 부추기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많게는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과 내외금리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노리고 들어왔던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1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열린 강연에서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타당하다"며 "2019년 말까지 매년 2∼3회의 인상을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를 너무 늦게 올리면 지나친 물가상승이나 금융시장 불안정이 개별적으로 또는 동시에 발생하는 불량한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미국) 경기를 새로운 침체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선제적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외환위기 직면 시 필요한 외환보유액은 4473억 달러 수준으로 753억 달러 부족하다"며 "위기 발생 시 내국인의 자본유출과 한국기업 해외현지법인의 현지금융까지 고려할 경우 최소 1000억 달러에서 최대 15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화당국은 아직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다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3개월 동안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미 달러화 강세로 다른 통화로 표시된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며 "37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는 국제기구 등 여러 기준으로 봤을 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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