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촛불집회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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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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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조의연 서울지방법원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9일 박영수 특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판결이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조의연 판사는 판결문에서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의 주요 기준은 범죄사실의 소명과 증거인멸, 도주 우려 등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은 없다고 봤을 것이다. 범죄사실의 소명이 핵심적인 쟁점이었는데, 주목할 부분은 ‘다툼의 여지’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다.

법원이 통상적인 뇌물사건과 다르게 이번 영장실질 심사에 18시간동안 고심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법원은 또 이번 판결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 여론 등을 놓고 충분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고심어린 판결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은 그 대상이 대한민국의 최고 재벌이기 때문이다. 물론 법원이 재벌총수라고 해서 다른 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은 아니더라도 국민감정은 그 부분에서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페이스 북을 통해 "이재용 구속 요청은 ‘여론재판’이 아니다. 이재용이 불구속 상태에 있으면 삼성의 조직적 힘이 작동하면서 실체적 진실이 계속 은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재용은 일개 시민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거대 권력의 수장이다. 특검이 이재용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이재용이라는 시민에 대한 응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직의 수장이 격리되어 있어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조의연 판사는 이상의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한 것은 곱씹을 대목이 있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을 비롯해 야권은 일제히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새누리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영수 특검에 대해서도 응원과 비난이 교차하고 있다.

네티즌과 모티즌들의 반응 역시 크게 엇갈렸다. 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법원을 편드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통일된 의견은 기대난망이었다.

지난해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담화문을 발표했다. 5차 촛불집회에 사상 최대의 인파가 촛불을 들었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의 거취 문제를 국회에 떠넘긴 것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다. 시민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를 12월 3일 열리는 6차 ‘촛불집회의 초대장’으로 불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12월 18일 헌법재판소에 탄핵 심판 답변서를 제출해, 퇴진행동측으로부터 ‘촛불광장 초대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청문회에서도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두고 SNS에서는 ‘촛불집회 초대장’이라는 말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지난 12차 촛불집회는 역대급 한파 속에서도 10만 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이날의 참가 인원수는 1차 촛불집회를 제외하고는 가장 적었다. 더구나 이날 집회는 ‘재벌총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날이어서 관심을 모았지만, 추위와 지속된 집회 피로감 등으로 인해 참가 인원수가 적었던 것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가 주도하는 집회 참석자들은 경찰에 의해 크게 부풀려지고 있는 현상이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물론 그렇게 단정지을 이유는 없다. 

이번 판결도 21일에 열리는 ‘13차 촛불집회의 초대장’이라고 이름이 붙여질 것 같다. 시민들은 벌써 4번째 초대장을 받아든 셈이다.

이날도 추운 날씨가 예보돼 있다. 광화문광장이 다시 촛불민심으로 가득 채워질 지가 주목된다. 보수단체의 집회 규모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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