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위협·국내정치 불안…기업들 '엑소더스 코리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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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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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턴 기업 수.[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문지훈·윤정훈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의 시선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국내 정치.경제 상황이 혼란스러운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표방하는 '자국우선주의' 탓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국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와관련, 일각에선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가 투자와 고용마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그룹 등은 현재 미국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거나 확정지었다.

이들 기업이 미국 투자 카드를 꺼내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의 이른바 '트위터 정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GM과 포드 등 자국내 기업의 멕시코 투자를 압박한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독일기업인 BMW의 멕시코 공장 설립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타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판매할 경우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하거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열린 '2017 CES'에서 "북미 세탁기 생산기지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미국 내 가전공장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지난 17일 외신기자들과 만나 올해부터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저장장치 업체인 시게이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 등을 모색 중이다. 이미 미국의 델, HP, 애플 등 고객사에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인 합작 시기와 합작 방법 등은 아직 미정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특수를 맞는 곳들도 있다. 최근 한화큐셀은 미국 2위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와 약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홀랜드 공장에서 쉐보레의 순수 전기차 '볼트EV'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LG화학은 작년 말 직원 100여명을 추가로 늘리는 등 공장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것과 달리, 해외에 위치한 생산기지를 국내 본토로 옮겨오는 기업들은 갈수록 줄어들는 추세다.
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이동하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은 2013년 37개에서 2014년 16개, 2015년 5개로 줄었다. 지난해에도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액도 지난 10년간 4배로 확대된 반면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는 1.6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 확대가 가뜩이나 움츠러든 국내 고용시장 위축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한 제조업체 대표이사는 "그동안 꾸준히 경력직원들을 채용해왔는데 대부분이 해외 근무 직원"이라며 "경영 전략에 따라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 정세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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