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차이나 아카데미] 중국의 진정한 위기 "6억명의 'I족'…싱글놀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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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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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자녀 정책의 폐해…극단적 이기주의의 '어린 황제들'

  • 경쟁없이 자란 갑부2세들…민영기업들의 '승계위기' 초래

  • 국가사회 윤리 도덕성의 '싱크홀' 현상…'블랙홀' 초입에 서있는 중국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1980년 9월, 앞으로 모든 부부는 한 자녀만 낳을 것을 당중앙에 교시하고 '1가구 1자녀'를 법제화하여 강력히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1982년 9월, 1가구 1자녀 정책을 기본국책으로 확정한 중국은 그해 12월 헌법을 전면 개정해 가족계획을 헌법조문화했다(중국헌법 제25조, 제49조, 제89조).

덩샤오핑의 신의 한수, ‘먼저 부자가 되라’ 는 '선부론(先富論)'을 한층 더 풀어 표현하자면, ‘놀부 우선복원작업’이다. 우선 놀부가 한명이라도 생겨나야지 열명의 흥부들도 주걱에 붙은 밥풀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1가구 1자녀 정책은 인구증가를 억제하고 놀부들을 복원시키는데 기여했다. 그렇지만 중국 대륙에는 수억 명의 외둥이, '어린 황제'들이 자라나게 되었다. 이른바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출생세대),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이후 출생세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이후 출생세대)로 불리는 그들은 1980년부터 시행된 1가구 1자녀 정책에 의해 태어난 신 중국의 신세대들이다. 한족(漢族) 가족일 경우엔 한 쌍의 부부와 한 자녀, 즉 '한지붕 세식구'를 뜻하는 '삼구지가(三口之家)'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한 가구당 한 자녀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졸업 때가지 학비를 면제해 줬지만, 두 자녀 이상에 대해서는 10% 감봉과 벌금 부과, 승진의 제한 등 불이익을 주었다. 산아제한 법규가 가장 엄격한 내륙지방의 몇몇 성(省)에서는 세상에 태어난 둘째 아이한테는 양식을 지원해주지 않았을 뿐더러 호적에도 올릴 수 없는 '사생아' 취급을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동 중 외둥이들이 99%를 차지했다.

오늘날 중국의 어린이들은 동생도 형도 언니도 누나도 없다. 거의 모두 외동딸 아니면 외동아들이다. 그들은 모두 외로운 어린 황제인 셈이다. 중국의 전통 대가족 제도가 현대화와 중국식 사회주의 건설의 구호 아래 무너지고, 이제 그 뿌리조차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외둥이들은 자연히 과보호를 받고 응석받이로 자라서, 자연히 자기중심적이 되어 버릇없이 자랐다. 

중국 친구의 집을 방문할 때면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많다. ‘어린 황제’가 아무리 장난을 심하게 쳐도 부모가 나무랄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가정에서는 어린애 하나가 여섯 어른, 즉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외할머니·외할아버지 손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른들은 서로 다투듯이 아이에게 달려들어 옷을 입혀주고, 세안을 시키며 밥을 먹여주는 등 어린 애 하나를 둘러싸고 어쩔 줄을 모른다. 중국의 아이들이 옛날 황제 같은 생활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어른들의 지나친 사랑과 과보호로 제멋대로 자라나는 어린 황제들의 정신세계는 자기만 아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등교시간이면 초등학교 문 앞에서 웅성거리는 어른들의 수가 학생의 수보다 많다.

집집마다 외동딸이며 외동아들인 그 아이들이 형제의 우애가 무엇인지 모르고 자기만을 중심으로 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는 것을 보면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형이 무엇이고 동생이 무엇인 줄 모르는 아이들이 작은 아버지·고모·이모를 알 턱이 없고, 더구나 조카란 존재를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어린 황제들은 이상적 사회주의 윤리의 핵심인 협동과 봉사와 이타를 교과서에만 배우고 있다. 가정은 원자(原子)화되다시피 해, 그들에게는 사회주의 도덕관을 체득하는 게 난해한 미적분을 풀거나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해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됐다.

강력한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은 중국의 인구증가를 억제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하지만 정반대로 어쩌면 ‘어린 황제’ 문제가 중국사회주의의 전역에 폭발적인 대변혁을 내장하고 있는 시한폭탄일 수도 있다. 중국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관에 엄청난 변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1가구 1자녀 정책이 앞으로 몰고 올 대변혁의 폭과 깊이는 아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남을 것이다.

'사람(人)'의 '사이(間)'라는 뜻의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어는 씹을수록 맛이 깊다. 그러나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중국에는 사회적 사람으로서 의미의 인간이 사라졌다. 지극히 이기적인 '人'과 '人'만이 있을 뿐이다. ‘人’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의미를 형상화하는 글자로 풀이될 경우 중국의 외둥이들은 ‘人間’ 또는‘ 人’보다는 고립되고 원자화한 6억의 ‘Ⅰ(나)’라 해야 할 것 같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의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공자 말씀이나,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 말씀까지는 아니더라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단순 소박한 표현, “입장 바꿔 생각해봐” 라는 의미조차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중국 외둥이의 수는 얼마나 될까?

특히 1가구 1자녀 정책의 폐해로 인한 민영기업 오너 2세들의 리스크가 불 보듯 뻔하다.  1가구 1자녀 정책은 물려줄 재산이 거의 없는 가난한 집안의 경우라면 1자녀에게 고스란히 물려 줄 수 있어 다행일 수 있을지 몰라도 천문학적 금액의 개인 자산을 가진 민영기업가들은 승계 위기에 직면했다.

자녀가 여럿이면 똑같이 n분의 1로 나눠 주든지, 제일 실한 자녀를 후계자로 선정하여 주력기업을 물려주고 나머지 자녀들에게는 여타 계열사를 적절히 배분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1가구 1자녀 정책은 선택의 여지를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외둥이는 가정내에서는 경쟁을 모르고 자랐다. 경쟁없는 사회나 국가는 죽은 거나 다름없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최대의 신흥갑부 밀집지역인 저장성 정부 산하의 한 연구기관은 최근 저장성 성인 남녀 갑부 2세 500여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기업 승계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런데 응답자의 20%만이 부모의 기업을 승계하겠다고 답한 반면 60%가 부모의 기업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으며, 나머지 약 20%는 아직 결정한 바 없다고 답했다.

더군다나 부모의 기업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응답자 가운데 지분만 승계 받고 경영은 하지 않겠다는 '얌체형' 갑부 2세가 대다수였으며, 부모와 다른 업종, 금융이나 IT업종을 새롭게 창업할 것이라고 답한 '진취형' 갑부 2세는 극소수였다. 부모의 기업을 승계하겠다는 갑부 2세라도 좀만 들여다보면 소위 '싹수' 있는 자는 극소수이고, 정도의 차이일 뿐 대부분 오십보백보 싹수없는 ‘싱글놀부’ 무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2015년 9월에서야 1가구 1자녀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1가구 2자녀 정책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아무리 늦어도 10년 전부터 ‘놀부복원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I’에서 ‘人’으로. 다시 ‘人間’으로 복원하는 인간복원사업에 나서야 했다.

중국의 미래는 이들 35세 이하의 ‘I족’, 6억의 ‘싱글놀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이미 중국인 개개인, 개체별 인간성과 중국 국가사회 전반의 윤리 도덕성에 어마어마하게 큰 '싱크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싱크홀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어쩌면 지금 중국은 G2' 시대의 휘황한 빛을 일순에 빨아들이는 블랙홀 초입, 백척간두보다 훨씬 위험한 ‘억척간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 참고서적 : 강효백, 「중국의 슈퍼리치」, 한길사, 2016.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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