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김성호 핸드픽트 호텔 대표 "'한국판 위스호텔'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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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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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핸드픽트 호텔 대표는 "호텔이 지역 문화로 살며시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사진=기수정 기자]

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명동, 광화문 일대에 위치해 있어 관광객의 이동이 편리하다. OOO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다.”

'위치와 객실 수'. 서울에 둥지를 튼 많은 비즈니스 호텔들이 강점으로 꼽는, 그리고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보기 좋게 비웃는 호텔이 있다. 바로 지난해 상도동에 문을 연 핸드픽트 호텔이다. 이용객이 흔히 선호하는 서울 중심지가 아닌, 오래된 다가구 주택이 밀집해 있는 주거지역에 터를 잡았고 객실은 43개에 불과하다. 글로벌 체인 브랜드도 아니다. 그런데도 지역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알찬 부대시설과 호텔이 하나의 ‘문화’로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기를 바라는 바람, 지역과의 상생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는 열정을 가진 김성호 핸드픽트 호텔 대표의 노력 덕에 호텔은 개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

김성호 핸드픽트 호텔 대표는 “일상생활에서 조금 벗어난 공간에서 또 다른 편안함을 느끼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 호텔이 바로 그런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호텔, 지역 문화의 한 부분으로 녹일 것 

상도동은 김성호 대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더구나 핸드픽트 호텔 부지는 그가 살던 집터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공간은 허물었지만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아련한 유년시절의 추억, 그의 꿈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 호텔을 지었으니 그 애정은 감히 가늠할 수가 없을 것이다. 

김성호 대표는 이곳을 브루클린의 위스호텔(Wythe Hotel)처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위스 호텔은 2012년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의 황량한 폐공장 지대에 들어섰다.

호텔이 들어선 지 5년이 지나고 지역 일대는 놀라울 정도로 변화했다. 거리에는 트렌디한 상점이 하나 둘씩 생겨났고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으면서 마침내 지역이 활기를 찾아 나갔다. 

김성호 대표는 상도동이 발전하는 데 좋은 매개체가 돼 주는, 그런 역할을 핸드픽트 호텔이 하길 바랐다. 

그는 상도동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어렸을 때부터 봐온 건물들이 여전히 있는 이곳, 즉 변화의 속도가 느린 이곳을 살기 좋은 동네로 발전시키겠다는 염원을 담아 과감히 이곳에 호텔을 지었다. 

김 대표는 "많은 관광객이 뉴욕을 찾지만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숙소를 잡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호텔이 지역 문화로 살며시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50실 미만으로 최초 특2급…핸드픽트만의 ‘콘텐츠’ 인정

핸드픽트호텔은 국내 관광호텔 최초의 벤처기업이다. 객실 수는 43개에 불과한데도 특2급 호텔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방을 파는 공간으로서의 호텔이 아닌, 이곳의 '성장 가능성'이 인정받은 것이다.

물론 특2급 등급을 받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더구나 호텔 등급은 하드웨어적인 것과 소프트웨어적인 것이 두루 평가돼 매겨지지만 여전히 수치적인 것에 치우쳐져 있었기에 핸드픽트 호텔을 찾은 한국관광공사 호텔 등급평가위원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김 대표는 프레젠테이션만 세 시간을 진행, 시설은 필요한 것만 갖추고 대신 소프트웨어에 치중했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며 기존 호텔산업의 인식을 깨기 위해 노력한 결과 특2급 등급을 당당히 받아냈다. 

김성호 대표는 "호텔은 진짜 생활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플랫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의식주를 담되 반걸음 더 나아가 “한 번쯤은 이렇게 살아보는 건 어때?”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내가 내 돈을 쓰면서 상당히 불편해지는, 불편한 소비를 하게 해선 안 된다. 고객이 마음을 열고 조금은 다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곳, 그것이 바로 호텔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성장’보다는 ‘안정’에 초점 맞추고 내실 다질 것

2월 13일이면 개관 1년을 맞는 핸드픽트 호텔. 지역민의 재방문율은 지난달 기준으로 42% 늘었고 식음 부분 지역민 수요도 50%나 된다.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개관 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호텔 운영에 큰 활력이 돼 주었다. 

오래된 주거지역이다보니 개보수를 진행하면서 최소 2주정도 호텔에서 묵고 가는 고객,  평일 손자 손녀를 보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 후 주말 만큼은 오롯이 쉬고 싶어서 매주 이곳을 찾는다는 고객 등 의외의 수요가 호텔 성공의 발판을 제공했고 그 결과 개관 8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겼다.

그렇게 이미 성장 가도에 있는 핸드픽트 호텔의 올해 목표는 ‘성장’보다는 ‘안정’이다.

김성호 대표는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고객과 공유해 나가고 '지역과 상생'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상도동은 주택 내 주차장을 가진 낡은 주택들이 많다. 구청과 협업한 가운데 이 주차장을 재활용해 작은 공방을 만들어 소상공인들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면 이곳이 하나의 ‘작은 길’로 탄생해 차후 경리단길, 가로수길 같은 트렌디한 곳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 

김 대표는 "가로수길, 연남동, 상수동처럼 임대료가 오르면서 구도심의 원주민이 내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주, 임대인, 구청과의 3자 계약을 통해 매년 인상폭을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현재 구청과 협의 중이다. 계획이 잘 실현돼 지역 상권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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