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킹' 지루하지 않은 현대사, 스타일리시한 풍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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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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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킹'의 스틸컷 중, 태수 역을 맡은 배우 조인성[사진=NEW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대한민국 역사상, 이 정도 쓰레기들이 있었습니까?”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 분). 그는 어린 시절 검사가 누리는 권력을 목격한 뒤 검사가 되고자 한다. 그는 노력 끝에 서울대에 합격, 검사가 되는 것에 성공하지만, 실제 검사들은 평범하고 오히려 초라한 생활들을 하고 있었다. 샐러리맨 같은 검사 생활을 이어가던 태수는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중, 진짜 대한민국을 쥐고 흔드는 권력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게 된다.

강식은 20대 초반에 사시 패스에 성공하고 노태우 정권 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목포를 평정한 실세 중 실세. 권력의 정점인 검사장 후보 강식은 성폭행 사건을 덮어주는 조건으로 태수를 전략부로 영입한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태식은 진짜배기 권력을 쥐게 되고 무서울 것 없이 세상을 즐긴다. 최고급 펜트하우스에서 파티를 열고 유명 연예인과 사귀며 대한민국의 왕이 된 듯 무소불위 권력을 즐기던 태식은 정권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게 된다.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제공 배급 NEW)은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대한민국 깊숙이 자리한 권력자들의 도덕적 타락 및 사회적 계급에 대해 조롱하고 비판한다. 독특한 점은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승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모순을 들춰낸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가해자에게서 비롯되는 이야기 전개는 신선하고 또 다른 시각들을 짚어낸다. 상위 1%의 프라이빗한 공간인 펜트하우스 신이 그 예다. 여타 작품들이 지하세계의 권력을 보여주었다면, ‘더 킹’은 화려한 지상 세계를 통해 ‘더 킹’만의 권력을 선보인다.

“대한민국처럼 권력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라는 답답함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한재림 감독의 말처럼, ‘더 킹’은 사회적 부조리를 영화적 판타지와 결합시켜 신랄하게 비판하고 조롱한다. 권력을 좇던 태수가 타락하는 과정은 한재림 감독 특유의 연출력으로 더 역동적이고 해학적으로 해석된다. 캐릭터들이 적재적소 던지는 대사들은 현 시국과 딱 맞아떨어지며 관객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안긴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강식과 태수가 차기 대통령 후보를 점치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는 장면.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검사들이 무당에게 의지하는 장면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맞물리며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기도 했다. 현 시국을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1980년 전두환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까지 이어지는 30년 현대사의 계보와 비극들은 다양한 영상 기법으로 직접 영화에 삽입된다. 이는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하고,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더 킹’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같은 현대사 계보와 태수의 일대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하지만 한재림 감독은 특유의 리듬감을 유지하고 화려한 편집 기법을 통해 영화적 재미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거기에 클래식하고 화려한 공간, OST는 클래식하면서도 경쾌한 맛을 살리며 영화적 재미도 훌륭하게 전달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인상 깊다. 무소불위 권력을 좇는 태식 역의 조인성은 9년간의 공백을 말끔하게 걷어 내버렸고, 한강식 역의 정우성은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악역’의 결을 살려내는 것에 성공했다. 배성우는 늘 그렇듯,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로 영화를 뒷받침해주며 류준열 역시 조인성과 합을 이뤄 좋은 결과를 끌어냈다. 1월 18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34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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