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우는 서민들…“1만원으로 뭘 살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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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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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주·담배 등 불황상품도 1만원으로 사기 힘든 시대

  • 맥주·라면 등 생필품 가격 상승에 소비자 불만 폭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민생물가점검 회의에서 "신선 채소를 중심으로 공급을 평시 대비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대대적 농산물 세일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현저히 낮추겠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요즘 1만원 들고 시내에 나가면 밥 사먹기도 힘들다. 식당에서 소주 한병 시키려 해도 5000원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내 월급만 그대로인 것 같다.”

지난해 말부터 맥주, 계란 등 각종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서민들 지갑이 더 얇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부진이 겹치면서 라면·소주·담배 등 이른바 ‘불황형 상품’은 더 이상 서민의 주머니 돈으로 구입하기 힘든 수준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특히 소주는 일반음식점에서 최고 5000원, 담배는 4500원으로 1만원에 살 수 있는 상품이 갈수록 줄고 있다.

정부부처 장관이 모여 물가를 점검·관리하는 물가관계장관회의를 4년만에 개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생필품과 공공요금 고공행진…“아껴야 산다”

17일 통계청 가계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2인 이상 가구 월 평균 소득은 444만5435만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3분기(441만6469원)보다 불과 0.65% 늘어났다. 사실상 제자리인 셈이다.

근로자 2인 이상 가구를 따로 봐도 1년 새 월 소득은 486만1702원에서 494만2837원으로 1.66%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서민 체감 물가 상승률은 정부 공식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2016년 12월 기준)에 비해 훨씬 높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계란(특란)은 한판(30알) 평균 소매가가 8960원으로 평년(5539원)보다 61.7%나 비싸다. 갈치는 한 마리에 9759원, 마른오징어는 열 마리에 2만8534원으로 평년보다 각각 21.2%, 20.1% 올랐다.

쓰레기봉투·하수도·영화관람·외식가격 등 서비스 물가는 더 팍팍하다. 서울시 하수도 요금은 올들어 평균 10% 올랐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월 4180원을 냈는데, 올해부터 420원 많은 4600원을 낸다.

대표 서민식품·불황형 상품으로 꼽히던 소주(14.3%)는 지난해 가장 물가 상승률이 높은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말과 지난해에 걸쳐 하이트진로, 보해양조 등이 잇따라 소줏값을 인상하자, 이를 내놓는 음식점들은 더 큰 폭으로 값을 올렸다.

서울 등 수도권 일반음식점은 소주 한 병당 5000원, 이외 지역은 4000원을 받는다. 순대국밥 등이 평균 7000원으로 볼 때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시키면 1만원이 훌쩍 넘는 셈이다.‘

김밥 가격도 1년 새 전국적으로 평균 7.2% 정도 뛰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김밥 1인분 평균 가격이 3400원에서 3731원으로 9.7%나 올랐다.

서민이 분식집에서 김밥으로 한 끼를 때우거나, 선술집에서 소주 한잔으로 시름을 달래는 일조차 버거워지고 있다.

영화관람료도 지난해 좌석별 가격 차별제가 도입되면서 사상 처음 평균 8000원대에 진입했다. 주말에는 1만1000원은 줘야 제대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 “현재 물가 상승은 지표로 판단해서는 안 돼”

서민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생각보다 어려워지는 것은 물가가 갑작스럽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 사회적 불안감과 함께 일제히 가격이 오르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단순히 물가 지표만으로 시장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전반적 유통구조 개선과 품목별 수급 안정 대책,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산품 작황이나 유가 상승 등 요인도 있지만, 행정적 차원에서 정부가 신경을 쓰지 않아 가격이 오르는 면도 있다”며 “경기가 침체해도 생필품 수요가 있어 생산업자들은 기회만 되면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에 불과하지만, 체감물가 상승률이 이보다 훨씬 높으면 결국 사회적 약자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물가 상승률이 1%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체감물가가 높다는 것”이라며 “체감물가 상승은 서민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저소득층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통과 물류 시스템을 개선해 사전 수입 등으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반복되는 AI 사태와 각종 가축 질병 바이러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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