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송상종 피데스운용 대표 "베트남 투자 모델은 25년 전 한국"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1-16 10: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단순합니다. 베트남 산업 수준은 25년 전 한국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당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업종, 어떤 기업에 어떻게 투자했는지가 좋은 투자 모델이 될 수 있죠."

16일 서울 여의도 피데스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송상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 누구보다 일찍 베트남에 진출해 자리를 잡았다.

금융투자업계 최대로 해외투자를 일으켜 온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2016년 4월 대우증권을 사들인 후 "베트남에 투자하라"고 주문했다. 1등 증권사 오너가 말하자 많은 투자자가 베트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데스자산운용 송상종 대표는 이미 2007년 베트남 공략에 나섰다. 베트남으로 눈을 돌린 지 벌써 10년이다.

송상종 대표가 선택한 베트남은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6년 내놓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3%에 달했다. 필리핀(6.0%)과 인도네시아(4.9%), 말레이시아(4.4%)를 비롯해 고성장하고 있는 어떤 아세안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베트남은 정부에서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인구 구조가 좋고, 이미 큰 규모로 외국인 투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 베트남은 수준 높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7월 기준 베트남 인구는 9526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 가운데 35세 미만이 60%에 이른다. 문맹률은 5%에 불과하다.

이미 베트남에는 막대한 외국인 자본이 들어와 있다. 베트남은 2014년 기준 외국인직접투자(FDI) 지수에서 신흥국 14곳 가운데 가장 높은 8.14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8.14배 많은 투자를 받았다는 뜻이다. 2015년 FDI 집행액도 145억 달러(약 17조5000억원)에 달했다.

송상종 대표는 베트남에 대해 "오랜 기간 6~7%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장이 들어서고, 고용이 늘어나고, 소득이 커지는 나라라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보호무역 강화를 예고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송상종 대표는 "트럼프가 세계화 흐름에 제동을 걸겠지만,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며 "베트남이 세계 생산기지로 올라서고 있는 흐름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는 "얼마 전 베트남과 중국 간 국경 분쟁이 있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베트남 외교정책은 특정 국가에 치우치기보다 균형을 유지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송상종 대표는 2007년 처음 베트남에 현지사무소를 연 후 10년 동안 봐 온 베트남인에 대해 한마디로 '실용적'이라고 말한다. 과거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한국인을 싫어할 법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한국 자본에 대한 거리낌도 없다.

물론 베트남 역시 무작정 투자하면 돈을 벌기 어렵다.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한국과 다른 점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증권·부동산이다. 먼저 현지 증권사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송상종 대표는 "베트남 증권사는 통크게 투자하고, 단호하게 빠져나온다"며 "최근에는 모든 보고서를 영어로 작성하고,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세계화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도 우리나라 개발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송상종 대표는 "베트남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지 않아 과거 우리나라처럼 '부동산을 사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라며 "현지 건설사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외국 건설사가 준비 없이 들어가면 실패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투자하기 좋은 업종은 따로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게 철강, 건축자재, 보험이다. 그는 "외국인은 25년 전 우리나라에서 철강과 보험, 특히 포스코와 삼성화재를 많이 샀다"며 "베트남에서는 주택이나 인프라 수요 증가로 철강 판매가 늘고 있고, 소득이 불어나면서 보험 수요도 커졌다"고 말했다.

베트남철강협회가 내놓은 건축용 철강 판매량은 2016년 842만톤에 달했다. 1년 만에 21% 가까이 늘었다. 철강에서 베트남 1위 회사는 HPG다. 2015년 매출이 12억47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2배 성장했다. 순이익도 1억5840만 달러로 2.5배 늘었다. HPG는 우리나라로 치면 포스코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보험업을 보면 수입보험료 총계가 2016년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약 26% 늘었다. 2011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1인당 GDP도 2015년 2100 달러에서 2020년이면 4000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송상종 대표는 국내 개인투자자에게 "현재 베트남 주식은 대부분 주당 가격이 1000원에서 3000원 사이"라며
"멀리 보고 달마다 조금씩 우량주를 산다면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이런 값에 거래되던 우리나라 우량기업 주가가 20여년 만에 얼마나 올랐는지 보면 왜 베트남에 투자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