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보수의 본류로 집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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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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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조기 대선에 대비해 보수의 본류로 빨리 집결하는 게 필요합니다. 보수 지지층에게 간곡히 호소하고 싶습니다."

보전해 지킨다는 뜻의 '보수'. 이 단어를 그는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보수의 적통이자 본류'로 뭉치자는 말은 인터뷰에서 그가 남긴 마지막 한 마디였다. 정의와 민주주의의 기본을 앞세워 새로운 정치를 만들겠다는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다.

판사 출신으로 어느덧 4선의 고지에 오른 주 원내대표에게 올 한 해는 더욱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해 공천에서 배제돼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다시 국회에 들어왔지만, '최순실 사태' 등을 겪으며 어렵게 복귀했던 새누리당을 다시 떠났다. 이제 '제대로' 바른 정치를 한 번 해보겠다며 마음을 다잡는 그다. 그런 주 원내대표를 눈이 내리던 지난 13일 오전,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 "분당은 불가피했던 선택…제대로 된 '바른정치' 해볼 것"

-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보수정당의 '분당'이 실제로 이뤄졌다. 분당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 나는 분당이 불가피하다고 계속 주장했던 사람이다. 벌을 키우다 딴 데로 옮겨가면 아무리 벌을 모아도 낙봉(落蜂)이 생긴다. 새누리당을 수십년째 이어오면서 오래된 당원도 많고, 정을 떼고 옮겨오는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어려움은 충분히 예상했다. 그럼에도 분당이 불가피했던 이유는 2가지다.

우선 새누리당 내에서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인명진 목사가 들어가서도 저렇게 민주적 절차를 못 지키면서 이전투구를 보이고 있지 않나. 소위 정권을 가진 외부 세력이 들어가서도 저러한데,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으로 갈려 싸우면 아무리 정권을 맡아도 정리가 안 된다. 소모전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대선과 관련된 현실적 이유다. 대통령 탄핵이 받아들여지면(헌법재판소 인용) 두 달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선거운동 기간 24일과 실무준비를 제외하면 새누리당은 한 달 안에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 못 만들거나 급조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렇게 되면 보수는 정권을 그냥 넘겨줄 수밖에 없다.

-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다.
= 정치인들 중에서는 소신을 갖고 선택하지 못하고, 팔짱을 끼고 뒤에 서서 눈치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정치 지도자란, 책임있는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대해 유권자에게 이해를 구하고 한 발 앞서가야 한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다수를 따라가자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비겁한 행동이다. 새누리당은 우리를 보고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세월호 선장'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세월호 선장'처럼 당에 남아있으라는 건 답이 없다. 그거야말로 무책임하고 기득권에 기대는 것 아닌가. 보수가 기댈 구조선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근거없는 비난을 하는 것은 참 실망스럽다. 되레 분당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 결과적으로는 공천에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다.
= 단기적으로는 공천의 잘못이 있었지만 크게 보면 패권주의와 독선, 아집, 권한남용 등이 원인이 됐다. 그래서 (분당 이유를) 하나 더 하면, '우리는 왜 제대로 된 바른정치를 할 수 없을까, 정치인들이 존경받는 다른 나라처럼은 될 수 없나'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그런 정치를 해보자는 거다. 우선 절차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당 과정부터 모든 의사결정을 중립적으로, 전원이 참여하는 공개적 방식으로 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대통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갈등지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높다. 1위는 터키인데 그 나라는 종교분쟁이 있는 나라다. 그곳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갈등이 최대라는 얘기다. 대선 국면으로 가면서 이 갈등은 점차 심화될 것이다. 2012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 결과를 보면 1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갈등 비용은 250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당시 예산과 맞먹는 규모였다. 이 비용만 줄여도 경제성장률이 2~3%는 간다.

- 당초 예상보다는 현직 의원들의 합류 숫자가 적은데.
= 이것도 4·13 총선의 후유증이다. 현재 새누리당의 초선이 43명이고 재선이 30명이다. 선거가 끝난 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 초선은 친박의 도움으로 낙하산 공천을 받은 사람들이 많으니, 그 사람들과의 의리를 저버릴 수 없을 거이다. 게다가 아직 지역구 안착도 덜 돼 있으니 당원들을 설득해 탈당할 용기가 부족하다. 또 어차피 대선이 끝나면 정계개편이 될 것이라고 보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거야말로 자신의 일신만 생각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책임 방기다. 

반기문 전 총장의 스탠스에 따라 추가 탈당은 확실히 있을 거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과는 손잡지 않겠다고 하니까. (반 전 총장 고향인) 충청권 의원들도 있고, 반 전 총장을 따라 가겠다는 의원들도 많다. 다만 그들이 바른정당으로 올 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 '진짜 보수'를 강조하고 있는데 가짜 보수와 진짜 보수를 가르는 기준이 뭔가.
= 내 관점에서는 3가지가 있다. 첫째, 유능해야 하고 둘째는 도덕성, 셋째는 책임성이다. 여기에 추가하자면 공동체에 대한 헌신성, 즉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갖추고 실천해야 진짜 보수다. 같은 주장을 하지만 막상 '택도 없는('어림없다'는 뜻의 경북 사투리)' 행동을 하는 게 가짜 보수다.
 

▲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바른정당에서 전원합의제 형식에 당원소환제 도입, 전당대회 폐지 등 이른바 정치 실험을 많이 한다. 창당 후에도 이러한 방식은 유지되는 건가.
= 마치 자유를 찾아서 신대륙으로 온 청교도처럼 그 원칙은 양보할 수 없다. 그 틀에서 약간의 효율성을 위한 변용은 있을지 몰라도 투명한 의사 결정과 민주적 절차성은 지켜져야 한다. 우리가 그렇지 못한 것을 비판하고 나오지 않았나.

- 초대 지도부를 추대해 뽑기로 했다. 당 대표직은 외부에도 열려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부에서 뽑히나.
=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는데, 외부에도 열려있지만 의견들이 다 다르다. 외부에서 국민들이 신뢰할만한, 사회공헌을 많이 한 사람을 모셔오자는 의견도 있는 반면에 외부에서 모셔온 사람은 성공한 적이 없지 않느냐, 내부 정치인 중에서 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면 또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참신한 느낌을 못 주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다. 그런데 참신하다는 건 '무경험'과 비슷한 말이기도 하다.(웃음)

-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민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 민심의 큰 흐름에 부합한다고 본다. 거기에는 소위 기존체제의 개선, 질적 민주화, 협치 이런 것들에 대한 요구를 다 포함하고 있는 거다.

- 판사 출신이기도 한데, 그 민심이 탄핵심판에 반영될까?
=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관들도 법리에 따라서 재판을 하는 사람들이고 인용 결정이 안 나오면 탄핵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도 "3월 안에 끝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에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결정이 나오리라 본다. 상황이 이런데 탄핵 인용이 안 되면 그 제도는 대체 언제 쓰겠나.

◆ "반기문, 국내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내공 검증해야"

- 유력한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돌아왔다. 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대통령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국제적 경험과 분쟁조정사례가 있지 않나. 그 경험들이 나라를 위해 소중하게 쓰여졌으면 한다. 다만 국제 정치와 국내 정치는 다르니, 과연 반 전 총장이 국내 정치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불교용어에 '‘토불부도수 목불부도화’(土佛不渡水 木佛不渡火·흙으로 만든 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하고 나무로 만든 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공기 중에 있으면 모르는데 물에 넣으면 그 약점이 드러난다는 거다. 정치판에 와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내공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과 함께 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 우선 반 전 총장이 내세운 국민통합, 그게 필요하다고 본다. 또 차기 대통령의 임기 동안 외교,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 반 전 총장은 4강 외교, 북핵 문제에 있어 경륜과 경험이 많지 않나. 국가 경영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은 국방과 경제다. 경제는 제대로 된 전문가를 기용해 맡기면 되지만, 외교안보는 최고 국군통수권자의 결단이 필요한만큼 그 점에서는 훈련이 많이 된 사람이 아닌가 하는 것.

- 반 전 총장을 매개로 국민의당 측에서 충청과 호남의 결합을 뜻하는 '뉴DJP'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 패권주의를 제외한 협치, 국민통합, 특정 계파의 인재풀이 아닌 국가 인재를 총 동원하는 인재풀. '뉴(새로움)'라는 단어가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지역적인 결합이 아닌, 정치교체의 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정권교체가 돼 왔지만 한국 정치의 기본 판이 안 바뀐다는 거다. 그래서 정치의 룰, 정치풍토를 바꾸자는 얘기다. 한 사람의 독식 패권주의에서 벗어나 협치를 하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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