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촛불은 한파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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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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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대회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찬바람에 손이 얼어 글씨를 쓸 수 없다. 찬바람에 노출된 얼굴은 점차 신경이 없어지는 것 같다.

최강 한파가 서울 광화문 광장을 덮쳤다. 찬바람이 더해지면서 체감기온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갔다. 1시간을 광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인근에 있는 카페에 가서 몸을 녹여야 했다. 다시 광장으로 들어섰지만, 한파에 노출된 몸은 조금씩 얼어갔다.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2차 촛불집회’가 열린 시간은 얼어붙은 동토의 날씨였다. “추워도 너무 춥다”는 말을 되뇌면서도 집회를 지키는 시민들의 각오가 궁금했다. 저들을 이 한파에 내몬 것은 무엇일까?

시민들은 이날 한파에 맞서 온몸을 꽁꽁 감쌌다. 두터운 파카와 모자, 목도리, 장갑은 필수품이었다. 아이들은 눈만 내놓은 채 두꺼운 옷을 입고 종종걸음을 걸었다. 시민들의 발걸음은 한파를 뚫고 다시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박종쳘 열사 30주기에 맞춰 추모대회도 진행됐다. 30년 전 이날, 박종철 열사는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졌다. 박종철 열사는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사인 발표로 시대를 넘어 회자되는 주인공이다.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를 다니던 1987년 1월 14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로 끌려가 물고문 끝에 숨졌다. 1987년 당시에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민주화 시위가 한창 열릴 때였으며 경찰은 박종철 열사가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하며 고문 사실을 은폐하려 했으나 ‘양심적 고백’에 의해 세상에 그 진실이 드러나 ‘6월 민주화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87년 체제는 이렇게 탄생했다. 개헌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시켰지만, 민주화 진영의 분열로 군사정권이 연장된 아픈 기억도 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인 헌법은 이 때 만들어졌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특히 기존의 ‘박근혜 퇴진과 구속’에 더해 ‘공작정치주범과 재벌총수 구속’이 추가됐다. 그동안 열린 촛불집회에서 '재벌총수 구속' 등의 팻말과 구호가 등장했지만, 재벌총수 구속 촉구가 공식화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진 구역에 롯데와 SK사옥 방면 코스가 추가됐다.

대기업의 횡포에 피해를 입었다는 중소기업 대표와 비정규직 노동자, 구조조정에 내몰린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도 무대에 올라 집회 참석자들에게 재벌의 횡포를 고발했다.

이번 집회에서는 이와 함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등을 '공작정치 주범'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구속 수사하라는 요구도 거셌다.

촛불집회가 그동안 대통령 퇴진과 하야, 구속에 이어 세월호 진상규명 등의 정치성 이슈에서 사회 경제적 이슈로 옮아가고 있다. 앞으로는 새로운 체제를 위한 사회개혁 요구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의 진화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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