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반(潘)의 귀환...대선주자 행보보다는 위기정국 해법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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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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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주자 검증할 수 있는 판이 많아져야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한다. 10년 동안의 해외 생활을 접고 귀국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대선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켜오다 최근 2위로 밀려나긴 했지만,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실종된’ 보수세력을 새로 규합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 때문에 이른바 보수진영은 그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려왔을 지도 모른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으로 대선 시계가 빨라짐에 따라 반 전 총장의 귀국은 대선 판도를 근본적으로 흔들 것으로 예상하는 정치전문가들이 많다.

이른바 반기문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계속 언론에 거론돼 왔다. 반 전 총장의 선택지는 1) 새누리당 입당 후 보수세력 재편 2) 바른정당 + 국민의당 + 손학규계 세력 규합 3) 독자세력 구축 등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1)의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명진호가 출범해 친박 핵심에 대해 인적청산을 두고 내부 잡음이 심해 반 전 총장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형편이 아닌데다 반 전 총장 역시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2)의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진짜와 가짜 ‘보수논쟁’의 한 편을 선점한 바른정당과 문재인 대세론에 반발하는 야당세력인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에 대해 드러내놓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들과 손학규 세력, 민주당의 비문 세력까지 합쳐질 경우 ‘빅텐트론’이 강한 추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의 시나리오는 국내 기반이 없는 반 전 총장으로서는 ‘험난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전 총장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고육지책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든지 그야말로 태초의 우주폭발을 의미하는 ‘빅뱅’이 한국 정치권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나리오 분석들은 1000만 명이 넘는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목소리와 관계없는 정치권만의 수(手)싸움이 본격화 된 느낌을 던져둔다.

그들만의 리그, 늘 그랬다. 정치권은 이번에도 광장의 시민들이 든 촛불이 들불처럼 번질 때는 잠깐, 눈을 돌려 민심을 살피다가 어느 사이 다시 밀실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유력한 대선 주자의 독주가 없는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정치권만의 리그가 아닌 광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는 대선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판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시민들과 소통하는 자리에 참석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또 비판받아 수정하고, 그러한 숱한 조탁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정책들은 시행착오가 적을 것이다. 조기 대선이 가져올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검증의 판이 벌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국민들은 클 것이다.

반 전 총장측의 이도운 대변인이 11일 기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 이후 일정을 짧게 밝혔다. 귀국한 날인 12일에는 공항 메시지, 13일에는 현충원 참배와 사당동 주민센터 방문. 14일에는 충북 고향인 음성과 충주 방문 등.

이도운 대변인은 또 반 전 총장이 귀국 이후 일정과 관련해 몇 가지 원칙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국민 의견을 많이 듣고 그 과정에서 수행원을 최소화하며 사회 화합과 국민 통합 문제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즉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먼저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에 의해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질 것이다. 개인에 의한 SNS도 한몫을 할 것이고, 그의 지지자들도 때를 놓치지 않고 근황을 전할 것이다.

이런 일정들은 유력 대선주자의 행보와 다름없다. 물론 한국에 오랜만에 오기 때문에 그런 ‘상투적인’ 일정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스마트 시대에 반 전 총장이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귀국 이후 현장을 고집하는 것은 어쩐지 어눌해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탄핵정국 상태에서 외교적인 어려움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하고, 현 정국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자신은 어떤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반 전 총장이 귀국 이후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대선 주자라는 수식어를 떼고 이 땅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냈고 유엔 사무총장을 10년 역임한 경험과 지혜를 대한민국에 전하는 것이 지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해야 할 일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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