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파도가 벗…강릉 겨울바다서 추억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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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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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차디찬 겨울 바람이 살갗을 스치니 마음까지 스산해진다. 문득 강릉의 겨울바다가 보고싶었다.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 그 하늘색을 그대로 담은 바다. 멀리서 밀려드는 파도, 바위에 부딪혀 또르르 흩어지는 하얀 포말까지...

한적한 해변에서 가슴 뻥 뚫리는 경관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거니는 동안 지난해 쌓인, 그리고 올해 또 새롭게 쌓여가기 시작하는 스트레스는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 

◇겨울 바다에서 즐기는 달콤쌉싸름한 커피 한 모금
 

파란 동해를 바라보며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


“안목해변 놀러 갈래?” 오래전, 이 한 마디가 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적이 있었다. 시작하는 연인들의 핫 플레이스(명소)였던 안목, 지금은 어떻게 변해 있을 지 궁금했다. 가슴 한 켠 공허함을 친구 삼아 그곳으로 향했다.

겨울의 한 가운데에 놓인 강릉의 안목은 여전히 운치 있었다.

한산한 바닷가에 놓인 자판기 한 대로 시작한 이곳은 운치가 좋다는 소문이 나 한때 자판기가 60~70대까지 들어섰던 곳이라고.

그러다 한 카페가 처음으로 원두커피를 시도했고 지금은 40개가 넘는 카페가 들어선 '카페거리'로 거듭났다. 강릉 하면 자연스레 커피가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추운 겨울, 영롱한 바다를 눈에 담으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은 그대로 낭만적이다.

시린 가슴을 녹이는 커피 한 모금, 그리고 바다...역시 바다와 커피는 겨울이 제 맛이다.

◇시계의 역사 보고 시간의 소중함도 느끼고 
 

철길 위에 세워진 정동진 시간박물관. 추억의 시간을 담아 달릴 것 같은 박물관의 모습.[사진=기수정 기자]


1년의 시간이 새롭게 흐르고 있는 이 때, 부랴부랴 시간과 시계를 주제로 한 모래시계공원과 정동진시간박물관을 찾았다.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돌아보고 작가들이 창작한 시계 작품을 감상하면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 위함이었다. 

모래시계공원에 설치된 대형 모래시계와 해시계를 지나니 저멀리 멈춰선 기차가 눈에 띄었다. 기차 8량을 연결해 만든 정동진시간박물관이다.

‘시간이야기’, ‘시간과 과학’, ‘시간과 예술’, ‘시간과 추억’, ‘시간과 열정’, ‘함께한 시간, 함께할 시간’ 등의 주제로 꾸며진 전시실부터 소망의 종을 울릴 수 있는 야외 전망대까지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자연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측정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동시계, 진자시계, 수정시계, 세슘 원자시계 등이 발명됐다는 사실도 알고 당시 왕과 귀족의 소유물이었던 아름답고 귀한 시계와도 반가운 만남을 가지며 시간을 보냈다.

단연 눈길을 끈 것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순간 멈춘 회중시계 진품이었다. 

시계 주인이 배에서 탈출하는 순간 바닷물이 들어가며 1912년 4월 15일 2시 20분에 멈췄는데, 이때가 타이타닉호의 공식 침몰 순간으로 세계사에 기록됐다고. 

아름답고 찬란한 시간의 역사를 보며 그간 살아온 인생도 돌아보게 되는, 뜻깊은 시간을 가진 후 탁 트인 동해를 앞에 두고 소망을 가득 담아 종을 울리며 '앞으로 주어진 시간을 귀하게 써보리라.' 다짐, 또 다짐했다. 

◇시장한 배 든든히 채워주는 시장 먹거리
 

오븐에서 갓 완성된 바로방 '소보루빵'. 다닥다닥 붙은 고물이 침샘을 자극한다.


겨울 바다와 쌉싸름한 커피 한 잔의 낭만을 즐길 땐 알아차리지 못했다. 공복이었다는 것을.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먹거리가 있는 시장 골목으로 향했다.

중앙시장 안 연결되는 성남시장은 이른바 먹자골목으로 소문이 나 있다.

소머리국밥으로 유명한 광덕식당, 옹심이와 장칼국수를 잘하는 강릉명동칼국수 등을 맛볼 수 있었다.

푹 고아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국물과 쫀득한 수육, 칼칼한 양념맛이 일품인 장칼국수는 하나같이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는 음식들이다.

중앙시장 건너 중앙로에는 30년 전통의 빵집이 있다. 이름하여 바로방이다.

근사한 베이커리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연신 반죽을 쳐대는 주방과 오븐, 튀김솥만이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빵맛은 훌륭 그 자체다.

샐러드와 소시지가 든 야채빵과 소보루빵이 유명하다.

우리가 기존에 맛봐왔던 소보루빵은 달콤한 고물이 빵 위에만 살짝 얹혀 나온, 소보루를 위장한 빵이었던 걸까. 이 집의 소보루빵은 사방이 고물에 둘러싸여 있어 얌체처럼 고물만 떼서 먹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많이 달지도 않다. 달콤한 맛 뒤에 밀려드는 고소함에 손은 연신 빵을 향했다. 

배불리 먹고도 그 맛이 그리울 것같았는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한 봉지를 더 사고서야 문 밖을 나섰다. 

지금도 빵 맛을 떠올리면 입안엔 침이 고이고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겨울의 한 가운데에 놓인 강릉의 안목은 여전히 운치 있었다.

안목 해변에 몇 대 남지 않은 커피 자판기를 찾은 한 여행객이 커피를 뽑아 마시고 있다. 

왕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시계 답게 화려한 장식이 눈에 띈다.[사진=기수정 기자]

시간박물관에서 바라본 정동진 해변. [사진=기수정 기자]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게 있다면...그것은 아마 추억일 듯하다. [사진=기수정 기자]

얼큰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장칼국수[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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