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주식 팔라는 말 못하는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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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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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단 한 번도 못 들었다. 3년 동안 주식을 매도하라는 의견을 한 차례도 내놓지 않은 증권사가 18곳에 이른다고 한다. 주가는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있다. 그러나 증권사는 주식을 사라는 보고서만 만든다.

외국계를 포함한 증권사 46곳이 2014년부터 약 3년 동안 만든 보고서는 총 8만564건이다. 이 가운데 매도 의견은 2.4%인 1904건에 그쳤다. 반면 매수 의견은 84.1%인 6만7766건에 달했다. 중립 의견은 13.5%인 1만894건을 기록했다.

그나마 매도 의견을 낸 대다수는 외국계 증권사다. 국내 증권사에서는 매도 의견을 찾기 어렵다. 국내 증권사 32곳이 낸 보고서 6만5192건 가운데 매도 의견은 0.2%(126건)에 불과했다.

물론 증권사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상장사에 우호적인 보고서를 내는 게 영업에 도움이 된다. 주식중개(브로커리지)는 물론 투자은행(IB) 업무에서도 상장사 눈치를 봐야 한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도 마찬가지다. 이런 영역에서 증권사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매도 보고서를 내놓는 증권사가 인기를 얻기는 어렵다.

그나마 소신껏 만든 몇 안 되는 보고서는 역풍을 맞기도 한다. 1년 전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대우조선해양 목표주가를 낮췄다. 그러자 대우조선해양이 강한 불만을 표했고, 증권사는 보고서를 삭제했다. 하나투어는 자사 목표주가를 내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에게 회사 탐방을 금지하기도 했다.

증권사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안다. 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모여 탐방 금지를 성토했다. 상장사가 증권사 보고서에 간섭해서는 독립성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매수와 매도 의견 비율을 밝히는 투자등급비율 공시제도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매도 의견 비중을 늘리고, 신뢰도 되찾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는 관행은 여전하다. 이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증권사는 주식을 사라고 부추길 뿐 차익실현이나 손절매를 조언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 증권사가 눈치를 봐야할 대상은 상장사가 아니라 투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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