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1고로 폐쇄 “개발연대 산업정책 종말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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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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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포스코 사장(당시)이 1973년 6월 8일 포항제철소에 첫 완공한 1고로에 쇳물 생산을 위해 첫 불을 지피는 화입(火入)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둔 포스코가 대역사의 시작을 알린 포항1고로를 폐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없계는 포항1고로 폐쇄가 루마니아로 헐값에 팔리는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골리앗 크레인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부흥을 이끌어왔던 개발연대 산업정책의 종말을 상징을 알리는 것이라며 씁쓸해 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초에 포항1고로의 ‘종풍(終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로(용광로)는 첫 쇳물을 만들고 난 뒤에는 생산을 하지 않더라도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어줘야 하는데, 바람을 넣지 않는다는 것은 고로의 생명이 끝남을 의미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확정지은 것은 아니지만 (폐쇄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맨들은 포항1고로를 ‘민족고로’, ‘경제고로’라고 부른다. 1969년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포항1고로 건설에 나선 청암(靑岩) 박태준 포스코 설립자는 “이 제철소는 식민 지배에 대한 보상금으로 받은 조상의 피값으로 짓는 것이다. 실패하면 조상에게 죄를 짓는 것이니 목숨 걸고 일을 해야 한다. 실패하면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고 여겼던 포항1고로는 예정일보다 한 달여 앞서 준공되어 1973년 6월 8일 첫 ‘화입(火入)’을 실시, 다음날 성공적으로 첫 쇳물을 생산했다. 포항1고로의 쇳물 생산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생산의 독립을 이뤄내 수요산업에 싸고 질좋은 철강재를 공급했다. 경공업 위주였던 한국의 주력산업이 중화학공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 1970~1980년대 한국경제의 가장 역동적인 성장을 이끌어왔다.

포항 1고로는 1979년 1차 개수, 1992년 2차 개수를 통해 연간 쇳물생산 규모를 130만t로 확대, 이듬해인 1993년 2월 26일 3대기 화입에 들어갔다. 2014년 7월 30일 휴지(休止) 중인 주물선 고로가 보유한 최장수 고로 기록 7804일을 깬 뒤, 10일 기준 8720일(만 23년10개월15일) 동안 조업을 이어가 매일 국내 최장수 고로의 역사를 쓰고 있다. 현재 새로 건설한 고로의 수명이 통상 15~20년 정도인 것과 비교해 볼 때, 포항1고로는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고로 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지난 44년여 기간 동안 포항1고로가 생산한 쇳물은 5000만t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타이타닉호를 1000척 이상 건조할 수 있는 양이다.

최근에 가동한 고로들의 연산 400만~500만t에 비하면 포항1고로의 생산 규모는 적다. 포스코가 포항1고로 폐쇄를 검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정부는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국내 1위 기업인 포스코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하고 있어 포스코로서도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하며, 이에 포항1고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철강업계는 포항1고로 폐쇄가 대규모 제조업 중심의 개발연대 산업정책이 종말을 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재를 비롯해 전 산업이 공급과잉 상태에 빠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확장 위주의 설비투자를 중단하고 있다”면서 “포항1고로 폐쇄를 계기로 한국산업도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수의 포스코 기술진들은 포항1고로 폐쇄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적 상징이자 포스코 기술력을 대표하는 포항1고로가 사라진다면 포스코가 추구하는 ‘제철보국’의 정신이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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