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청문회는 새로운 정치실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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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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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7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번 청문회는 그것을 지켜본 국민들에게 많은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청문회 무용론’이 대표적이고,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의 ‘모르쇠 진술’, 그리고 의원들의 고압적인 질의 태도 등.

우리는 ‘영화’에서 보았던 절제된 질의와 수(手) 싸움을 하려는 증인들의 교묘한 증언, 그 증언을 뒤집는 통쾌한 반전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우리가 TV 생중계를 통해 만난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의 준비 없는 질의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답변하는 증인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 대한 모른다는 답변은 보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불러 일으켰다.

이 때 등장한 제보, 즉 네티즌 시민수사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 활약에 힘입어 마지못해 시인하는 증인의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차제에 청문회 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지만, 그것을 제도화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처럼 보인다.

청문회 제도를 바꾸려면 여론이 비등할 때 시작하는 것이 맞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청문회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실효성은 단순히 증인에게 국한되지 않고 질의를 하는 특위 위원들에게도 적용이 돼야 한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불출석’과 ‘동행명령’이 화제가 됐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국정농단과 관련이 있는 인사들은 납득이 되지 않는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뒤 출석을 하지 않았고, 국회의 동행명령장도 받았지만 불출석이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서는 구치소 청문회를 추진했지만, 수감동 면담에 그쳤다. 국민들이 정말 보고 싶어 했던 장면은 쏙 빠졌다. 그래서 ‘김빠진 청문회’ ‘맹탕청문회’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항간에서는 ‘최순실 빠진 최순실 청문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청문회는 적지 않은 성과를 낸 측면도 있다. 7차 청문회에서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한 질문을 17차례나 거듭한 끝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시인을 받아냈다

지난 청문회에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시민이 제보한 것을 들이대자 김 전 실장이 말을 바꾸기도 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과 박범계 의원들의 심도 깊은 질문과 준비 과정도 생중계를 지켜본 국민들에게 자세하게 소개됐다. 촛불집회에 나온 안민석 의원은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기념촬영을 당할 만큼(?) 인기가 치솟았다. 이것이 청문회 효과다.

증인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예상했지만, 야당 의원들 못지않게 증인들을 몰아세운 바른정당의 황영철, 하태경, 장제원 의원 등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도 달라졌다. 하태경 의원은 이른바 '보수단체'들로부터 곤욕을 치르기까지 했다.

기존의 진영논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들이 이번 7번의 청문회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다. 탄핵정국이 가져온 새로운 기상도였을지도 모른다. 일시적일지도 모른다. 정치권이 언제 다시 바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청문회가 필요한 이유는 광장의 민주주의처럼, 정치현상을 국회에 가둬두지 않고 국민들이 직접 맞닥뜨리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높은 시민의식을 발휘한 증인도 있다. 자신이 입을지 모를 피해를 감수하고서도 증언을 멈추지 않은 이들의 ‘용기’에 많은 시민들이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청문회로 인해 뜨고 진 별들은 오래도록 국민들에게서 회자될 것이다. 이번 청문회는 국민 속으로 다가와 국민들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데 분명히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 과정에 국회 TV를 비롯해 종편과 인터넷 TV의 생중계를 빼놓을 수 없다. 생중계는 개인의 SNS로 확산되면서 공감이 되고 여론으로 발전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청문회는 국민의 참여로 판이 바뀌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보여주고, 그 시작을 마련한 장(場)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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