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민 라틀리프…'귀화 추진' 숙제는 KBA·KBL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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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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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3일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확인시키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서민교 기자]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외국인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28)가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인 선수가 KBL을 거쳤지만, 귀화한 선수는 없었다. 놀랍게도 라틀리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KBA)와 한국농구연맹(KBL)이 적극적으로 귀화 추진에 나서야 한다.

라틀리프는 지난 1일 전주 KCC와 원정경기를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여권(passport)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농구계를 발칵 뒤집은 깜짝 발언이었다. 라틀리프는 이틀 뒤 이상민 삼성 감독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다시 한 번 귀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한국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낸 라틀리프는 “한국은 집 같은 곳”이라며 “예전부터 KBL에서 은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지금은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국가대표로 뛰기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라틀리프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한국 무대를 노크했다. 2012-2013시즌 울산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KBL 무대를 처음 밟은 뒤 3시즌 연속 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지난 시즌 삼성으로 이적해 올 시즌 팀이 단독 선두를 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라틀리프가 국가대표로 합류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리그 최정상급 빅맨이다.

특히 한국 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0년 넘게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나, 객관적 전력에서 이란과 중국에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또 중동을 비롯해 필리핀,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선수들을 적극 귀화시켜 전력 향상을 위해 심혈을 귀울이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이젠 우리나라도 귀화 선수가 필요하다. 협회와 연맹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추진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고, 허재 현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도 귀화 선수의 필요성에 대해 수차례 강조했다. 또 방열 대한민국농구협회장도 귀화 선수 영입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귀화 선수에 대한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실제 행정적으로 진척이 된 것은 없었다.

라틀리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선 일정 체류 기간을 채워야 한다. 5년이다. 라틀리프는 5년째 KBL에서 뛰고 있지만, 체류 기간은 이에 부족하다. 내년 시즌까지 뛴다면 이 기간을 채울 수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2017년 11월부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대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이 치러진다. 이 예선을 통과해야 2019년 중국에서 열리는 FIBA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

라틀리프가 가장 빠르게 ‘한국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은 특별 귀화다. 까다로운 법무부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선 절차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당장 KBA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자프로농구에서 자초한 ‘첼시 리 파문’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라틀리프는 이와는 전혀 다른 귀화 대상이다. 일단 귀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결격 사유가 없다. 이미 귀화 선수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크게 공헌한 문태종(고양 오리온)도 성공적인 사례다. KBA가 뒤짐 지고 세월을 보내면 또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KBL도 라틀리프의 귀화 가능성을 대비해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 라틀리프가 KBL에서 문태종, 문태영(삼성)과 같이 국내선수 자격으로 뛸지, 혹은 외국인 선수 자격으로 계속 유지할지 합리적인 판단으로 명확한 규정을 정립해야 한다. 10개 구단의 이해관계가 엮여 있지만,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 당장 1~2년이 아닌 10년 이상을 바라보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다행히도 KBL은 적극적으로 라틀리프의 귀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라틀리프가 먼저 침체된 한국 농구에 해답을 던졌다. 풀어야 할 과정의 숙제는 이제 협회와 연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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