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스터' 강동원 "정의로움에 꼭 '사연'이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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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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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스터'에서 재명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동원[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2016년, 강동원(35)은 쉼 없이 달렸다. 불량 검사와 사기범의 버디 무비를 그린 ‘검사외전’을 시작으로 시간에 갇힌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가려진 시간’, 희대의 사기범과 그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의 이야기인 ‘마스터’에 이르기까지. 올해 벌써 세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1년 중 6개월은 홍보하는 데 썼다”며 멋쩍게 웃는 그이지만, 신기하게도 어느 하나 중첩되는 구간 없이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강동원의 2016년을 마무리하는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제작 영화사 집·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작품이다.

강직한 신념과 저돌적인 성격을 가진 지능범죄수사 팀장 김재명을 연기한 그는 첫 형사 역할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면을 보여주는 것에 성공했다. 
 

영화 '마스터'에서 재명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동원[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기꾼(영화 ‘검사외전’)으로 시작해, 범죄자를 쫓는 형사(영화 ‘마스터’)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 그렇게 되나. 하하하. 범죄자로 시작해서 두 번째 작품에서도 쫓기다가, 결말은 쫓는 사람이 됐다. 그래도 1년에 꾸준히 두 작품씩은 했는데 올해는 세 작품이나 개봉하게 됐다. ‘가려진 시간’이 예상보다 늦게 개봉했고, ‘마스터’는 생각보다 일찍 개봉했다. 그러다가 이것들이 맞물리면서 관객들을 자주 만나게 된 것 같다. 1년 중 6개월은 홍보하는 데 썼다.

러닝타임이 꽤 길더라
- 저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봤을 땐 조금 길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건 두 번째 보는 거라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선수들이 만든 거니까 그게 최선 아니었을까? 판단은 관객의 몫인 것 같다.

재명은 강직하고 올곧은 인물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없는 인물일 수도 있었는데
- 인생에 굴곡이 없는 캐릭터다. 막판에 심하게 몰아붙여서 우여곡절을 겪긴 하지만 절망감에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저는 오히려 그 점이 신선했다. 그동안 우린 센 형사 캐릭터를 많이 만나지 않았다. 젠틀하고 쿨한 형사 역할이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표현하는 점에 있어서는 욕심내지 말자고 생각했다.

심심한 인물이다 보니 캐릭터에 역사를 부여할 수도 있었는데?
- 그런 건 싫었다. 그 인물이 정의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드는 건 개인의 복수처럼 보이니까.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꼭, 사연이 있어야 정의로운가?’하고 반문했다. 어릴 때부터 바르게 자라왔고 부당한 걸 보면서 ‘꼭 바꾸겠다’고 말하는 캐릭터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다거나 하면 개인의 복수가 되니까. 그건 특검 후보에서도 배제하는 판국인데.

재명은 사건을 추적해가는 입장이자, 극을 끌어가는 인물이다. 이에 따른 부담은 없었나?
- 부담보다는 관객들이 제 감정을 따라오길 바랐다. 다른 이들이 놀아주고 판을 벌이고 저는 마무리를 하는 캐릭터다. 감정 이입을 하려면 이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정의하는 걸 따라가야 하는데 너무 단편적이다 보니 그걸 조금 걱정했다. 조금이라도 입체감을 주고 감독님이랑 말을 많이 했다.

영화 '마스터'에서 재명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동원[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평소 담백한 성격으로 ‘오글거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지 않나. 재명은 자칫하면 오그라들 수 있는 대사를 많이 던지는데
- 연기를 안 오그라들게 하려고 했다. 너무 심하면 감독님께 말해서 빼기도 하고, 더할 건 더했다. ‘윗대가리들을 내가 다 작살낼 거거든’이라는 대사는 원래 ‘싹 밀어버린다’는 대사였는데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바꾼 것이다.

재명에게 이입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
- 많았다. 평소 말투나 자세 여러 가지 면에서 재명과 다르다. 저는 어깨를 펴는 것도 싫고 이렇게(몸을 웅크리고 축 늘어트리는 자세를 취했다) 앉는 걸 좋아하는데, 재명은 어깨도 펴고 반듯하게 앉아야 했다. 성격적인 부분에서는 비슷한 지점이 있다. 적당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협보다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도 있다. 적당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이 싫다. 누가 좋다는 건가?

현실과 반대인 것으로부터 오는 쾌감도 있었을 텐데
- 많이들 봐왔지 않나. 우리나라가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여러 사건을 겪었고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는 것들. 우리나라가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몇이나 있겠나. 그래서 대리만족하는 부분이 있었다. 극 중 진현필이 잡혀 오는 장면을 찍는데 저는 뒤에서 막 웃고 있었다. 제작사 대표님이랑 엄지원 누나가 ‘너무 웃는 거 아냐?’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쯤 재명에 많이 이입했던 것 같다. 끝날 때가 다 돼서야. 하하하.

이번 작품에서도 남남(男男) 케미가 돋보였던 것 같다. 남자 후배와의 케미스트리는 어떻게 끌어냈나?
-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 (김)우빈이와 둘의 관계를 끌어올리려고…. 하하하. 애드리브를 치면 많이 받아주기도 했다. 매일 같이 애드리브를 준비해오더라. 마지막 장면에서 장군이가 재명을 끌어안으려고 하는 것도 애드리브였다. 하지만 재명의 성격상 안 받아줄 것 같아서 거절하는 애드리브로 맞받아쳤다.

이병헌과는?
- 호흡을 맞추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하하하.

영화 '마스터'에서 재명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동원[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줄곧 흥행 타율이 높았는데 전작 ‘가려진 시간’의 경우, 아쉬운 성적을 냈다
- 오랜만이긴 하다. 하지만 저는 영화에 만족하는 편이라 상처받지는 않았다. 제가 (흥행 실패로) 무너졌다는 식의 기사가 나갔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저보다는 은수가 걱정이다. 강한 기사들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고 하더라. 첫 영화인 데다가 주연이니까. 본인도 기대한 바가 있을 텐데 활자로 ‘흥행 실패’라 하니 충격이 큰 모양이다.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 전 ‘가려진 시간’이 상업영화라는 것에 대해 아직도 이견이 없다. 많은 분이 못 보셨더라도 IPTV로라도 보셨으면 좋겠다. 나쁜 영화는 아니니까 두 시간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엄태화 감독이 걱정이다. 침울해하더라. 다음 영화를 위해 글 쓰러 내려간다고 했다. 아직 우리 영화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실패한 영화라고 생각지 않는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다만 투자자들에게 죄송하다. 다음에 보상해드릴 수 있으니까. 괜찮은 것 같다.

자신감인가?
- 지금까지 많이 벌게 해드렸으니까. 하하하. 손해 보신 거 죄송하긴 한데 마음에 다시 하면 된다. 차라리 후련하다. 계속해서 잘 될 수는 없지 않나. 언젠가는 실패도 경험하게 될 텐데 제가 좋아하고 만족스러운 영화로 경험하게 되어 차라리 다행이다. 만약 제가 새로운 도전 하지도 않고 잘 안 됐다면 슬펐을 것 같다.

영화 '마스터'에서 재명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동원[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진 회장과 박장군은 쿠키 영상이 있는데 재명만 없다. 아쉽지 않나?
- 원래는 장군이만 쿠키 영상이 있었다. 그런데 병헌 선배가 진 회장의 이야기를 아이디어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제 것까지 하기에는 제작비가 모자랐다. 그래도 엔딩을 멋있게 장식했으니까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말하기를 ‘관객들이 제복을 기대하지 않을까?’ 해서 청문회에 참석하는 걸 넣을까 했었다.

아쉽다. 여성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었을 텐데
- 재명이 마음대로 지휘한 것도 있고 하니까 청문회에 가는 게 잘 맞긴 했는데. 제작비가 엄청날 것 같았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나.

개봉 후 속 시원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개봉 이후 배우들도 속 시원한 발언을 많이 했었고
- 영화를 찍으면서 대리만족을 많이 했었다. 제가 얼마나 기분이 좋았으면 진 회장이 잡혀들어가는 장면을 찍을 때 실실 웃었겠나. 정말 기분이 좋아서 ‘그래 이거지!’라고 생각했다. 관객분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갈망이 커지길 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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