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관세청의 오기' 역풍 버틸 자신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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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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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장]

말 많고 탈 많던 서울 시내면세점 ‘3차 대전’이 막을 내렸다. 신규사업자 3곳(대기업)으로 현대백화점과 롯데, 신세계가 선정됐다. 지난해 도전에서 평가점수 꼴지를 기록한 현대백화점이 1등으로 이변을 연출했고, 관록의 롯데가 지난해 뺏긴 특허권을 되찾았다. 신세계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강북과 강남 두 곳에 면세점을 확보했다.

입찰기업의 명분만 놓고 보면 그럴싸한 결과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관세청의 면세점 허가 강행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찮다.

우선 면세점 추가 선정에 있어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기류는 물론, 검찰마저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성을 놓고 한창 수사를 벌이는 상황에서 관세청이 업체선정을 밀어부친 점이 논란거리다.

앞서 검찰은 신규면세점의 추가특허와 관련해 롯데와 SK, 그리고 기획재정부와 관세청까지 압수수색하며 최씨의 개입 의혹을 집중 수사했다. 이후 사건이 특검으로 넘어갔지만 입찰사 중 연루기업이 있는 만큼 관세청은 선정의 장애가 되는 요소를 분명 털고 갔어야 했다.

정치권의 면세점 선정 반대목소리에 귀를 닫은 것도 실수다.

면세점 추가특허 발표를 4일 앞둔 지난 1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 61명의 국회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관세청에 ‘3차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대통령 특혜·비리와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관세청은 예정대로 특허심사를 강행했고 이제 야당은 관세청에 대한 국회 상임위 현장조사, 감사원 감사 청구, 면세점 입찰 관련 국정조사까지 들고 나오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우 관세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오는 21일 천홍욱 관세청장을 상임위로 불러 면세점 의혹을 추궁키로 했다.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관세청은 이번 신규사업자 선정 발표부터 명분을 갖지 못했다.

지난 4월 관세청은 갑작스레 면세점 추가 특허방침을 밝히고 두달 뒤 신규 면세점 3곳(중견·중소기업은 1곳)에 대한 특허공고를 냈다. 지난해말 면세점 업체간 과열경쟁을 우려하며 “추가 면세점 허가는 절대 없다”던 기존 방침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면세점 추가 선정의 근거는 더 미약했다. 당초 관세청은 중국 관광객(유커)이 늘어났다는 이유를 들어 면세점 추가 계획을 발표했지만 유커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오히려 감소추세에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7월 90만명을 넘었던 유커가 10월에는 70만명에도 못 미쳤다.

신규 면세점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관세청의 '추가 이유'로는 넌센스다. 지난해 면세점 대열에 합류한 신세계·한화갤러리아·HDC신라·SM면세점 중 상당수가 현재 누적적자에 시달린다. 자본잠식 가능성이 제기된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기업은 사업권을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는 뒷얘기까지 나온다.

그토록 ‘일정대로’를 고수하던 관세청의 바람대로 추가 면세점 사업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하지만 면세점 추가업체 발표가 최순실 사태로 국정 전반이 마비된 현 상황보다 더 급했을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관세청은 이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다만 “뇌물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특허를 회수하겠다”는 수습책을 변명처럼 내세운다. 그렇다면 또 묻고 싶다. 굳이 회수해야 될 지도 모를 특허권을 왜 하필 이 비상시국에 풀어야만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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