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6 출판계] 한국문학·페미니즘·정치로 웃고 문단갑질·성폭력으로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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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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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뒤 한국소설 판매 급상승

  • 女혐오 논쟁으로 '여성학' 관심…국정농단에 '정치·현대사' 특수

지난 5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소설가 한강(46)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페미니즘 논란 등등 올 한 해 출판계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책 판매량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자주 맞이했다.  

올해 출판계를 달군 첫 키워드는 '인공지능'이었다. 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출판계뿐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들썩였고, '사피엔스' '4차 산업혁명' 등 인간과 과학 그리고 미래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혼밥' 혼술' 등으로 대변되는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요리·취미 서적도 인기를 얻었으며, 어수선한 현재에서 벗어나 평온한 심리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심리학 관련 에세이도 꾸준히 팔렸다. 

◆ 문단 갑질·표절로 얼룩졌던 한국소설, '채식주의자'로 기사회생
교보문고는 2016년 출판계를 지배한 키워드로 '뜻밖에'를 꼽았다. '메갈리아' 티셔츠로 성우가 해고되고 강남역에서 여성이 살해되는 등 갑작스러운 여성 혐오 논쟁이 일었고, 5.8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가결 등 '뜻밖'의 흐름이 이어져 왔다는 이유에서다. 

교보문고 측은 "어려운 경제와 어지러운 시국 상황에서 개인의 억눌린 분노가 직접적으로 표출되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능동적인 형태로 전환해갔다"며 "독자들은 '거대담론 속의 내'가 아닌 '미시적인 입장에서의 나'를 찾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려는 책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한 해였다"고 평했다. 

교보문고의 '2016년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창비)였다.

지난해 문단의 권력과 폐쇄성이 도마 위에 올랐던 데다, 표절 논란까지 겹치며 크게 위축됐던 한국 문학은 지난 5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채식주의자'는 수상 직후 인터넷서점 등에서 1분에 7권씩 판매되는 등 판매량이 급격히 늘며 한국 소설의 부흥을 이끌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한국소설 판매는 지난해보다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설의 지난해 판매량은 재작년보다 27.3% 감소했었다. 

시 분야도 크게 성장했다. 교보문고는 "올해 시 분야는 작년보다 30.6% 높은 신장률을 보였으며, 특히 한국시 분야는 무려 505.7%가 늘었다"고 밝혔다.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소월 '진달래꽃', 백석 '사슴'(이상 소와다리) 등 초판본 복간 시집이 판매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채식주의자' [사진=창비 제공]


◆ 최순실이 가져온 '정국 특수'…내년 트렌드는 '기본으로 돌아가자'
페미니즘 논란도 결과적으로 출판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알라딘이 최근 실시한 '올 한 해를 뜨겁게 장식한 출판계 이슈' 투표에서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12.01%의 응답률로 1위를 차지했다. 알라딘에 따르면 '여성학·젠더' 분야 의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관련 도서의 출간 종수도 38% 가량 늘었다.

지난 10월부터 한국 사회를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은 사회·정치분야 도서 판매량을 늘렸다. 특히 2014년 2월 출간한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는 최순실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이미 1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였지만, 최근엔 한달에 3만 부를 찍는 등 이른바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악마기자 정의사제'(시사IN북), '나의 한국현대사'(돌베개) 등도 정국 특수를 누리고 있다. 

'뜻밖의' 상황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고, 어떤 책들이 각광 받을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판결과 이에 따른 조기대선 실시 등 굵직한 이슈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교보문고 관계자는 "책은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보다는 느린 매체"라며 "책을 찾는 독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현실의 작동원리를 책을 통해 이해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출판 트렌드는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통령의 글쓰기'[사진=메디치미디어 제공]


◇ 2016년 종합 베스트셀러(교보문고 기준)
△1위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2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혜민, 수오서재) △3위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인플루엔셜) △4위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설민석, 세계사) △5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6위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 한빛비즈) △7위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김영사) △8위 '나에게 고맙다'(전승환, 허밍버드) △9위 '미움받을 용기 2'(기시미 이치로, 인플루엔셜) △10위 '자존감 수업'(윤홍균, 심플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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