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5부는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던 원 의원과 박인배(63)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부분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효력을 잃은 옛 집시법 조항들을 적용해 기소된 부분은 모두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 의원과 박 전 사장은 대학 재학 중이던 1975년 11월 긴급조치 9호 선포를 비판하는 집회·시위를 열었다는 이유로 기소돼 이듬해 2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수사 당국은 두 사람이 긴급조치 9호 선포 직전인 1975년 4월 서울대 시위에도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재판에 넘겼고,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2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형량만 줄여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1976년 9월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4월 긴급조치 9호에 대해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위헌·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2014년 1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원 의원과 박 전 사장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심 재판부는 옛 집시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2014년 7월 사실상 사회현실이나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집단적 의견표명 일체를 봉쇄한다며 이 조항들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원 의원과 박 사장을 처벌하는 근거가 된 조항들은 1989년 집시법이 개정되면서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과거 이 조항을 근거로 처벌받은 사람들도 혐의를 벗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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