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청문회] 국조특위, '뇌물' 여부 집중 추궁…이재용 '모른다'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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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0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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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꼭 28년만에 '정경유착'의 검은 커넥션이 다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에서 6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1차 청문회 얘기다.  

지난 1988년 '일해재단'의 대기업 강제모금 사건의 판박이인 비선실세 '최순실' 씨 주도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사건이 2016년 다시 등장했다. 당시 청문회에 출석했던 재벌 총수들의 부정은 2세 경영인들에게 대물림됐다. 총수들은 즉답을 회피했고, 의혹은 난무하는 답답한 청문회가 계속됐다. 

◆ 특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집중 추궁…이재용 삼성 부회장 "잘 하겠다"만 반복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6일 국회에서 9개 그룹 총수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첫 청문회를 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이 나란히 증인석에 앉았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은 일해재단 뇌물공여죄 판결을 받았던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고, 정 회장은 일해재단 이사장이었던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여기에 재단기금 출연을 도맡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이승철 상근 부회장도 증인으로 나섰다.

이날 국조특위 의원들은 그룹 총수들을 향해 해당 재단 출연 의도, 외부의 압력 및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주로 대가를 바라고 출연금을 냈는지 여부를 묻는, 사실상 '뇌물죄'를 확인하는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업 중 최대규모인 204억원을 출연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는 질문이 몰렸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가 부족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들로 즉답을 피했다. 최순실 씨의 존재를 언제부터 알았느냐는 질문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을 향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과의 커넥션 여부에 대한 질의를 던졌다.

박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도 갖고 있지 않았고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는데 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났느냐"면서 "전경련에서조차 만나기 힘든 사람인데 왜 실무자를 만났나"라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연금 측에서 저를 보자는 요청이 있어 만났다"면서 "국민연금은 삼성 계열사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최대 주주고 합병비율은 안건 중 하나였지만 저는 주로 주주친화정책 등에 대한 질문만 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양사 합병이 제 승계와는 관계가 없다"면서 "제가 모자라고 꾸짖어주시고 더 잘하라고 채찍질하시면 받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증권사 중 유일하게 합병 '반대의견'을 제시했던 한화투자증권의 주진형 전 사장은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해 "보고서가 나가기 전 한화의 경영기획실장이 '한화와 삼성의 사이가 좋고 거래도 많으니 부정적으로 쓰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합병 당시 찬성을 해 달라는 삼성 측 압력 전화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있다"면서 "(찬성을) 안하면 좋지 않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밝혔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 부회장은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이나 의원들께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폐지 의사도 드러냈다. 

◆ 손경식 "이미경 퇴진 압력, 대통령 뜻이라 전화받아"…이재용 "전경련 활동 안하겠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김승연 한화 회장을 향해 "2014년 한화 갤러리아 명의로 8억3000만원 상당의 말 두 필을 구입했고, 정유라가 타게 된다"면서 "그 해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탈레스, 삼성토탈을 한화에 매각하는 빅딜이 있다"며 말 상납에 따른 빅딜 성공 의혹을 제기했다.

김 회장은 정 씨에 대한 말 지원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답했고 빅딜 의혹에 대해서도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충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조원동 경제수석의 압력으로 대통령이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조 수석이 전화 통화에서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대통령의 말이라고 했다"면서 "이유를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30년 이상 재계에 있으면서 그런 사실을 겪어봤느냐고 묻자 손 회장은 "과거 군부정권 때 이런 경우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광 국민연금공단 전 이사장 역시 이날 "저는 왜 제가 물러나야되는지 지금도 이해를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위 의원들은 전경련 해체 여론에 대한 총수들의 입장도 캐물었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업 출연을 주도한 매개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이날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추궁에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답했고, SK와 LG그룹 등도 동감의 뜻을 표했다. 

다만 구본무 LG 회장은 "전경련은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의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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