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포스트] 방구석 떠난 BJ…아프리카TV 이용자들도 이탈 러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12-04 1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프리카TV]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BJ 대도서관의 이탈 선언으로 시작된 아프리카TV 사태가 50여일을 맞고 있는 가운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깁니다. 스타급 BJ의 잇단 이탈에도 애써 표정관리를 해왔던 아프리카TV에 순방문자수가 감소했다는 뼈아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특히 CJ E&M과 카카오가 1인방송 사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샙니다.

아프리카TV는 1994년 설립돼 PC통신, 웹하드, 개인방송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아프리카TV는 1세대 경영진 문용식 전 대표 체제와 지금의 서수길 대표 이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문 전 대표가 386세대를 대표하는 운동권 출신 최고경영자(CEO)였다면, 서 대표는 게임계의 거물로 통했던 인물입니다.

문 전 대표는 서울대 재학 시절 민주화추진협의회 '깃발' 사건으로 20대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끝에 아프리카TV의 전신인 한국출판정보통신을 설립, 두해 뒤인 1994년 PC통신 나우누리를 출시하며 커뮤니티 시대를 열었고, 2000년대 인터넷 등장 전까지 승승장구 했습니다. 변화 모색 속에 웹하드 서비스 피디박스(2002년)와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2006년)를 출시했으며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생중계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미디어라는 점에서 진보적 이미지와 함께 주목 받았습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이 일을 계기로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고, 피디박스서 영화파일을 불법으로 유통시킨 혐의로 검찰에 구속됩니다. 이후 문 전 대표는 경영진에서 물러났고 2011년 서 대표가 새 주인으로 이름을 올립니다. 서 대표는 아프리카의 별풍선 수익구조에 매력을 느꼈고 개인방송만을 집중, 육성하게 됩니다.

아프리카TV가 돈이 된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재야의 선수(?)들이 이곳에 모이게 됩니다. 지금의 인기 BJ인 대도서관, 윰댕, 김이브, 꺄루 등도 아프라카TV 초기부터 방송을 시작, 이용자들에게 조상급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이후 아프리카TV는 대중화의 길에 접어들지만 욕설과 성적 표현 등 극단적 자극 방송으로 수익(별풍선)을 내려는 BJ의 등장으로 숱하게 구설수에 오르게 됩니다. 아프리카TV는 국내 사업자에만 엄격한 규제를 들면서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 대표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논란이 된 BJ를 지적한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방송을 겨냥해 공식석상에서 심한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막말파문이 잠잠해질 무렵 터진 사건이 대도서관 사탭니다. 대도서관이 자신의 방송에 모바일게임 '아케론' 홍보대사인 시노자키 아이를 출연시켜 홍보방송을 했고, 이에 대한 송출료 문제에 대한 시비가 대도서관의 유튜브행 계기가 됩니다.

사실 BJ와 아프리카TV 사이에 허술한 약관이 문제가 됐을 뿐만 아니라 알음알음 홍보 방송이 퍼져 있었던 터였습니다. 아프리카TV는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을 겁니다. 반면 인기 BJ는 아프리카TV의 이러한 태도가 황당했을 겁니다. 인기 BJ는 이미 상당한 수의 팬을 거느린 스타가 됐으나, 아프리카TV는 그에 발맞춰 연예기획사 같은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겁니다.

대도서관의 유튜브행 1달 반이 지났습니다. 아프리카TV를 떠나간 BJ는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이용자를 둔 데다 BJ에 대한 규제도 덜하다는 점에서입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10월 스마트폰 국내 이용자의 유튜브 이용시간은 145조분으로 아프리카TV(17조분)에 비해 9배 많습니다.

아울러 시밀러웹에 따르면 아프리카TV의 11월 순방문자수는 690만명으로 전월비 1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프리카TV는 11월이 비수기임을 해명하지만, 인기 BJ 탈퇴 속 이용자 잡기에 대안을 내놔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긴 합니다.

더구나 국민 메신저 카카오가 내년 1인 방송 서비스에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밝힌 상태인데다 기존 방송 사업자 CJ E&M도 다이아TV를 마련하고 인기 BJ에 할애할 프라임타임대 방송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방에서 혼자만 방송을 하던 BJ에게 세련된 스튜디어와 편집 등 전문적인 기술을 맞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크리에이터(BJ) 육성이라는 장기적 과제로 보겠다고 밝혀, 아프리카TV의 수많은 BJ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아프리카TV가 그간 애써 키운 BJ가 쉽게 이탈해 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잘 키운 자식 하나 남 좋은 일 시키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수 있을 겁니다.

아프리카TV도 긴급 진화에 나섰습니다.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른 플랫폼에 동시 방송 송출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정책은 10월 말 내놓은 상탭니다.

그러나 집 나간 BJ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생각보단 낮아 보입니다. 앞으로 유튜브로 옮긴 아프리카TV 출신 BJ의 성과가 다른 BJ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변신을 거듭하며 생존해 온 아프리카TV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제는 BJ가 방에서 홀로 방송하던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겁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