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미래 직업교육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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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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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환 부천공업고등학교 교장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지난 11월 첫 주, 킨텍스에서 열린 한 대학의 EXPO에 다녀왔다.

공공 직업훈련기관이 모처럼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특성화고의 학교장으로 직업교육발전의 경향을 읽어볼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였다.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대한민국이 온통 일자리 문제로 힘들어 하는 지금, 미래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 가겠다는 한 대학의 패기있는 외침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갑작스레 쌀쌀해진 날씨에도, 행사장 앞에는 이미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다수의 대학이 전국적인 규모로 참여하는 행사도 아닌데, 한 대학이 개최하는 행사에 이처럼 많은 사람의 관심이 모아진 이유가 궁금해 발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답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체험자가 조종은 물론 촬영까지 체험할 수 있는 드론 비행부터 특수용접과 해양플랜트 설비를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용접체험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다른 한켠에서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피규어 제작과 서울시 교통량과 시민연령분포를 알기쉽게 분석하고 그래프로 보여주는 빅데이터 분석까지...

요즘 최대 화두인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긴 전시장를 따라 마주보며 이어졌다.

항공과 바이오, 섬유와 의료까지 분야도 폭 넓었다. 체험과 시연 프로그램만 무려 50여 종이라는 말을 들으니,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쉬는 발걸음이 아쉬웠다.

산업잠수사의 시연은 다른 박람회장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또다른 볼거리였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시연자가 물이 가득 찬 투명 수조안에서 용접 불꽃을 일으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지면 이목을 집중시켰다.

옆 부스에서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힘겨워 보였지만 신기한 듯 무거운 잠수장비를 착용하는 학생과 이를 연신 카메라에 담아주는 친구들과의 장난기가 정겨워 보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 필자의 발목을 잡은 곳은 따로 있었다. 인공지능(알파고)과 인간(이세돌)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대결, 세계인의 눈과 귀를 작은 TV모니터 앞에서 숨죽이며 지켜본 대국장의 긴장감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알파목’ 체험공간이다.

컴퓨터가 카메라로 바둑판과 바둑돌을 인식하고 다음 수를 계산, 3축 모터 제어를 통해 오목을 둔다.

인공지능으로 계산된 수를 사람이 대신 옮기는 ‘알파고’와 달리, 여기서 시연된 ‘알파목’은 한단계 더 나아가 기계가 직접 바둑돌을 놨다. 이 대학 학생 8명과 교수 1명이 직접 제작했다는 설명에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 

콘텐츠 수만큼이나 관람객도 다양했다. 중·고등학생 대상의 체험프로그램, 구직 청년을 위한 채용 공간, 중장년층과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과정 안내 등 풍성한 콘텐츠가 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행사장으로 옮기게 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행사장을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폴리텍대학은 2년제 전문기술인을 양성하는 취업률 높은 대학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용접, 주조 등의 뿌리산업과 전기, 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 위주의 산업인력을 주로 양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은 이미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급변하는 산업발전 트렌드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조용하면서도 옹골지게 직업교육의 틀을 바꿔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속 산업직종은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4차 산업직종은 파격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어느새 우리 곁을 밀물처럼 에워싸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미래 기술을 접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3만여 명의 참관객이 함께한 이번 폴리텍 EXPO의 교육적 가치는 매우 높게 평가할 만하다.

중등단계의 직업교육을 하는 교육자로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 많은 대학이 미래직업을 발굴하고, 전문 기술인의 꿈을 키워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변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길 바란다.

김문환 부천공업고등학교 교장[사진=부천공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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