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개조] '체면문화' 강한 대한민국… 고비용 결혼·장례문화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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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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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건수 및 조혼인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가는 일은 우리나라의 관혼상제 예법상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관혼상제에서 허례허식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사회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일종의 '체면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획일적인 유형으로 굳어진 한국의 고비용 혼례·장례 문화는 우리 한국인 모두가 시급히 버려야 할 대표적 허위의식이며, 보다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 비용, 절차 등 '한국 결혼식 문화'에 대해선 국민 75.4%가 "과도한 편"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전체 혼인건수'는 30만2800건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으며,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는 5.9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결혼식에 드는 비용의 부담으로 결혼을 늦추는 현상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달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모(33)씨는 "애초에 간소하게 식을 치르기로 얘기해왔지만 양가 집안 어른이 생각과 바람에 부딪혀 예상을 뛰어넘는 결혼비용이 들면서 이렇게까지 결혼식을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숨을 내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형식적이고 큰 비용이 드는 기존 결혼문화의 겉치레는 줄이고, 결혼의 본질적인 의미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에선 거품이 많이 낀 결혼식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 아래 시민청, 서울연구원 등을 저렴하게 대여하고 있어 예비 신혼부부의 이목을 끌고 있다.

또 대관료가 없는 어린이공원 숲속의 무대, 양재시민의 숲, 북한산 야외 조각 공원 등 공공장소를 소규모 웨딩 장소로 찾는이들이 늘어나 새로운 결혼 문화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관계자는 "허례허식적인 결혼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사회 지도층이 나서서 검소한 혼례의 본을 보여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례식장도 마찬가지다. 수천만원 짜리 수의와 수백만원대 관 등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우리 관습 탓에 저 세상으로 가는 길에도 바가지 상혼이 가득하다.

유족들은 가족을 먼저 떠나 보내는 슬픔에다가 장례 비용 부담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린다. 서울 대형종합병원의 장례비용은 빈소 규모 50∼100평, 조문객 300∼400명을 기준으로 3일장을 했을 때 900만∼14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평균일 뿐이다. 고인이 가는 길이 초라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신경 쓰다 보면 호화 수의와 황금색 관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염습을 하고 묏자리를 장만하거나 납골당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전통적인 대가족 체제에서는 여럿이 부담을 나눴기에 가능했지만, 핵가족을 이루는 현대사회에선 고비용 비실용적 장례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의료원과 서울시 추모시설인 '승화원'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지난해 5월 비용이 절반만 드는 '착한 장례 서비스'를 선보였다.

착한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면 조문객 200명 기준으로 식사비 240만원, 장의용품 대여비 173만원, 장례식장 사용비 91만원, 봉안비 60만원(자연장 기준), 장례차량 이용비 30만원 등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소한 장례문화가 우리사회에 스며들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겉치레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장례식은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돼 비용이 많이 들고 집안 과시를 위한 체면치레가 만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아직은 기존의 상조서비스를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여주기식에서 벗어나 고인의 삶을 기리며 의미 있고 건전하게 치러지는 방향으로 장례 문화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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