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기의 50대, 19세로 돌아가라!…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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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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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Again!

[1]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였다. 2000년대 중반 전 재산을 해외펀드에 투자해 257%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고, 대학 강단에서 나와서 시작한 프랜차이즈 사업은 업계 1위를 하면서 연일 억대의 금액이 입금되었다.

설립한 비영리법인 한류연구소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처럼 부와 명예를 동시에 안으니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었다. 무슨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것처럼 하는 일마다 잘 됐고, 자만과 오만이 하늘을 찔렀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선정한 우수광고주 11명에 선정되기도 하고, 장관상을 비롯한 각종 표창장을 받았다.

역삼동-회사, 도곡동-아파트, 외제차로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를 세상에 각인시켰다. 중소기업이지만 신입사원 평균 경쟁률은 500대 1로 인기가 있었다.

그야말로 아무 거칠 것 없는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였다. 겉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생활은 엉망이었다.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폭식은 덤이었다. 살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 비만에서 120kg 초고도비만이 바뀌었다.

자기계발은 고사하고 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거의 모든 형태의 성인병을 가지고 있었고, 매일 먹는 약의 개수도 계속 늘어났다.

밤만 되면 원인도 모르는 불안감으로 가슴이 뛰었다.

심각한 불면증으로 새벽 4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해도 무엇을 배우기가 너무 힘들었다.

노안이 왔고, 몸과 마음은 70대 노인보다 못한 상태였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다는 패배주의가 팽배해졌다.

사업에서의 성공은 솔직히 노력보다는 ‘타고난 돈에 대한 감각’과 운이 많이 따른 결과였다. 따라서 사업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과 같이 불안했다. 빛 좋은 개살구,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 때가 40대 중반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업은 한 순간에 무너졌고 악재는 겹쳐 일어났다. ‘도곡동 아파트’에서 명도 당하고 이사 간 집에서도 월세가 밀려 재차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아들은 학교 등록금도 못내 교무실에 불려가고, 슈퍼에서 썩은 과일 야채 한 상자를 1000원에 사서 연명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도 친척 등 그 어느 누구에게도 손을 벌린 적이 없었다. 사업가는 당장 내일 굶어 죽어도 ‘없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한 번은 친한 선배를 만나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창업 인큐베이팅 일을 하는 선배가 뜬 금 없이 ‘사업하는 사람들이 돈 빌려달라고 해서 귀찮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필자의 얼굴에서 어두운 그늘을 발견하고 궁한 소리를 하는 것으로 오해했었나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재기할 때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10억의 빚을 안고 있고, 120kg의 몸무게와 각종 성인병, 노안을 짊어진 상태로는 도저히 터널을 빠져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집안은 부유했지만 6살 터울 형과 함께 서울 유학을 하는 바람에 정말 비참한 소년기를 보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3 때까지 거의 매일 구타를 당했다.

복싱에 한다고 매일 몇 십 분씩 얻어맞았다. 엄동설한에 알몸으로 내쫒기기도 했고, 맞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힐 정도였다.

맞아서 실신까지 한 적이 있었고, 정신적으로 늘 불안한 상태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형은 당시 심각한 정실질환을 앓고 있었다.

필자의 학교생활은 어땠을까? 초등학교와 중학교 내내 가장 ‘모자란 아이’로 인식되었을 정도였다. 성적은 ‘응답하라 1988’ 덕선이 정도로 꼴찌에서 두 번째 정도였으니 정말 형편없는 학생이었다.

한 사람의 소년기를 완전히 말살했던 형은 거의 평생을 아무 일도 안 하고 살다가 정신병이 더 심해져 신림동 고시원에서 폐인처럼 살았다.

정말 미웠던 형이었지만 너무 망가져서 노숙자처럼 사는 모습에 측은지심이 생겼다. 형을 가슴 깊이 이해하고 모든 것을 용서한 것이다. 불쌍한 형을 고시원에서 나오게 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로 만들어 월수입 1000만원이 넘게 만들어 주었다. 이덕보원(以德報怨), 덕으로 원수를 갚았다.

얼마 전 졸업 30주년 홈커밍데이 행사로 모교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학교에 가니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형의 그늘에서 벗어났던 고등학교 생활은 나았을까?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패싸움을 주도해서 정학도 받을 정도의 문제아였다.

성적도 가관이었다. 고2 때 마지막 모의고사 결과는 전문대나 갈 수준이었다. 하지만 절치부심해서 고3부터 목숨을 걸고 공부를 했다.

재수 때는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학력고사 점수가 35점이나 올랐다. 높은 학력고사 점수에도 형편없는 9등급이라는 내신점수가 발목을 잡아 명문대에서 떨어지고, 후기로 서울 중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어는 상위 0.1% 안에 드는 성적으로 이후 카투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제대 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며 1991년 소련으로 유학을 떠났다.

형으로 인해 망가진 소년기는 결국 19살 열정적인 학습으로 회복된 것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필자와 같은 50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극도의 공포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퇴직을 앞두고 있고 인생 이모작으로 준비해야 한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이 다가오기에 두려움은 더하다. 앞으로 50년을 더 사는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어도 대다수는 위기에 처했던 필자보다 더 나은 형편일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단골 소재 중 하나가 바로 노인이 번개나 전기를 맞거나 혹은 시간이 거꾸로 흘러 다시 젊어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젊음에 대한 만인의 공통된 소망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된다.

사업 실패로 인한 최악의 상황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비록 벼락은 맞지 않았지만 19살 고3 때의 열정적인 자세로 돌아간 것이다.

스스로 개발한 다이어트로 6개월 만에 45kg를 감량해 고3 때 몸무게로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모든 성인병이 극복되었고 모든 약도 끓을 수 있었다.

심지어 노안도 스스로 고쳤다. ‘3일 1책’을 실천하였고,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히는’ 수준이 되었다. 학습능력이 고3 때보다 더 좋아져 스와힐리어를 배워도 잘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필자는 지난 50년을 질풍노도(疾風怒濤)와 같이 살았다. 이제 전혀 다른 삶을 지향하고 있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자’란 모토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

왼손잡이로 바꿨고, 돈이 샌다는 이름도 버리고 개명했다. 복식호흡을 생활화 하면서 삶에 여유가 생겼다. 밤마다 찾아오던 불안감은 완벽하게 사라지고, 웬만하면 밤 12시 이전에 취침에 든다. 평생 올빼미처럼 살아온 것에 비하면 가히 혁명적이다.

폭넓은 독서와 집중적인 공부를 통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했다.

컴맹이었던 2000년 유학 중 독학으로 공부해 정보통신(IT) 전문가가 되었었다. 사실상 2000년부터 해오던 분야였던 온라인평판관리를 사업화 시켜 순식간에 업계 브랜드파워 1위로 올라섰다.

새로운 사업에서의 성공은 ‘타고난 돈에 대한 감각’과 운보다는 각고의 노력의 결과여서 더 의미가 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지금 50대가 가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는 전 세대를 통 털어 가장 클 것이다.

새로운 50년을 소극적이고 패배주의로 맞이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19 Again!’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치열했던 고3 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모든 것을 리셋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번개나 전기를 맞지 않아도 다시 젊은 시절의 몸과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야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누구 말처럼 우주에 흔적을 남겨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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