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블랙버드’ 15년 만에 찾아온 그녀, 복수일까 화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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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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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두 살 소녀와 중년 남자의 금지된 사랑 소재

  • 11월13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서 공연

우나 역의 배우 옥자연(왼쪽)과 레이 역의 조재현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수현재컴퍼니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두 남녀가 있다. 여자는 열 두 살 소녀 시절 당시 삼십대였던 이 남자와 성관계를 맺는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20대가 된 여자는 15년 만에 남자를 찾아온다. 여자의 방문은 복수를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화해를 위한 손짓이었을까.

연극 ‘블랙버드’가 지난 15일 개막했다. ‘소아성애자'(아이에게 성적 관심을 갖거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통칭)라는,  다소 불편한 소재를 다룬 이 연극은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됐다. 그 이후 영국 비평가상 베스트 희곡상과 영국의 토니상이라 불리는 로렌스 올리비에상 베스트 희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블랙버드’는 미성년자 성적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수감생활을 마친 후 이름을 바꿔 새 삶을 살고 있는 50대 남자 레이와 사건 이후 주변의 따가운 시선속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20대 여자 우나의 얘기를 담고 있다.

공연은 레이와 우나의 치열한 신경전속에 진행된다. 과거에 대한 기억의 파편을 맞추는 과정에서 전개되는 두 인물의 갈등은 관객의 눈을 한시라도 떼지 못하게 붙잡아둔다. 슬픔과 분노에 치민 듯한 우나의 감정과 답답한 마음속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레이의 모습이 한 치의 물러섬없이 맞선다.


 

레이 역의 배우 조재현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수현재컴퍼니 제공]




레이 역에 캐스팅된 배우 조재현은 우나의 아픔을 외면하는 비겁한 연기를 적절하게 소화하며 보는 이의 분노를 잘 자아낸다. 노련한 연기는 우나의 넘치는 설움과 울분을 자연스럽게 받아내고, 공연 중간에 나오는 맛깔스러운 욕설은 긴장되고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우나 역을 맡은 배우 옥자연과 채수빈은 각자 색깔로 상처많은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한다. 옥자연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상대방을 압도하는 눈빛으로 분노가 절정에 달한 우나를 보여준다면, 채수빈은 가슴 절절한 연기와 레이의 감정에 호소하는 또 다른 우나의 면모를 선보인다.


 

우나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배우 옥자연이 분노에 찬 연기를 하고 있다.                                  [사진=수현재컴퍼니 제공]




무대 역시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컨테이너 박스와같은 사무실은 부실하게 지어진 듯한 느낌으로 불안한 두 인물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사무실 안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은 복잡한 상황을 더 어지럽게 보이는 효과를 낸다.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우나가 이미 죄 값을 치른 레이를 15년 만에 찾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원작의 작가인 데이비드 해로우어는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않는다. 공연 마지막까지 결말에 대한 부분은 관객의 몫이다.

공연은 11월13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이어진다.


 

우나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배우 채수빈이 가슴 절절한 연기를 하고 있다.                                 [사진=수현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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