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행복한 시골' 평창군 대관령면 눈꽃마을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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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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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니스트(문학박사)

평창의 한 펜션 창문에 드리운 가을 단풍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강원도 평창군(군수 심재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곳이다. 지난 1월 뉴욕타임스는 새해를 맞아 선정한 '2016년 가봐야 할 여행지 Top 52'에 평창을 꼽으며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한국(평창)에 가서 스키를 타자"라는 추천을 곁들었다.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2일까지 총 14일간 한국관광공사는 온라인 설문조사와 전문가 심사를 통해 '2015년 베스트 그곳' 1위로 평창을 선정했다. 평창은 '효석문화마을' '백룡동굴' '대관령 목장 등을 중심으로 92.2점의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배경이자 해마다 9월이면 소금을 뿌려놓은 듯 메밀꽃이 피는 효석문화마을에서 우리는 장돌뱅이 삶의 애환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절대 암흑을 체험할 수 있는 미탄면의 백룡동굴과 함께 대관령면의 목장들이 함께한 것이다.

대관령에는 어렸을 때 봤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 같은 만화에서나 볼 법한 목장들이 있다. 한여름 싱그러운 풀잎을 뜯는 양들의 평화로운 모습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힘겹게 대관령을 넘는 목동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다. 삼양목장의 에코그린캠퍼스와 하늘목장 등이 자리한 대관령면의 목장에 오르면 미래에너지로 각광을 받는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대관령면 하늘목장에서 바라본 풍력발전 바람개비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대관령을 넘는 세찬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생명을 유지하는 강한 들풀과 야생화는 희망찬 강원도와 평창군민들의 공동체를 상징하는 듯하다. 실제로는 밝은 햇볕 아래에서 구름이 지나가며 잎새에 그림자와 빛이 바뀌는 명암의 변화를 통해서 낮과 밤, 긍정과 부정, 고통과 행복의 교차를 보여주기도 한다. 비바람과 함께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 등 한순간도 같지 않은 풍경은 평창군민의 인생도 그러함을 상징하는 걸까?

세찬 바람은 열악한 현실인 동시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군민들에게는 도약의 계기가 되는 자극이 될 것이다. 미래에너지 풍력발전을 위한 바람개비는 낭만적인 네덜란드의 풍차가 아닌, 급변하는 현대도시문명과 어쩌면 아름다운 자연환경보호와 조화를 이뤄야 하는 '불편한 미래'를 의미할 수도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미래소년 코난에 나온 '인더스트리아'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평창 700의 또 다른 메타포를 드러나게 할 수도 있다.
 

오대산 월정사 문화축전 '탑돌이' 장면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박정우 강원문화관광해설사 협회장(대관령면 횡계9리 이장)이 기억하는 옛 기억은 참으로 행복하다. 어렸을 때 일이긴 하지만, 지금도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고 한다. 시골집은 문을 잠그지 않는다. 심지어 차문조차 잠그지 않고 열쇠도 차에 넣어 둔다. 급한 사람이 언제든 빼서 쓰라는 것이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 나가려고 할때 차가 없으면 이웃집에서 "급히 썼는데, 금방 온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차는 오고 서로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집에 간다. '아침 밥이 남아 있으니 거기에 김치 얹어 먹고 나가야지'라는 생각에 부엌에 갔더니, 밥솥 옆에 쌀이 한 주머니가 있고 국 한 그릇이 놓여 있다. 뭔가 봤더니, 지난밤 술을 먹고 아침을 늦게 먹은 이웃집에서 밥을 빌려가고 대신 쌀과 해장국을 둔 것이다. 그것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저녁엔 시골의 한 집에서 부부싸움이 시작된다. 옆집에서 밥먹다가 나와서 싸움을 말린다. 서로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부부싸움은 진정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싸움은 전염된다. 비슷한 고민과 걱정, 애환이 있어서 그런가? 그래서 평창의 한 시골마을은 어느 한 집이라도 한 번 부부싸움이 시작되면 동네 사람 모두가 한 번씩 부부싸움을 해야 겨우 끝난다고 한다. 

행복한 시골 마을 눈꽃마을은 이렇게 행복 바이러스를 온동네 퍼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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