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혁신 앞세운 중국 민영기업 '굴기' 시대…국유기업은 '수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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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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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개방 초기 성장 견인차 국유기업

  • 정부 비호아래 몸집만 커지고 비효율

  • 민영기업 BAT 등 경제 구조개혁 앞장

  • 글로벌 M&A, 창업으로 새 엔진역할

  • 국유기업 구조조정 벤치마킹 대상으로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1. 아시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놓고 겨루는 두 기업이 있다. 중국의 양대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시총 1위는 중국 최대 국유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이었고, 지난해에는 중국 최대 국유 정유사 페트로차이나였다. 하지만 혁신으로 무장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굴기 앞에이들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 중국 유명 경제평론가 우샤오보는 "중국 1선 도시가 현재 ‘북상심광(北上深廣, 베이징·상하이·선전·광둥)’에서 광둥을 빼고 항저우를 더한 ‘북상심항(北上深杭)’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1선 도시 후보 물망에 오른 항저우는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를 배출한 도시로 중국 민영기업의 요람지로 불릴 만큼 민영 경제가 활발한 곳이다. 지난 해 중국 GDP 1조 위안 도시 대열에 합류한 항저우는 경기 둔화 속에서 올 상반기 10.8%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1인당 GDP는 약 1만6000달러로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후룬연구소에 따르면 항저우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억만장자 수가 32명이다. 프랑스 파리(30명), 미국 샌프란시스코(28명)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는 중국에 불고 있는 혁신과 창업 바람 속에 신생 민영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에 바야흐로 국영기업이 득세하고 민영기업이 쇠퇴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시대가 가고 ‘국퇴민진(國退民進)’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국유기업 개혁 나선 ‘BAT’

중국의 민영기업들은 개혁개방 초기 정부가 미는 국유기업들에 밀려 수십 년간 존재감이 희박했다. 1970년대 중국 전체 경제의 1%도 채 되지 않았던 민영기업은 오늘날 중국 경제 GDP의 60%를 차지하고 세수의 50%, 교역액의 70%, 일자리 80%를 창출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1978년 중국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국유기업은 정부의 보호 아래 몸집만 비대해졌지 비효율과 부실의 대명사가 되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유기업의 자산은 총 128조 위안, 그러나 올 들어 1~8월 순익은 1조5000억 위안에 불과했다. 올해 발생한 디폴트 중 70% 이상이 중앙국유기업이나 지방국유기업이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중인 국유기업의 빈 자리를 대신해 민간기업이 고용 창출과 혁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며 경제성장의 새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영문 이니셜)'로 대변되는 중국 인터넷기업들은 중국 경제구조 개혁에 일조하면서 국유기업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 최대 정유회사인 시노펙이 알리바바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지 알리바바로부터 빅데이터 분석 및 자료 저장 등의 클라우딩 컴퓨팅 기술에 대한 지원을 받는가 하면, 국유기업인 중신그룹은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중국 대표 검색업체 바이두와 손 잡았다. 인터넷 기업의 혁신 유전자(DNA)를 국유기업에 이식함으로써 국가 주도의 경제 시스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

특히 중국 정부는 금융 분야의 국유은행 독점체제를 깨기 위해 국유은행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년 알리바바, 텐센트 등에 민간은행 설립을 허용했다.

알리바바 주도의 마이뱅크, 텐센트 주도의 위뱅크 등 민영은행들은 이제 국유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영세기업들의 대출처로 떠올랐다. 지난해 초 개업한 위뱅크를 직접 찾은 리커창 총리는 직원들에게 “당신들은 개척자”라고 격려하고 인터넷 금융기업 발전을 지원사격했다.

출범 첫해 민영은행의 실적도 꽤 고무적이었다. 위뱅크의 신용대출 상품인 웨이리다이(微粒貸)가 출시된지 1년만에 누적 대출액이 400억 위안을 초과했고 대출상품 이용고객수가 3000만명을 넘어섰다. 마이뱅크도 올 2월까지 영세기업 고객 수가 80만 곳을 넘어서며 신규 대출액만 450억 위안에 달했다.

특히 마이뱅크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금융회사인 앤트파이낸셜는 낙후된 중국 금융산업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그야말로 중국 금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750억 달러까지 치솟으며 이미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추월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산하에 모바일 결제시스템 알리페이를 비롯해 소액대출·자산관리·재태크·보험·신용평가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불편하고 까다로운 신용카드 대신 모바일 결제를 선호하면서 알리페이는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을 장악하며 국유은행은 물론 유일무이한 공룡 카드사인 유니온페이에도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앤트파이낸셜의 선전은 올 상반기 구조조정 칼 바람에 중국 4대 국유은행이 2만 여명을 감원한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글로벌 M&A 첨병이 된 민영기업

과거 국유기업이 주도하던 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민영기업의 굴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프라이스워터쿠퍼스(Pwc)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기업의 해외 M&A 거래는 모두 493건, 액수는 1343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민영기업의 M&A 건수가 이미 국유기업을 추월했다는 점이다. 특히 상위 20개 초대형 M&A의 3분의 2는 민영기업이 추진한 것이었다.

'문화 제국'을 건설중인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완다그룹은 올 들어 7월까지 진행한 M&A 규모만 160억 달러 어치에 달한다. 올해 완다그룹은 미국 4위 영화관체인 카마이크, 미국 영화 제작배급사 파라마운트 픽처스,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등을 잇달아 사들여 시장을 놀래켰다.

텐센트도 올 들어 미국 라이엇게임즈와 세계 모바일게임 1위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핀란드 게임 개발사 수퍼셀을 86억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는 독일 첨단 로봇업체 쿠카에 이어 일본 도시바 가전사업부문을 집어삼켰다.

최근 중국 자본시장 발달로 민영기업들의 대출이 더욱 수월해지면서 M&A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M&A 분야도 과거 국유기업 위주의 전통산업에서 점차 최첨단 제조업·소비·미디어·엔터테인먼트 방면에서 M&A가 이뤄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민영기업의 파워는 증시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신경제' 주식으로 불리는 정보기술(IT), 바이오, 의료기기 및 서비스업종 등 중소기업, 벤처 주식이 대거 상장해있는 곳이 바로 선전증시다. 선전증시는 전통 국유기업이 몰려있는 상하이 증시보다 전체 시가총액은 작지만 상장기업 수나 거래대금 방면에서 이미 상하이 증시를 추월한 지 오래다. 

중국 토종 전기차 기업 비야디, 완다그룹의 완다시네마, 가전업체 메이디 등이 선전증시에 상장된 유망종목들이다. 더군다나 오는 11월 홍콩과 선전 증시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이 개통되면 선전증시의 신흥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의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춘 500대 기업…여전히 국유기업 '천하'

하지만 중국 민영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여전히 멀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기업 110개 중 90여개는 여전히 국유기업이다. 국가전력공사(2위). 페트로차이나(3위). 시노펙(4위), 공상은행(15위) 등이 여전히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순위에 이름을 올린 중국 민영기업은 타이핑양건설그룹, 화웨이, 레노버, 징둥그룹, 지리자동차 등 몇 개에 불과하다. 'BAT'는 아직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에 중국 정부도 경기 둔화 속에서 '제2의 알리바바'를 만들기 위해 각종 세제혜택, 금융지원, 민관협력사업(PPP) 등 민영기업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가세무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정부가 창업 및 중소 영세기업 지원을 위해 지원한 세금감면 혜택이 3000억 위안에 달했다. 또 중소기업 창업 혁신 활성화를 위해 600억 위안의 발전기금을 조성하는가 하면 올해 약 200조원 규모의 대규모 민관협력사업(PPP) 계획을 발표하며 도로, 항만, 철도 등 기초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는데 민간기업의 동참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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