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애덤 스미스의 1800년 선배, 사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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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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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학교 중국법학과교수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려고 함은 인간의 본성으로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다.
<사마천(司馬遷, BC 145~BC86) 『사기』, ‘화식열전’>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 제조업자들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개인적인 이익추구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 『도덕감정론』>

만족은 성공의 적이며 기업의 무덤이다. <류융하 (劉永好 중국 최장수 슈퍼리치)>




▲음풍농월, 탁상공론 일삼는 선비들은 가라!

사람의 귀와 눈은 음악과 여색을 충분히 즐기라고 존재한다. 입은 온갖 고기 맛을 다 보라고 있으며 몸은 편안하고 마음은 권세의 영화를 자랑하라고 있다. 정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욕망을 서서히 충족시킴으로써 백성을 감동시켜야 한다.

현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손쉽게 부자가 된 자들을 고무하고 격려해왔으면서도 부자가 되려면 농사가 최고이고 상공업이 중간이며 사기를 쳐서 부자가 되는 것은 최하라고 말해왔다.

그러니 묻겠다. 산속에 은거하며 음풍농월(吟風弄月)이나 일삼는 선비에게는 참다운 덕행이 있는가? 또 오래 빈궁하면서도 인의를 탁상공론하길 좋아하는 선비는 참으로 본받을 자인가?

사실 그들은 수치스러운 자들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열 배 부자이면 그를 헐뜯고 백 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며, 천 배가 되면 그에게 고용당하고, 만 배가 되면 그의 노예가 된다. 이것이 인간사회의 보편적 도리다.

위 글은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 일부를 발췌하여 구어체로 번역해본 글이다. 21세기 오늘을 사는 현대인이 보아도 전혀 예스럽다거나 촌스럽다거나 심지어 고전(?)스럽다는 느낌조차 안 든다.

그때 벌써 중국 땅에는 상하귀천 남녀노소 구별없이 사회전체가 은성한 경제생활을 누렸고 현대 경제학의 원리와 함께 자본주의적 경제 마인드가 지배할 수 있었던 사회였다니......,

▲애덤스미스의 1800년 선배 사마천

사마천은 한 나라의 경제정책은 자연과 시장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최상책이라면 시장을 국가가 통제하는 것은 최하책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추진하는 경제관과 일치한다. 재산과 부귀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많은 사상가에 의해 이미 충분하게 입증되었다.

서양의 사상가들은 인간의 식욕과 성욕이라는 동물적 본능을 규명함으로써 그로부터 이익만 좆고 손해는 피하려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을 도출해냈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 경제학 체계도 사회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의 동기를 기본명제로 하고 있다.

사마천 탄생 후 1800년이 지나서야 유럽에서 시작되었던 이러한 자유경제사항을 아득한 옛날 옛적에 주창하였던 대선각자, 사마천.  그 한 개인보다는 오히려 그를 낳을 수 있었던 당시 중국사회의 선각성과 풍요성이 더욱 놀랍다. 인간의 원초적인 자본주의적 본능에 대한 성찰에 대해 서양인보다 수 천년 빨랐던 중국인들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 오랜 세월 그들과 이웃하며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여온 우리로서는 이러한 ‘실존’이 여간 자랑스럽고 고무적인 것이 아니다.


▲중국 전 총리, 애덤 스미스 애독자

"나는 매일 일과를 누리꾼들이 보내온 이메일에 답신을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국민은 정부가 무슨 일을 하고, 하려고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할 권리와 정부 정책에 비평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 국민과의 소통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인터넷을 통하여 교류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지금에는 온라인 소통이 더욱 필요하다."

이는 원자바오(溫家宝) 전 중국 총리가 2009년 3월 28일 3억 여명이 참여한 누리꾼들과의 90분간 실시간 대화에서 나온 발언이다. 익명성이 보장되어서인가. 누리꾼들은 빈부격차, 부패, 금융위기, 부동산, 농촌, 교육, 의료 등 갖가지 문제들에 대해 거리낌 없이 물었다.

'금콩콩 은콩콩'이라는 ID의 누리꾼은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 문제를 따졌다. 원 총리는 "최근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읽고 있다. 책에는 '시장'과 '도덕'이라는 보이지 않는 두 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가 소수에 독점되고 있는 중국의 현 상황은 도덕을 무시하고 시장만을 보고 달려온 후과"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ID '바람의 상상'은 만연한 부패문제를 물었다. 원 총리는 "경제발전과 공평한 사회와 청렴한 정부는 국가를 안정시키는 3대 기둥이다. 그중에서도 청렴한 정부가 제일 중요하다. 부패는 제한받지 않는 권력의 과도한 집중에서 나오는데 정부는 부패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이 기사를 접하며 두 번 놀랐다. 14억 대국의 총리가 누리꾼이 보낸 이메일에 답장을 써주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다니. 물론 보여주기 위한 '쇼'일 수도 있으나 중국 총리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익명의 누리꾼들과 90분동안 실시간 대화를 했다는 뉴스가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알고 보니 사실이라서 나중에는 눈물 나도록 부러워졌다. 우리도 익명의 누리꾼들과 실시간 공개난상토론은 아니더라도 누리꾼이 보낸 이메일에 답신을 쓰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총리가 나왔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 대국 중화인민공화국’의 1.5인자 국무원 총리(중국 정치체제상 중국의 총리는 내각책임제 국가의 총리보다는 못하지만 대통령 제하의 총리보다는 높고 강력하다)가 사회주의 경제학의 비조 마르크스의 ‘자본론’ 대신에 자본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스미스를 언급하다니......, 그것도 ‘국부론’이 아닌 당시 보도 듣도 못한 ‘도덕감정론’을.

애덤스미스하면 그저 ‘국부론’ 만 알았던 무식한 필자는 ‘도덕감정론’이 ‘국부론’ 못지않은 거작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국내에서 올해 2월에서야 출간된 본격 번역본을 접하기까지는.

강효백 경희대학교 중국법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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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서적

강효백,『중국인의 상술』, 한길사, 2002
강효백, 『중국의 슈퍼리치』, 한길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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