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軍의 지진피해 대민지원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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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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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지진 대응체계 정립…지원 요청 있어야 병력 투입

  • 뉴질랜드·일본, 조속하고 확실한 대민지원…우리 군도 선제적 대응으로 정비 시급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경주를 강타한 강진과 여진으로 부실한 지진 대응체계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우리 군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유사시 최일선에서 국민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군의 특성상 해외 모범사례를 본받아 보다 철저하고 구체적인 대민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전체 병력의 15% 투입, ‘뉴질랜드’

환태평양 지진대, 일명 ‘불의 고리’에 있는 국가들 중 일본이나 뉴질랜드 등은 지진에 대한 군의 대응체계가 제대로 확립돼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국가는 군의 임무를 전투뿐만 아니라 재해재난에도 대응하는 포괄적 안보개념으로 적용하고 있다.

초·중·고교에서부터 지진 대비 훈련을 실시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지진에 대한 대비가 철저한 뉴질랜드에서 군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2월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에서 뉴질랜드 방위군(NZDF)은 신속한 작전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뉴질랜드 제2의 도시이자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에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해 대규모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NZDF는 사상 최대인 17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2011년 기준 NZDF 병력은 총 9800여명으로, 전체 병력의 약 15%가 대민지원에 나선 것이다. 육·해·공군에서 항공기 10대, 다목적 특수차량 77대, 장갑차 28대, 함정 4대 등도 투입됐다.

NZDF는 피난민들을 이송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무너진 도로와 상점, 가옥의 복구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에게 식량 및 각종 구호물품을 전달했으며, 수질 관리와 전기, 수도, 가스 설비의 보강 및 교체 작업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뉴질랜드 방위군(NZDF)이 크라이스트처치에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한 지난 2011년 2월 대민지원을 펼치고 있다.[사진제공=NZDF]


◆ 지진 1시간 만에 병력 급파, ‘일본’

지진이 잦은 이웃나라 일본 역시 군이 다양한 대민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본격적으로 지진피해 대민지원을 시작한 것은 동일본대지진(2011년) 이전까지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됐던 한신대지진 이후부터다.

1995년 1월 효고현 고베 지역에는 규모 7.2의 강진이 강타했다. 사망자만 6400여명에 이르는 등 최악의 피해를 낸 한신대지진에 일본 자위대는 체계적인 지진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을 기다리다 초동조치를 놓쳤다는 비판이 일자 자위대는 관련 법규를 재정비하고 실전형 대비훈련을 마련했다.

자위대는 이후 매년 정기적으로 방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 정부가 ‘도쿄 서쪽에 규모 7.3 지진이 발생해 2만3000명이 사망했다’는 가정 하에 실시한 훈련에는 자위대부터 시민까지 민관 167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4월 일본 남부를 뒤흔든 구마모토 지진 당시 자위대의 조속한 투입 및 지원은 평상시 철저한 훈련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위대는 지진 발생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피해현장에 급파됐고, 이틀 만에 도로를 복구했다. 파견된 자위대 병력 규모는 2만여 명이었다.

◆ 우리 軍, 매뉴얼은 있지만…선제적 대응 미흡

뉴질랜드나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 군의 지진 대응체계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 다른 자연재해에 대비한 대민 지원 체계는 잘 갖춰진 반면, 흔치 않았던 지진과 관련한 지원 체계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진 관련 대민지원체계는 지난 2013년 실무매뉴얼을 정비하면서 모양을 갖췄다. 당시 정부의 위기관리 실무매뉴얼 정비 지시에 따라 군 당국은 지진 대민지원체계를 제·개정했다. 행동매뉴얼을 작성하고 부대 책임과 역할을 구체화했지만 선제적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군 병력의 투입 등 대민지원은 중앙부처나 재난안전대책본부, 지자체의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긴급한 경우 ‘선(先)지원 후(後)보고’라는 예외 규정이 있지만 대체로 국방부에서 지원 요청을 접수받은 후 다시 각 군에 지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이번 경주 지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진 이후 국방부 측은 대민지원 계획을 묻는 질문에 “현재까지 요청받은 것은 없지만 항상 지원을 위한 대비를 하고 있다”며 “요청이 오면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선제적 대응이 불가능한 현재 군의 대민 지원 체계에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지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경주 지역에서 규모 3.5의 여진이 발생한 지난 21일 파손된 기와지붕을 보수하고 있다.[사진제공=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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