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영택 원장, 경찰·소방관에 무료 수술…돈보다 눈이 먼저인 '기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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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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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11'·홍제동 화재때 소방관 순직 계기, 희생 감수하는 사람들 돕고 싶다 생각

  • 재정부담 시달리는 안구이식 환자 배려 개인병원 유일 '돈 안되는' 안은행 운영

  • 취학전 어린이 시력검진·해외봉사도

  • 연구·논문작성·신기술 개발도 꾸준히

  • 스마일라식 절개 최소화 국제특허 출원

정영택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돈을 벌면 의미 있는 곳에 쓰라고 말하는 지인들이 많았어요. 자연스레 제가 가진 재능을 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죠."

정영택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55·사진)은 활발히 재능기부를 하는 의사로 꼽힌다. 소방관과 경찰관에겐 시력고정 수술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이에겐 시력검사를 무료로 해준다. 의료봉사도 빼놓을 수 없다. 개발도상국을 직접 찾아가 눈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진료하고 수술도 한다.

처음부터 열심히 했던 건 아니다. 전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정 원장은 모교 병원에서 교수로 일했다. 진료와 연구에만 집중했다. "사회봉사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그다.

개원을 결심한 2001년. 당시 일어난 두 가지 사고가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해 서울 홍제동에서 일어난 주택 화재사고와 9월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다.

홍제동 화재 때 불을 끄기 위해 출동한 소방관 6명이 건물에 매몰돼 순직했다. 9·11 테러에선 343명의 소방관이 화재 진압과 피해자 구조 활동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두 사건 모두 소방관의 도움을 받았고 이들의 큰 희생이 있었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달랐다고 그는 말했다.

"소방관을 영웅으로 대접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으로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소방관을 위해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정 원장을 전했다.

정 원장은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자신 있는 시력교정 수술을 소방관에게 해주기로 했다. 소방관들이 시력을 되찾아 안경을 벗게 되면 열악한 작업 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2001년 대학병원을 나와 전주에 개인 병원을 열었다. 동시에 전북 지역 소방관에게 무료 시력교정 수술을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경찰들에게도 수술 요청이 들어오자 2003년 재능기부 범위를 경찰로 확대했다.

2006년부터는 취학 전 어린이에게 무료 시력검진도 하고 있다. 같은 해 예수병원 의료선교단(PMC)의 요청으로 자외선이 많은 스리랑카 고원지대를 방문해 안과 진료와 백내장 수술을 했다. 지금은 비전케어서비스(VCS)와 함께 스리랑카 의료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350명이 넘는 소방관과 경찰관이 무료 수술을 받았다. 스리랑카에선 200여명의 백내장 환자가 눈 건강을 되찾았다. 이런 공로로 2014년엔 대통령 표창을, 앞서 2004년엔 보령의료봉사상을 받았다.

정 원장은 "소방관과 경찰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 무료로 시력교정 수술을 제공하고, 사회적으로 제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생각"이라며 "이런 노력이 사회 전반에 형성돼 우리나라 전체가 좀 더 밝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영택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지만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난시교정술과 스마일라식 병합술 등 안과 관련 논문 29편을 썼다. 그중 3편은 학술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급 학술지에 실렸다.

새로운 치료법도 여럿 개발했다. 그는 20년 이상 쌓인 각막이식 경험을 바탕으로 레이저를 사용하지 않고 미세나이프로 각막 주변부를 살짝 터주는 난시 수술법을 내놨다.

보통 난시가 있으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착용이 불편하다. 운동을 하거나 눈을 깜빡이면 안경이나 렌즈가 움직여 어지럽거나 시력이 흐려지기 십상이다. 근시만 있는 사람에 비해 각막 깎는 양이 늘어나 부작용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 시력교정 수술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각막 중심부를 맞춰 정확한 시력교정을 해주는 '센트레이션 기법', 교정된 각막 내부를 한 번에 분리해 각막 손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인 '스윙테크닉' 등도 개발해 국내·외 학회에 소개했다.

'스마일라식 1㎜ 최소절개창 제작 기술'도 정 원장이 만든 시술법 중 하나다.

라식은 각막 일부를 잘라내 절편(플랩)을 만든 뒤 그 아랫부분을 레이저로 치료하고 각막 뚜껑을 다시 덮는 시술이다. 보통 잘라내는 각막 두께는 24㎜ 정도다. 이처럼 각막을 깊게 절개하면 신경 손상이 심할 수밖에 없다. 또 눈물 분비량이 줄어 안구건조증이 심해진다. 야간 빛 번짐 등의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한다.

정 원장은 이를 1㎜ 이하로 줄였다. 독일에서 개발된 기존 '스마일라식'(2~4㎜)보다도 훨씬 적은 것이다. 이 기술은 올 3월 국내 특허를 획득했다. 

국내 의료진이 스마일라식 기술 관련 특허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 개발된 시력교정법을 한국 의사가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점도 의미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해외 학술대회에도 자주 초청된다. 이달 초 미국에서 안과 관련 학술대회에서 강연을 펼친 데 이어 11월엔 캐나다 학회에 강연자로 참석한다.

정 원장은 "시력교정 수술에서 절개량은 수술 후 시력의 질을 좌우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주는데, 각막 손상이 적을수록 부작용 없이 편안한 시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스마일라식 1㎜ 최소절개창 기술은 현재 국제 특허를 출원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전주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정 원장은 2014년 서울로 올라왔다. 대한민국 의료 중심지인 서울, 그중에서도 국내 전체 시력교정 수술의 절반이 이뤄지는 강남에 새 병원을 열었다.

기술력과 연구 성과, 시술 성공률을 볼 때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안전보다 비용에 초점이 맞춰진 일부 환자들의 생각도 바꾸고 싶었다.

시력교정 수술은 각막 손상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떨어진 시력을 교정하려면 눈 보호의 최전방인 각막 손상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한 번 수술하면 되돌리기도 어렵다.

정 원장은 "모든 수술이 마찬가지지만 눈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고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영택 온누리스마일안과 원장이 시력교정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개인 안과로는 유일하게 '안은행'도 운영 중이다. 기증자에게서 떼어낸 안구는 1~4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이식을 해주려면 안구가 최대한 좋은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 안은행은 이식 때까지 안구를 보관·관리하는 기관이다.

사실 안은행은 돈이 안 되는 곳이다. 정 원장은 안구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과감하게 안은행을 만들었다.

안은행이 없으면 안구를 외국에서 기증을 받아 들여와야 하는데 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미국의 경우 안구를 기증받으려면 200만~400만원을 기부해야 한다.

정 원장은 "자체적인 안은행 운영과 함께 100% 국내 기증으로 각막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며 "환자 부담을 낮추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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