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문 매각… 지배구조 개편·조직슬림화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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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0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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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삼성그룹이 프린터사업부문을 떼내 휴렛패커드(HP)에 매각하기로 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조직 슬림화를 통한 새 먹거리 사업 강화 외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 마련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양사간 이번 빅딜은 성장 정체 산업인 PC·프린터 산업의 구조조정을 예고케 한다.

총 2조원대 규모로 예상되는 이번 거래는 2014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삼성그룹의 계열사 및 사업군 구조개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은 이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와병에 들어간 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넘겼고, 이듬해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케미칼 부문을 롯데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전자·물산지주, 금융지주로 나뉘는 지배구조 개편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앞서 지난 달 18일 삼성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금융 계열사인 삼성증권 지분 8.02%(613만2246주)를 삼성화재로부터 매입하기로 했다.

이번 매입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은 11.14%에서 19.16%로 늘어난다. 금융지주가 되기 위한 조건(자회사 지분 30%)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사양 산업을 매각하고, 금융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장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는 의도다. 여기서 이 부회장은 계열사·사업군 매각의 기준으로 사업을 더 키워줄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 내에서는 비중이 작고, 수익성은 낮지만 업계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러한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업체와 빅딜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화와 롯데의 품으로 간 옛 삼성 계열사들이 단기간에 새 주인과 융합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프린터 사업의 새 주인으로 HP를 택한 것 또한 이러한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맞물려 있다. HP는 삼성그룹과 함께 컴퓨터·프린터 등 IT 기기사업을 함께 진행해 양사간 기업문화에 익숙하다. 한 때 세계 최고의 PC·프린터 기업이었던 HP는 모바일 사업으로의 전환에 실패하면서 사세가 기운데다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급성장한 레노버 등 중국업체들의 물량공세에 밀리고 있다.

이에 지난해에는 회사를 프린터·PC 사업부가 포함되는 지주회사 격인 HP 주식회사와 기업 하드웨어·서비스를 담당하는 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로 분사했다. 이를 통해 최근에는 3D 프린팅 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HP가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을 인수하면, 삼성전자가 키워 온 기업간거래(B2B) 사업군 및 네트워킹 솔루션 노하우를 받을 수 있게 돼 프린터 사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B2C·B2B는 물론 공공기관을 고객으로 하는 B2G 시장의 점유율도 높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원을 얻을 수 있다. 이에 양사간 빅딜은 시너지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매각이 사업구조 개편 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으나 이는 무관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매각대금이 이재용 부회장이나 삼성물산으로 들어간다면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로 귀속되고, 무엇보다 삼성전자 현금보유액이 큰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사업부문을 키우고, 비핵심사업 부문을 줄이는 성향의 연장선상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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