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상인種의 나라" 중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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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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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맨틀은 시장…중국인의 멘탈은 황금

[강효백 경희대학교 중국법학과교수]


“세계를 사고 세계를 팔아라” (買世界, 賣世界)
< 중국 최고(最古)상설시장, 한정제의 표어>

“나는 돈을 사랑한다. 돈도 나를 사랑한다”(我愛錢, 錢也愛我)
<중국최초 백만장자, 넨광주(年廣久)>

"중국의 맨틀은 시장이고 중국인의 멘탈은 황금이다. "
<문협(文俠) 강효백>




◆중국의 맨틀은 시장

중국 땅 서쪽 절반 대부분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사막과 황무지, 고산지대이고, 나머지 동쪽 절반에 경제력의 9할이 쏠려 있다.  

그 동쪽 절반 중국 경제지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성(省)이 후베이(湖北)다. 후베이의 중심도시 우한(武漢)에서 동서남북으로 1000㎞ 정도를 가보자, 각각 상하이·충칭·광저우·베이징이 나타난다. 이들 중국의 4대 주요도시를 야구장의 홈, 1루, 2루, 3루라 치고 이를 서로 연결하면 다이아몬드 모양이 나온다. 바로 그 다이아몬드의 중심부, 마운드에 후베이 우한은 투수처럼 우뚝 자리 잡고 있다.

순종 상인종, 중국 상인 팀의 상위타선, 톱 타자 광둥 상인부터 2번 푸젠 상인, 3번 저장 상인은 물론, 슬러거 4번타자 상하이 상인마저도 후베이 우한 상인 투수의 변화구에 타이밍을 빼앗겨 무릎을 꿇고 만다. 외국 상인은 말할 필요조차 없고, 후베이에서 장사를 하는 거의 모든 타지역 출신 중국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서 장사를 하려면 속지 않는 법보다 속고 나서 참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속고 나서도 할 말 없게 만드는 자들이 후베이의 장사치들이다. 간교하고 음흉한 그들에게 속는 스트레스는 마치 쓰디쓴 '금계랍'을 먹고 난 벙어리의 고통일 것 같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 음흉’하는 중국 상인마저 같은 중국의 후베이 상인을 ‘간교’ ‘음흉’이라는 극단적인 용어까지 동원하며 비판하겠는가.

◆“세계를 사고 세계를 팔아라”(買世界, 賣世界)

이는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자 중국 최고(最古)의 상설시장 한정제(漢正街)가 내건 구호이다. 한정제는 명 나라 헌종(憲宗)때인 1465년, 우한의 중심지역 한커우(漢口) 나루터에 모인 배들의 갑판 위에서 벌어진 장터다. 1573년 만력(萬曆)원년에는 후베이와 후난, 광둥과 광시 지방에서 거둬들이는 모든 조운(漕運)양곡의 집결지를 한커우로 정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2016년 현재 한정제는 세계 최대의 소상품 도매시장인 저장성 이우와 함께 중국 10대 소상품 도매시장의 하나로서 값싸고 질 좋은 의류·가구·신발·가전·완구류로 유명하다. 특히 해적판 서적이 많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해적들이 정품 배 갑판에 밀어닥치듯, 정품의 5분의 1 가격의 해적서적이 판을 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중국 경제지도의 중심은 후베이, 후베이의 중심은 우한, 우한의 상업 중심은 한커우, 한커우의 중심 상가는 한정제(漢正街, 1456~ )이다. ‘중심’이 다섯개 겹치는 곳에 위치한 한정제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시장이다

반만년 노대국 시공간의 5중 동심원 핵심에 있는 것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시장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지구의 지각 안쪽에는 지구전체 부피의 80%를 차지하며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고체 상태의 맨틀(mantle)이 있다. 이러한 자연과학적 지식을 사회과학적 시각으로 치환하여 본다면 중국대륙의 내부 구조에도 시장이라는 '블링블링(bling bling)'한 중국특색적 맨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이래서 중국은 ‘시장’ 이라는 노골적 자본주의 용어가 붙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수십년 째 국시(國是)로 명시해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인의 멘탈은 황금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

그렇다. 중국 국제공항의 전광판, ‘구금산’(舊金山)을 보면 많이 당황한다. 같은 한자문화권이지만 중국을 처음 접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구금산’에 대략 2~3초간 당황한다. ‘구금산’ 다음에 나타나는 ‘San Francisco’를 보고서야 ‘아하, 샌프란시스코!’ 하며 실소한다.

통산 20년 중국 체류 경험자인 필자도 당황 순간이 2~3초에서 0.2~0.3초로 단축되었을 따름이지 매번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가 “고객님 매번 당황하시네요”로 바뀐 수준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그래도 국제공항 전광판에는 영문 병기라도 있지만 거의 모든 중국 서적과 매스미디어는 샌프란시스코를 영문 병기 없이 ‘구금산’으로만 쓰고 부른다. 중국을 모르고 한자만 아는 외국인들은 ‘구금산, 이게 어디에 있는 산일까?’라고 의아해할 것이다. 지명인지 인명인지 물품명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불친절한 중국에 미간만 찌푸린다.

서울을 ‘서우얼’(首爾), 워싱턴을 ‘화성둔’(華盛頓)이라 부르듯 중국인은 외국지명을 유사한 발음으로 번역하여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표적 예외 두 군데, 샌프란시스코와 호주의 멜버른을 각각 ‘구금산’, ‘신금산(新金山)’이라고 칭한다. 19세기에 두 도시 근방에 금광이 발견된 순서대로 부르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중국인의 시력과 청력은 대상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중국인은 특히 황금을 보는 순간 청력 0에 가까운 귀머거리가 된다. 그 대신 시력은 인간표준시력 1.2에서 12.0 정도로 급상승하나 오로지 황금의 노란색만 보이는 ‘금황색 색맹’이 되는 것 같다.

‘금’(金)의 간자체도 정자체와 똑같은 ‘金’이다. 획수가 꽤 많은 8획의 ‘金’인데도 간자화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생명처럼 소중한 ‘금’을 조금이라도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반만년 상인종 민족성과 ‘중화배금주의공화국’ 국민성의 깊은 뜻을 고스란히 담으려는 숭고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리된다.

또한 중국의 인명이나 상점 이름에는 금 세개가 한 묶음인 흥성할 ‘흠’(鑫)이 많이 쓰인다. 전 주한 중국대사 장신썬(張鑫森)에도 금 세개 묶음이 목(木) 세개 묶음 앞에 자리하고 있다.

순종 상인종 광둥인의 후예, 패트릭(陳頌雄 1952~ 2016년 글로벌슈퍼리치81위, 재미화교중 최고부자)은 1983년 캘리포니아 구금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의과대학 교수 겸 난치병 전문치료의사 및 의약연구원을 겸하는, 세개의 금을 한꺼번에 거머쥔 ‘흠’(鑫), ‘쓰리잡스’로서의 돈맛을 보기 시작했다. 아내 미셀도 비록 단역배우이지만 꿈에도 그리던 할리우드에 진입해 패트릭 부부는 미국 이너서클의 돈맛을 시식했다. 천하무비의 돈맛, ‘으~흠(鑫)!’

2015년 말 현재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금보유량은 1762톤이다. 2014년 말 1054톤보다 700여 톤이나 늘어난 것으로 중국의 공식적 금보유량은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 독일, 영국, 이태리, 프랑스에 이어 세계 제5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실제 금보유량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최대의 외환보유국가로서 인민폐를 주요국제통화로 유통시키려고 노력해온 만큼 금보유량도 그에 맞춰 확대해 왔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도 중국내에서 귀금속 또는 산업용으로 거래되고 사용된 금의 양을 집계하면 중국의 실제 금 보유량은 약 3510톤으로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2위의 금보유국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2015.4.15). ​<이어 3편에 계속…>


▣참고서적: 강효백, 『중국의 슈퍼리치』, 한길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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