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제2의 (경술)국치를 당하지 않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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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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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경기북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 대한제국은 일본에게 국권을 상실했다. 반만년 역사에서 국권을 완전히 피탈당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이러한 참담함을 國恥(국치)라는 용어에 담아 영원한 감계(鑑戒)로 삼아온 우리이다.

1950년 공산세계로부터 비롯된 위기를 극복한 이래 우리는 재차 국치를 당하지 않기 위해 국권을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71년간 우리의 주권을 꾸준히 위협해 왔다. 특히 최근 대량살상무기를 기반으로 하는 북한의 도발은 우리의 존립 자체 위협하는 것으로, 우리로 하여금 경술국치의 잔상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잃은 것은 1910년의 일이지만 그 과정이 결코 단시일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과의 유쾌하지 않은 접촉이 이루어진 1876년 혹은, 일본의 침략이 노골화된 1894년부터 한반도에는 국치의 조짐이 나타났다.

대외적으로는 청·일본·러시아 등 강국의 침탈이 진행되었고, 대내적으로는 각종 분열이 거듭되었다. 개국과 쇄국이 맞섰고, 독립협회와 황국협회가 대립했으며, 심지어는 애국자와 매국자도 있었다.

이렇듯 국운이 기우는 상황에서 임오군란 때는 청나라를, 동학농민운동 시에는 청·일을, 아관파천으로는 러시아를, 종국에는 우리 손으로 일본을 한반도의 지배자로 끌어들였다. 이는 조선이 당시의 문제룰 해결할 역량이 부족했던 데서 비롯되었고, 이러한 역량을 함양치 못한 것은 만연한 분열로 국가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의 부족한 역량을 감안하면 국론통합을 통한 대응역량의 집중은 시대적 위기 극복에 필수조건이었다.

따라서 친일세력의 준동으로 인한 분열은 물론 애국 혹은 부국강병의 방법론으로서 일어난 분란 또한 결과적으로는 경술국치에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술국치 이후 1세기가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형세는 어떠한가. 위기의 진원과 강도는 다를지언정 내우외환의 조짐은 국권을 빼앗겼던 구한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1세기 전의 일본을 대체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우리의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물론 1세기 전과는 달리 대한민국은 미국이라는 우군이 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이 있지만, 현재 북한이 추진 중인 군사체계는 우리가 가진 다방면의 우세한 역량을 모두 상쇄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렇듯 명백한 외환(外患)의 조짐에도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서로 갈등하는 내우(內憂)가 만연해 있다는 점 또한 1세기 전과 유사하다.

물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다양성을 포용하고 이를 발전의 기반으로 삼는 체제로, 건설적 비판과 이를 기초로 하는 다양한 의견은 갈등의 과정을 거쳐 총체적 융합을 지향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갈등 중 상당수는 대안 없는 비판, 반대를 위한 반대, 혹세무민의 선동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특히 이러한 양상의 갈등이 국민의 생명·국가의 주권과 직결되는 군사·안보 분야에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은 우리로 하여금 1세기 전 국치의 잔상을 떠올리게끔 한다.

이렇듯 경술국치를 당했던 1세기 전과 오늘날은 내우외환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존재한다.

밖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위협하는 주체가 일본에서 북한으로 바뀌었을 뿐, 비대칭 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북한의 위협이 대한민국의 미래 어느 날을 제2차 국치일로 만들 가능성은 결코 배제할 수 없다. 1874년 이래 일본이 조선에 가했던 각종 침탈은 조선의 식민지화를 위한 장기적 계획의 일환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오늘날은 1세기 전에 비해 외환에 대한 억지력을 상당 수준 갖추고 있지만, 갈등과 분열이 만연화되어,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은 1세기 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재차 강조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수용하는 갈등과 분열은 건실한 대안을 제시하고 최종적 융합을 지향하는 건설적 성격의 것이다.

이러한 순기능이 배제된 갈등은 분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특히 안보에 대해서 이러한 갈등은 망국으로의 길, 즉 제2의 (경술)국치로 가는 길임을 불과 1세기 전 제1의 국치를 당했던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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