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KT에게 '문샷 싱킹'은 요원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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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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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5월 KT 임직원 모두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이같이 물었다.

황 회장은 '문샷 싱킹'에 대해 "상식을 뛰어 넘는 혁신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바꾸는 엄청난 일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입니다. 달을 연구하기 위해 망원경 기능을 향상시키기 보다 직접 사람을 보내겠다는 엉뚱하고도 대담한 생각,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어야만, 10% 개선이 아닌 10배의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입니다"라고 역설했다.

'문샷'은 원래 '달표면 착륙'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혁신을 가리키는 실리콘밸리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KT의 '문샷'은 무엇일까? 필자는 KT가 백령도에 구축한 기가헬스케어야말로 '문샷'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지금도 떨칠 수가 없다.

기가헬스케어는 백령도에 거주하는 어르신 100명에게 스마트워치를 배포하고, 5분마다 심박수와 맥박을 측정해 이상이 감지되면 보건소와 가족들에게 알려주는 대담하고도 혁신적인 솔루션이다. 정보격차해소 뿐 아니라 IT기기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어른신들이 늘면 자연스럽게 백령도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정한 '기가아일랜드'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두 번 백령도를 찾았다. 첫 번째 방문에선 어르신들 손목에 스마트워치가 감겨있었지만, 작동이 어려워 단순한 시계로 활용되고 있었다. KT에게 어르신들이 스마트워치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과제가 생겼다. 

그러나 지난달 백령도를 찾았을 때는 어른신들 손목에서 더이상 스마트워치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스마트워치에 표시된 날짜와 시간이 맞지 않아 더이상 시계로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착용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상황을 접한 기가아일랜드 담당자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센터 상무는 이런 저런 변명을 대며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해명했다. 현장을 보고 온 기자에게 '소수의 목소리만 듣고 온 것 아니냐'며 질타했고, 기가헬스케어 이외엔 모두 잘 되고 있다는 여러 사진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워치의 절반을 회수했고, 보건소에 그것을 대신할 사물인터넷(IoT) 기가헬스바이크라는 것을 2대 갖다 놨다고 밝혔다. 
   
 

KT의 IoT 기가헬스바이크 (사진제공=KT) 


기자가 100명의 어르신을 모두 뵙지 못했으니, 일부 의견을 듣고 왔다는 말은 겸허히 수용할 수 있고, 다른 사업이 잘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KT가 최근 수년간 글로벌 IT기업을 표방하면서 내세운 핵심 사업이 바로 기가헬스케어였고, 국민기업이기 때문에 스마트워치 100대를 배포할 수 있는 발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 외 다른 사업은 굳이 KT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할 수 있는 분야다. 스마트워치 대신 헬스바이크를 설치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어르신들이 헬스바이크를 타고 다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백령도에 거주하는 어르신 100명이 스마트워치를 젊은이 못지 않게 잘 활용하는 모습을 KT는 그려봤을까? 어르신들이 스마트워치를 척척 사용해내는 모습이 현실이 됐더라면, 전 세계가 놀랐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KT의 '문샷'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미국 펩시콜라의 사장에서 애플로 자리를 옮겨 '스마트폰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스컬리는 저서 '문샷'에서 문샷을 일으킬 절호의 기회는 바로 눈앞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백령도 기가헬스케어가 KT의 눈앞에 펼쳐졌던 '문샷'이었다면, KT는 그 기회를 스스로 놓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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