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나도 평창군 계촌마을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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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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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사진=계촌마을 조병주 PM ⓒ위드컬처 이충희 팀장]


제2회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가 ‘판소리와 첼로 마을을 만나다’를 타이틀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계촌마을에서 개최됐다. 이 '한여름밤의 음악회'는 정몽구 재단(이사장 유영학)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함께 지역 마을이 지니고 있는 유·무형자산과 장르별 예술을 연계,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마을주민과 예술애호가와 거장 모두가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의 감동과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사업으로 진행 중인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클래식 첼리스트 정명화(72) 예술거장과 국악 거장 판소리 안숙선(67) 명창은 임준희 한예종 교수가 판소리 춘향가 사랑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소리, 첼로, 피아노, 소리북을 위한 세 개의 사랑가’를 협연했다. 이들은 국악과 클래식이 얼마큼 조화로울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느티나무 가득한 계촌초등학교에 온 1000여명의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이어 재학생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오케스트라 단원인 계촌초등학교와 계촌중학교의 별빛오케스트라가 각각 19일, 21일 무대를 장식했다.

학생수가 계속 감소하는 것을 보다못한 권오이 교장(강릉시교향악단 창단 멤버·바이올린)의 제안과 주국창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의 협조로 폐교 직전의 시골 초등학교 학생들이 모두 오케스트라 멤버가 되는 꿈 같은 이야기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이 가장 살기 좋다는 해발 700미터에 위치한 평창군 방림면의 작고 아름다운 마을 계촌리가 클래식 마을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요즘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거나 돌리게 할 수 있는 ‘매력’을 갖지 못한 공동체는 붕괴되나 보다. 폐광이 그랬듯이 강원도의 많은 마을은 사라져가는 사람들로 아쉬움만 가득하다. 하지만 계수나무 마을 ‘계촌’은 선생님과 학부모가 하나가 되어 아이들과 마을의 미래를 함께한다는 데 동의하여 시작한,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 성공을 이뤘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학생, 교육자 그리고 학부모를 포함한 주민들이 교육 공동체를 만드는 데 성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년 이맘 때면 국도도 지나가지 않는 이 작은 시골마을 학교 주변에 1000여명에 넘는 인파가 몰린다.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서 간이 화장실은 물론이고 마을 경관을 개선하여 가로수에 스피커를 달고 마을 벽에 그림을 그린 클래식 벽화거리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무료 공공 와이파이존까지 평창군의 지원을 받아 설치하여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평창군(군수 심재국)과 작은 마을 주민들로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무한한 ‘고객만족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사진=계촌마을 조병주 PM ⓒ위드컬처 이충희 팀장]


축제기간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초크아트, 아이스크림과 치즈만들기, 문패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과 푸드 코트, 지역농산물 판매 등 다양한 부스가 운영됐다. 계촌리뿐만 아니라 방림면 마을 사람들이 자신이 재배한 지역 토산물 및 이를 이용한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여 손님들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축제는 3일만에 끝나지만 아이들의 계속되는 음악 공부처럼 관광객들도 이곳의 뛰어난 자연을 느끼기 위해 계속 왔으면 좋겠다.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는 학부모들만이 중심이 아니다. 아직 미혼인 사무국장 박영식씨를 비롯한 많은 주민들이 솔선수범하여 정성을 다해 축제를 준비하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박 국장은 전교생으로 구성된 별빛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 내후년으로 성큼 다가온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무대에서 거장들과 함께 마을 아이들이 서서 강원도 평창의 꿈을 전 세계가 함께하는 것을 염원한다. 이 꿈만은 계촌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꼭 이뤘으면 좋겠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의 꿈이 한국의 꿈만이 아니기에 그렇고, 그런 꿈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전 세계인의 장인 올림픽이기에 더욱 그렇다.

옛날 전원일기를 보면서 우리에게 마을 공동체의 전형이 된 '양촌마을'같은 사람들의 관계망이 이곳 계촌에서 새로운 실험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마을공동체’인 계촌마을 ‘동네’에 맞는 새로운 액션 플랜을 함께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작은 마을 계촌에서 클래식 교육을 통해서 학생, 부모, 교사들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민 전반적인 생활에 기쁨과 보람을 선물하고 있다. 취미를 같이 하는 아이를 통해 반가운 이웃이 늘고, 살고 싶은 마을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주민 주도로 함께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계촌초등학교를 비롯하여 왕따가 없는 곳, 한 사람의 친구도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강원도 평창군으로 유학을 권하고 싶다! 나도 강원도 평창군의 주민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니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 정몽구재단이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딘 아이들 그리고 주민들과 좀 더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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