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조선 선비 어깨너머로 산과 물을 깨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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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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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 |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 유몽인 外 지음 | 전송열·허경진 옮김 | 돌베개 펴냄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 [사진=돌베개 제공]



산을 찾는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 '마땅한 취미가 없어서'부터 '아웃도어 옷을 썩히기 싫어서' '내리막길에 만나는 막걸리가 일품이라'까지 저마다의 목적으로 산에 오른다.

조선 선비들은 어땠을까? 그들은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산에 들어갔다. 공자가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고 말한 이래로 '요산요수'(樂山樂水)는 중고등학생들까지 다 아는 유명한 말이 되었고,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가 작게 보인다"(登泰山而小天下)는 말은 맹자의 '호연지기'(浩然之氣)와 더불어 군자의 덕목으로 강조됐다.

'산수 체험' 기록은 1차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지만, 2차적으로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녔음에도 여러 이유로 산수를 찾지 못하는 선비들을 위함이었고,  더 나아가 자신과 생각이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산수유람을 권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은 정원림(1731~1800)이 당대 문인들의 유산기를 모아 편집한 선집 '동국산수기'와 기타 몇 편의 산수유기 저작들을 토대로 쓰여졌다. 이 책의 편역자인 전송열, 허경진은 정원림의 책을 완역하고, 여타의 산수유기를 검토·선별해 총 20편을 선정한 뒤 이들을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산의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재배치했다. 

"산세가 굽었다 펴지고 높았다 낮아지면서 마치 내리달리는듯한 것은 말과 비슷하고, 높은 바위와 층층의 절벽들이 빽빽하게 늘어서서 공손히 절하는 듯한 것은 부처와 같다." 

최익현(1833~1906)이 한라산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것처럼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은 우리가 익히 알던 산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다.

372쪽 | 1만8000원


◆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로버트 라이시 지음 | 안기순 옮김 | 김영사 펴냄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사진=김영사 제공]



최근 유럽에선 브렉시트를 위시해 국제 무역·이민 정책 통제 등 이른바 '경제 내셔널리즘'이 꿈틀대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는 무역과 국제경제 협정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며,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국가주의 정당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

세계 경제가 이처럼 반(反) 국제화 기류에 들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부유한 노예' '슈퍼자본주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등의 저자이자 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며 '샌더스 열풍'을 주도한 로버트 라이시는 경제의 고속성장이라는 환상에 감춰진 냉혹한 현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라이시는 경제 내셔널리즘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안정성이 축소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동시에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들기 때문이며, 그 중심에는 경제와 정부를 장악하는 비중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부와 소득을 독점한 상위 1%와 이러한 현상들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고 무엇을 예고하는지 비교 분석하며, 자본주의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선택 사항들을 자세하게 살핀다. 

라이시에 따르면 대기업 임원, 대기업 소속 변호사와 로비스트, 월스트리트 종사자와 그들의 정치 하수인 등 '자유 시장'을 부르짓는 세력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재조직해 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지난 80년동안 중산층이 축소되고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온 과정을 참신하고 설득력있게 분석해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에 의해 정치와 경제 체제가 부패하고 정치권과 이들 사이에서 작동하는 회전문이 어떤 거짓을 낳고 있는지 밝혀낸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시민의 행동을 촉구하는 '건전하게 선동적인' 책이다. 

328쪽 | 1만4800원


◆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 펴냄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사진=동양북스 제공]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얼굴에 가면을 쓴 채 "모든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말라"며 시위를 하는 남자, 군복무때의 고생스러움에 치를 떨면서도 "그래도 남자는 모름지기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며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남자, 그리고 "가장으로서 열심히 일해도 예전처럼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산다"며 하소연하는 남자.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이런 '보통' 남자들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진격의 대학교' 등으로 우리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던 사회학자 오찬호의 그물에 단단히 걸렸다. 이 땅에서 평범하게 사고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남자'에 메스를 들이댔다고 할까.

저자는 그들의 주장대로 '여자들이 설치는 세상'이 되었는지부터 팩트를 짚어 나간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 평등지수는 0.651로 조사 대상 국가 145개국 중 115위를 기록했다. 세계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는데도 왜 그들은 남자로 태어난 게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걸까?

저자는 한국 남자를 이해하는 코드로 군대, 학교 교육,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남자가 생계를 책임지고 여자는 이를 지원하는 가족 모델)을 꼽으며 "권위주의와 경쟁주의에 절어 있는 학교, 그리고 폭력·명령·복종만이 절대 진리인 군대를 거치며 남자(sex)는 점점 남성(gender)으로 변해간다"고 꼬집는다.

이 과정은 소통·공감 능력의 상실이란 결과를 낳고, 약자를 공격하는 남성들의 집단 세력화(일베·소라넷 등), 약자에 대한 혐오 범죄,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해외 학자의 연구 결과나 이론을 토대로 인용·첨삭을 한 게 아니라 저자의 삶과 연구 과정, 즉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저자가 '살을 날리는' 대상에 자기 자신을 포함한 것도 적잖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312쪽 |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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