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출산율 높이는 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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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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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 짓이 미국 텍사스 주에 발생한 토네이도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가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다. 그는 변화무쌍한 날씨의 변화를 멀리 떨어진 ‘다른 대륙에 살고 있는 나비의 날개 짓’과 같은 사소한 초기 조건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로부터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단어가 ‘아주 사소한 초기 조건의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미로 정리되어 널리 대중화되었다. 물리학의 카오스이론(Chaos Theory)으로도 응용되었다. 요즘 같은 세계화시대에 나비효과는 더욱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디지털혁명으로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 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저성장과 잠재성장률의 저하를 꼽는다. 그리고 저성장과 잠재성장률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저출산을 지목한다. 그런데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는 15세 이상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전망이고, 2030년 이후에는 전체 인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같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가들이 모여서 제1, 2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대책을 집행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출산율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합계출산율 1.2 수준의 초저출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은 물론이고 세계 모든 나라를 비교대상으로 해도 최저수준의 출산율이다.

최근의 우리 사회의 이슈는 소위 ‘김영란법’이다.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를 방지하자는 취지의 법이다. 9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28일에는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농림부와 언론, 국회를 중심으로 김영란법의 시행령이라도 고치자고 난리법석이다. 식사는 3만원 이내로, 선물은 5만원 이내로, 경조사비는 10만원 이내로만 허용하자는 시행령을 완화하여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법 조항은 고치지 않고 시행령만 손댔다고 하겠지만, 법의 근간을 흔들어서 형해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소위 파워엘리트들은 그 시행령 개정의 움직임을 환호하겠지만, 3만 원짜리 식사도 황송한 대부분의 서민들은 허탈해하고 있을 것이다.

좀 황당한 얘기를 해보자. “김영란법이 출산율 높였다”면서 호들갑을 떠는 신문 기사가 머지않아 나올 수도 있다.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탁과 부패 관행을 근절시키는 효과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양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 역시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저녁식사와 접대 관행이 정상화되면 밤늦게까지 업무상 관계를 맺기 위해 고생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주말에 가족들을 팽개치고 산으로 들로 골프하러 가는 접대 관행도 줄어들 것이다. 업무를 핑계로 밖으로 도는 남자들의 귀가시간이 빨라질 것이고 자연스레 가사분담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집에서 부인과 함께 별 볼일도 많아질 것이다. 나아가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패방지를 위한 김영란법이 출산율을 높이게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나비의 날개 짓과 같은 작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그것이 모이고 모여서 ‘세상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소위 ‘나비효과’를 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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