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위키드’ 동화 속 심오한 메시지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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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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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앤컴퍼니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브로콜리’ ‘신호등의 초록불’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악랄하고 나쁜 캐릭터로 묘사되는 초록 마녀 엘파바의 별명들이다.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사전적 의미 역시 ‘못된, 사악한, 악질의’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나쁜 마녀로 등장하는 초록 마녀가 사실은 불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를 받는 착한 마녀이고, 인기 많고 아름다운 금발 마녀는 내숭덩어리였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무대 연출은 동화적 요소를 풍부하게 담아냈다. 무대 상단에 설치된 용 머리 모형은 연기를 뿜어내며 신비로움을 더했고, 에메랄드 빛깔로 물든 의상과 배경은 마법 같은 세계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동화적인 분위기와 달리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심오하다. 원작 소설 ‘위키드’는 1995년 출간되기 시작해 여섯 권의 연작이 발표됐다.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적을 악으로 만드는가’란 캐치프레이즈는 서구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뮤지컬 속 염소 교수인 딜라몬트와 원숭이들은 대표적인 핍박의 대상이다. 이는 넓게 보면 서구 사회의 인종 차별과 소수자 차별을 상징하기도 한다. 초록 마녀 엘파바는 이들과 같은 소수자의 편에 서서 기득권층에 저항한다.

초연부터 엘파바 역을 맡아 144회 공연을 진행한 배우 박혜나는 풍부한 성량과 폭발적인 가창력과 함께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때로는 츤데레(겉으로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신조어)의 모습으로, 때로는 사랑스러운 숙녀의 모습으로 팔색조 매력을 발산했다.

새로운 글린다 역으로 합류한 아이비도 박혜나와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이미 뮤지컬 ‘시카고’와 ‘고스트’ ‘유린타운’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아이비는 글린다의 푼수 같은 매력과 교태 넘치는 말투를 잘 소화했다.

공연의 삽입곡은 마법사란 소재의 판타지적 요소를 배가시켰다. 그래미상 베스트앨범상을 수상할 정도로 이미 널리 알려진 스티븐 슈왈츠의 22곡은 관람객의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1막 마지막 장면에서 엘파바가 부른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는 드라마틱한 절정을 보여줬다.

공연은 8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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