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처럼 번진 도박판…초유의 ‘KBO리그 중단’ 사태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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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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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시절 승부조작을 벌인 투수 유창식.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프로야구 그라운드가 거대한 도박판으로 변모했다. 숨은 타짜들이 고개를 들면서 KBO리그 후반기 순위 경쟁이 무의미해졌다.

볼넷을 기록한 투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하다. 이미 몸서리치게 배신감을 느낀 야구팬들은 등을 돌렸다. 당장의 관중 수를 세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리그 운영에 대한 심각한 고찰이 필요한 시기다.

또 터졌다. 이번엔 양심선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4일 “KIA 타이거즈 투수 유창식이 23일 구단 관계자와 면담 과정에서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한 사실을 진술했고, KIA 구단이 이를 KBO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승부조작을 자수한 초유의 사건이다.

유창식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4년 4월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초 상대 3번 타자 박석민(현 NC 다이노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유창식은 의도적인 ‘첫 이닝 볼넷’으로 브로커로부터 500만원을 챙겼다고 진술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때 ‘7억팔’로 전도유망했던 투수가 홈 개막전에서 저지른 작태다. 그의 부진에도 간절히 부활을 바라던 팬들을 기만하고 배신한 행위다. 프로 선수로서 자격은 이미 없다.

유창식에 앞서 승부조작 혐의가 적발된 국가대표 출신의 NC 투수 이태양(23)과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24·상무)은 교묘함을 넘어 대담하기까지 했다. 이태양은 무려 4차례나 승부조작을 벌였고, 문우람은 이태양과 브로커에게 승부조작 각본을 짜 제안한 혐의를 받고 있다.

KBO리그에서는 이미 2012년 승부조작 홍역을 세게 앓았다.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의 2011시즌 경기 승부조작이 적발돼 둘은 영구제명 됐다. 이후 KBO는 승부조작 근절 대책을 내놓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많았다. 발본색원이 아닌 꼬리 자르기 아니었냐는 의구심이었다.

이후 잠잠했던 승부조작은 근절은 커녕 더 깊게 뿌리를 내렸다. 이태양과 유창식, 문우람은 2011년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입단한 유망주들이었다. 마수의 손길에 빠진 박현준과 김성현을 프로 입문과 동시에 보고 자란 세대다. 그러나 그들에게 도덕적 경계는 없었다.

또 이들은 2014년과 2015년 승부조작을 벌였다. 밝혀진 것만으로 지난 2년의 KBO리그는 프로 리그 자체의 정체성을 잃었다. 전 야구선수의 개입설도 나돌고 있어 그 사이 어떤 승부조작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이미 불법 스포츠도박 규모는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시장의 3~4배를 넘어 수치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커졌다. 브로커의 유혹도 시장의 크기만큼 더 검게 드리웠다. 현금 뿐 아니라 현물이 오가고, 선수가 먼저 나설 정도로 선수들의 곁에 깊숙이 파고 들어있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교묘하고 다양하게 독버섯처럼 도박판에서 남녀노소 야구팬들은 희로애락을 느끼며 열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애석하게도 현실이다.

KBO는 “어떠한 고통이 뒤따른다 할지라도 말끔히 도려내겠다”며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KBO는 승부조작 선수를 영구 추방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구단도 동료도 소속 선수를 믿지 못하는 리그의 존재 이유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배신감에 치를 떠는 야구팬들은 지금 “KBO리그 중단”까지 외치며 성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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