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공무원이 '꿈'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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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25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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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정치부 외교안보팀 기자[사진=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죄송합니다. 공무원이 꼭 되고 싶었습니다." (성적조작 공무원 준비생)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외교·안보를 담당하며 매일같이 북한 미사일을, 중국과 미국의 심기를 살피느라 시선이 국가 밖으로 나가있는 기자는 넉달 전부터 인사혁신처를 출입하면서 최근 공무원을 둘러싼 위 두 사건을 겪었다.

먼저 기자는 공직자였던 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며 행정고시를 패스한 공무원 절친이 꽤 되고, 퇴근 후 함께 운동하는 동네 주민도 공무원, 매일 얼굴을 맞대는 취재원 역시 전문가 집단을 제외하면 모두 공무원이다. 어찌 된 건지 심지어 시시한 연애를 했던 상대 중에도 공무원이 다수다.

이쯤 되면 기자가 공무원 집단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인지, 이 세상이 공무원 공화국인지 헛갈릴 정도다.

우리나라 청년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 65만2000명 중 25만6000명(39.3%)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린다는 통계청의 조사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취준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이유가 경기가 어려운 나라탓, 뻔 한 세상의 시스템에서 살아가기를 강요받는 현실 탓인 것만은 자명하지만, 정상적 성장사회의 모습은 아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공무원은 '서비스' 직에 가깝다. 하지만 공시생 25만 명의 '꿈의 직장'이 된 국내 현실은 자칫 '얼빠진 공무원'들로 인해 '서비스'직이 특권의식으로 중무장한 집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다분해졌다.

90년대 후반 공직사회에 들어선 국장급 여성 공무원은 "입부했을 당시 공무원 시험 응시 독려차 여자대학을 돌던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공무원 시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설명과 함께다.

경쟁이 몰려 탈락자가 그만큼 늘어나 스펙 전쟁도 심화됐다. 하지만 그만큼 그들의 '수준'도 향상됐을까. 버스 탑승 정원은 한정돼 있고 버스에 올라타지 못한 취준생만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그 '수준'은 분명 1% 부류에 속하지 못해 더 높이 오르고 싶어 했던 '개·돼지 파문'의 나향욱 전 기획관의 공무원 초년병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명의식'을 논하기조차 부끄럽게 만든 '병든 공무원'을 보면 '안정적 직장'을 꿈꾸며 오늘도 고시촌에서 긴 줄 서서 '재정국어'에 '중등영어' 붙들고 있는 공시생들에게 공무원은 나 전 기획관이 말한 1%에 근접하는 직행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저 '수준' 낮은 착각이다. 공무원이란 직업은 절대 '밥벌이' 만을 위해 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 물론 현실이 허용치 않는다. 지금의 공시생 취업 전쟁이 '흙수저'에게 그나마 공정하게 승부를 겨룰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슬픈 현실이다.

외국과 달리 전문성이 결여된 공무원 조직도 문제다. 간혹 타 직군에 비해 사고의 틀이 철저히 한정적인 공무원은 늘 기자를 놀라게 한다. 공무원 조직 시스템이 획일화된 사고를 더 부추기기도 한다.

물론 공시생 25만명이 가고 싶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세돌 9단에 이긴 알파고의 등장으로 미래에 없어질 직업군 1위에 공무원이 뽑혔다. '~원(員)'으로 끝나는 직업은 프로그램만 있으면 기계로 대체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사회는 역행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아직도 소명의식으로 똘똘 뭉쳐 국민의 '봉'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지팡이'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도 많다. 나의 부친을 포함해 평생 공직자로서의 소명의식을 다하며 일선에서 열심히 뛰는 분들에게 이글이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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