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엽 칼럼] <김해 신국제공항과 베이징 신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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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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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법과정책연구원) 한중금융연구센터장 겸 로스쿨 겸임교수 이규엽


2009년 단조로운 중국 유학시절에서 소박한 즐거움이 있었다. 거주했던 베이징시내 왕징지역 후훼구스쿵(慧谷时空)아파트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가면 바오싱(宝星)아파트 근처에 홍타이(宏泰)시장이라는 큰 재래 시장이 있었다. 매일 아침 걸어가 그 시장에서 손바닥 만한 싱싱한 망고를 1000원정도에 값싸게 사서 흡족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껍질을 벗겨 먹는 재미였다. 그런데 2009년 8월 27일 시장입구에 공고가 붙었다. 3일내 즉 8월 30일까지 시장내 모든 상가는 철거하고 임시 관리사무소에서 지급하는 임차보증금을 수령할 것을 알리는 짤막한 공고문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큰 재래시장이 과연 3일내 자발적으로 모두 철수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하였다. 그 다음 주 홍타이시장에 갔다. 상점은 모두 사라진 황량한 빈터였고 시장에서 장사하였던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공고 전에 시골에 일이 생겨 내려갔었기에 철거를 알리는 공고문을 보지 못 하였다. 시골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가게는 없어지고 보증금을 환급해주는 임시사무소 조차 철수하여 어쩔 줄 몰라하였다.


지난 달 13일 베이징대학에서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베이징에 가서 왕징 소재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저녁식사 후 유학시절 생활 근거지에 가보고 싶었다. 추억을 되살려 바오싱(宝星)아파트 인근 홍타이시장이 위치했던 자리에 갔다. 바로 그 자리에 베이징지하철 15호선이 신설되어 전철이 지나가고 있었다. 홍타이시장이 철거된 이유가 지하철 건설임을 비로소 알았다. 지하철 역세권으로 편입된 왕징중심지는 몇 년 사이에 많이 변모했다. 높은 빌딩들이 즐비하게 들어섰고 번화가가 되었다. 왕징지역 부동산 가격의 상승폭은 베이징시내 여느 지역 보다 컸다.
 

[이규엽]




앞서 중국 정부정책의 강한 집행력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있었다. 베이징 신국제공항 건설 예정지인 베이징시 외곽 구안(固安)지역 당서기인 양페이수(扬培苏)와 화샤싱푸(华夏幸福)그룹 멍찡(孟惊) 회장과 면담하기 위해서 올해 5월 9일 베이징을 방문하였다. 화샤싱푸그룹은 신국제공항 건설과 신공항까지 이르는 지하철 4호선 연장 공사를 맡은 중국 10대 부동산개발회사이다. 북경지하철 4호선은 2004년 8월 착공하여 2009년 9월 완공하였고 구간거리가 28.2Km이다. 당시 공사비 153억위안 중 46억위안의 외자가 참여하여 PPP(Public-Private-Partnership) 프로젝트 방식으로 건설되었다. 금번 방문 목적은 베이징 지하철 4호선의 현재 남쪽 종착역인 텐궁웬(天宫院)에서 베이징 구안(固安) 신국제공항까지 연장 공사에 소요되는 건설대금 가운데 일부 한국 금융자본 참여 협의였다. 멍찡 회장에게 두가지 질문을 하였다. 신국제공항 건설 대상지역 선정 과정에서 유치지역간 논쟁이 있었는지 여부와 향후 건설 과정에서 해당 지역 거주민의 저항으로 공기가 지연될 가능성 여부에 대하여 질문했다. 멍찡 회장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간단히 대답하였다. 왜냐하면 여러 상황을 동시에 고려하면 객관적으로 최적 입지조건을 갖춘 지역은 한 지역으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철거민을 위해서 금전보상과 이주대책을 수립하기 때문에 철거 저항으로인한 공기가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규엽]



귀국하여 지난달 22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초청으로 “한중 경제자유구역 공동발전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청내 직원들과 토론하였다. 토론 전날인 6월21일 신국제공항지 선정 결과가 발표났다. 후보지였던 가덕도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인근에 위치하였다. 토론이 시작되기 전에 가덕도가 선정되지 못 했음에 대해 잠시 위로의 말을 하였다. 토론을 마친 후 한 직원이 다가와 위로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해 주었다. 왜냐하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내에서도 부산시청에서 파견온 공무원과 경남도청에서 파견온 공무원 입장이 각각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로 오는 열차안에서 신국제공항지 선정 과정에 발생한 일들이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10년 동안 지역간 격한 논쟁이 있었고, 약 20억원의 국가예산을 지불하면서 타국에게 후보지 선정을 의뢰하였다.1991년말 한국의 GDP는 3,323억불이고 중국은 4,091억불이다. 차이는 불과 768억불이었다. 중국은 한국보다 면적이 약 96배 넓고, 인구는 약 27배 많다. 유사이래 한국과 중국의 경제규모가 가장 비슷한 싯점이었다. 작년말 한국의 GDP는 1조4,352억불, 중국의 GDP는 11조2,119억불이다. 중국은 그간 우리의 약 8배로 성장했다. 골드만삭스가 예상한 2050년 한국 GDP와 중국 GDP는 각각 약 3조5천억불, 약 52조불이다. 34년후 중국 GDP는 우리의 약 15배라고 내다봤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25년 동안 중국이 우리보다 8배로 성장한 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 분석해 본다. 여러가지 요인 가운데 덩샤오핑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다져 놓은 중국의 정치지배구조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치구조는 거시적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 장기계획을 입안하여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중국은 고속철도 등 국가 인프라 건설을 당초 일정에 따라 과감히 추진한다. 우리는 단임정신이 철저하게 반영된 87년 헌법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행정부처의 장 및 금감원 등 공적기관의 장이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할 수 있는 터전이 없다. 또한 소선거구제 하에서 선출된 지역구 국회의원은 출신 선거구내 지역민 이익을 정치행동의 중요한 잣대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이제 국가 장기목표를 세워 실천하고, 지역이익 보다 국가이익을 우선 순위에 놓고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질서 정립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시기가 도래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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