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쑨빈빈, ‘나는 용접하는 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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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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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으로 차체 틀이 만들어진 둥처쭈 차체 앞에 서서 웃음 짓는 쑨빈빈. 그녀는 “사람들은 제가 고속열차에 앉아 있을 때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한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인민화보 돤와이(段崴) 기자]


인민화보 왕레이(王蕾) 기자, 우커차오(吳可超) 객원기자 =“용접 일을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울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쑨빈빈(孫斌斌)은 이렇게 답했다. “시범을 보일 때마다 학생들이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특출하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죠.”
중국 최초로 ‘국제 용접 교사’ 자격증을 딴 유일한 여성, 그녀는 바로 쑨빈빈이다.

교사가 꿈이었던 소녀

쑨빈빈은 말한다. “저의 꿈은 원래 교사였어요. 하지만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기술학교에 들어갔고 졸업한 뒤에는 공장에 들어가 용접공이 되었죠. 할아버지 때부터 3대가 모두 이 공장에서 일했어요. 제 주변 친구 중 상당수도 저처럼 용접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되고 싶다던 제 꿈이 뜻밖에도 공장에서 이루어진 셈이죠!”

탕산(唐山)기관차 노동자였던 외조부는 ‘마오쩌둥(毛澤東)호’ 열차 전면에 부착되어 있는 마오 주석의 상반신 동상 제작에 직접 참여한 적이 있고, 부친 역시 같은 공장에서 몇십년 간 리벳 작업을 했다. 쑨빈빈도 3대를 이어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4년 중국 철도부는 시속 350km의 고속열차 둥처쭈(動車組) 생산을 중궈중처탕산공사(中國中車唐山公司)에 맡겼다. 둥처쭈의 차체는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이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용접이 매우 중요하다. 규모가 큰 차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된 부품 하나 하나를 용접해서 만들어야 한다.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의 융점은 650°C 이상으로 고온에서는 색깔과 광택의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아 용접 작업이 매우 어렵다. 당시 용접 분야의 최고 기술국은 독일이었다. 2006년 2월 초 독일 지멘스사는 중처탕산에 전문가를 파견하여 독일에서 유학하며 기술을 배울 핵심 인재 12명을 선발했다. 쑨빈빈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용접 단면을 테스트하기 위해 파괴검사를 한 학생의 용접 완성품[사진=인민화보 돤와이(段崴) 기자]


쑨빈빈이 뽑힌 것은 어쩌면 그녀의 뛰어난 수용력 덕분일 수 있다. 독일에서 6개월 간 겪은 한 차례의 유학생활은 용접 기술에 자신만만해 하던 그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탄소강 자동차 배터리 용접에서 이미 7년의 경력이 있었고 알루미늄 합금 용접도 2년 넘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용접의 안정성과 외관 작업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용접한 부분은 특히 모서리가 매우 깔끔했다. 때때로 자신의 ‘수공예품’인 알루미늄 합금판 2개 사이의 균형 잡힌 모습과 가지런한 용접 무늬를 바라보며 “나와 선생님의 용접 실력은 막상막하”라며 몰래 흐뭇해할 때도 있었다.

이같은 쑨빈빈의 ‘자아도취’를 간파한 독일 선생님이 통역사를 통해 그녀와 한번 ‘겨루어’ 보고 싶다고 하자 그녀는 곧바로 응했다. 그러나 대결 결과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선생님이 그녀의 용접 부위를 벌려 보자고 했을 때 단면에 용합되지 않은 검은 기포와 불순물(용합이 잘 된 경우 단면이 완전한 흰색이어야 한다)이 발견됐다. 반면 선생님의 용접부 속은 견고했다. 결과가 나온 후 선생님은 아무 말씀 없이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녀는 부끄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고속철 용접 대가의 교육방법

독일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교훈은 쑨빈빈의 마음 속에 깊숙이 박혔다. 그녀는 이번 대결을 통해 용접이란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이 그 사람을 보여주듯, 용접물도 그 사람의 품성을 보여준다. 둥처쭈 알루미늄 합금 차체의 용접부 외관이 깔끔하다고 해서 내부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작은 부위의 접합이어도 제대로 용합이 되지 않는다면 접합부가 끊어져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녀가 말했다. “용접할 때 용합의 품질은 반드시 겉과 속이 같아야 합니다.”
 

쑨빈빈의 싸인이 적혀있는 학생들의 심사파일[사진=인민화보 돤와이(段崴) 기자]


쑨빈빈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중국의 고속열차 제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사실 고속열차에서 그녀가 직접 용접한 부분은 없다. “중국 고속열차를 직접 용접한 적은 없어요. 학생들의 손을 빌려서 참여한 셈이죠.”

이제 겨우 30대인 쑨빈빈은 고속열차 용접 분야의 ‘베테랑’이다. 그녀는 기술 전수 외에도 학생들에게 책임의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처탕산의 용접 실험실은 용접교육센터라고도 부른다. 쑨빈빈과 몇 명의 교사가 이곳에서 신규 작업자에게 용접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교육센터에는 총 6명의 교사가 있다. 세 명은 알루미늄 용접을 가르치고 나머지 세 명은 탄소강 용접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먼저 이곳에서 2~3개월의 초급반 교육을 받은 뒤 자신의 기술과 책임감을 평가 받는다. 그 후 일부 학생들은 탈락하고 테스트에 통과한 학생들은 고급반에 들어가 한층 더 심도 있는 교육을 받게 된다.
 

자신이 근무하는 중처탕산의 용접실험실에 있는 쑨빈빈[사진=인민화보 돤와이(段崴) 기자]


고급반 교육은 ‘박판, 후판, 모서리 용접, 이음’ 등 16개 항목의 용접기술이 있다. 평가는 이 가운데 중요 항목 6개를 선정해 진행한다. 고속열차 용접에서 HV, HY와 같은 불규칙 용합 형태 등의 특수 용합 교육도 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실제 작업 환경에서 겪게 되는 용접 장애 훈련을 받게 됩니다. 실험실에서 실제 차량의 용접 환경을 시뮬레이션하여 용접 자세 등 각종 테크닉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모든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은 생산라인의 실제 차량 차체 중 한 부위를 선택하여 시작업물을 만들고 자신의 실제 작업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평가 과정에서 용접선의 외관 외에도 완성품에 대한 파괴검사와 접합 내부에 용합, 기공, 균열 등의 결함이 있는 지를 심사한다. 모든 시험에 합격하면 용접 실험실은 학생들에게 합격증서를 수여한다. 하지만 증서는 그 학생이 차량의 특정 부위에 대한 용접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뿐 안정적인 용접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는 아니다.

늘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기 때문에 성격 좋아 보이는 첫 인상과는 달리 사실 학생들은 모두 그녀를 무서워한다. 그녀는 매일 10배 확대경으로 학생들의 용접 모양을 관찰하고 불합격한 학생에게는 즉시 “다시”라는 차가운 한 마디를 던진다. 그녀는 말한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인정을 보이면 안 돼요. 고속열차의 차체 용접은 재작업 횟수가 극히 적어야 하거든요. 심지어 재작업이 안 되는 부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이 딸리는 사람은 이 일을 할 자격이 없어요. 교육하는 동안 학생들이 책임감을 키울 수 있도록 엄격히 가르쳐야 합니다.”

용접 실험실 안에는 큰 선반이 하나 놓여 있다. 선반 위 겹겹의 바구니에는 학생들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합금의 연습용 용접물이 가득 담겨 있다. 용접물 중 일부는 접합부의 내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절단된 것도 있다. 그녀가 용접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다 우리 학생들의 성적이랍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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