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의 전통시장 생생 탐방기 ⑥] 억울한 경동시장…오해가 오해를 낳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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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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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동역에서 경동시장 가는 길에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엄주연 인턴기자]


아주경제 엄주연 인턴기자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에 도착하자 익숙한 한약재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푹푹 찌는 더운 날씨에도 제기동역 거리는 흥정하는 고객들과 노점 상인들로 활기를 띠었다. 이 지역은 한약재로 유명하지만 길을 걷다 보면 채소부터 해산물, 육류까지 없는 것이 없다. 지하철역부터 줄지어 있는 노점상을 따라 경동시장을 찾아 나선지 10분, 큰 도로 맞은편에 경동시장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반대편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경동시장 본관 모습이다.[사진=엄주연 인턴기자]


◆ 약재는 역시 경동시장

경동시장 건물로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바깥 더위를 식혀줬다. 2층에는 홍삼과 인삼 등을 취급하는 상인들이 각자 소일거리를 찾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깥 활기와는 다르게 이곳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노란 살결을 드러낸 채 가지런히 누워있는 인삼만이 싱싱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경동시장은 서울 동쪽인 경기도와 강원도 농촌 주민들이 농산물을 내다 팔던 곳이다. 그래서 경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60년에 4층 빌딩을 지어 공설시장으로 시작한 곳으로 1980년대부터는 양념류, 제수용품, 한약재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했다.

현재 경동시장은 본관, 신관, 농협 건물을 뜻한다. 세 건물을 합친 면적은 약 7900㎡로 총 150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다. 본관에서는 견과류와 도라지, 더덕을 판매하고 신관은 멸치와 같은 건어물, 농협 건물은 콩 종류와 매실 등을 팔고 있다.

최근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역시 홍삼이었다. 본관 2층 건물에서 만난 조명동씨(59)는 “경동시장은 믿을 수 있어서 찾는다”며 “약재 쪽은 이곳이 유명하다”고 했다. 같은 층에서 만난 엄모씨(32)도 “기력보충을 위해 홍삼을 사러 왔다”며 “이곳이 노점보다 훨씬 깨끗하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고 했다.

경동시장 본관 2층 내부 모습이다.[사진=엄주연 인턴기자]



◆ 할 말 많은 경동시장 상인들

반면, 시장 상인들은 날마다 쌓여가는 오해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경동시장은 서울약령시, 청량리 청과시장, 경동 광성상가 등 여러 시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흔히 이 일대를 통틀어 경동시장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경동시장은 건물 3동과 본관과 신관 사이에 있는 점포만 관리한다. 경동시장 상인연합회 송창호 사무국장은 “다른 곳에서 산 제품인데도 경동시장에서 샀다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경동시장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노점상과의 갈등이다. 사실, 시장이라면 어디나 노점상과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동시장의 피해는 더 크다. 제기동역을 찾는 사람 중 80%가 60대 이상이다. 오래 걸어 다니기도 힘들뿐더러 싼 맛에 물건을 사는 일이 많다. 때문에 경동시장의 매출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노점상은 상인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불편의 대상이 되고 있다. 5m의 인도 폭에 노점상은 1m80㎝를, 정식 매장은 1m40㎝를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인도 폭은 1m80㎝ 정도에 불과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도 비좁은 넓이다. 

경동시장 상인연합회 회장은 “입점 점포는 원산지를 원칙대로 붙인다. 하지만 노점상은 단속을 안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원산지 표시를 잘 한 점포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은 수입산이면 무조건 꺼려하기 때문에 거짓이라도 국내산에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동대문구청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동대문구청 김환명 가로정비팀장은 "경동 시장 인근에 있는 노점상만 약 468개 정도인데, 강제로 나가라고 할 수가 없다"며 "주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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