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엽 칼럼) 먼 길 떠날 채비 갖춘 중국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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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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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엽 제주대학교(법과정책연구원) 한중금융연구센터장 겸 로스쿨 겸임교수


2014년 12월 31일 오후 중국 공신부(工信部)는 의미심장한 백색명단(白名单)을 최종 공포하였다. 2013년 11월 4일 마련한 해운산업모범기준(船舶行业规范条件)에 부합하여 정부차원에서 지원 가능한 조선회사 60개사를 선정한 것이다. 요녕성 1개사, 복건성 2개사, 강서성 2개사 등 지역적 요소도 다분히 고려하였다.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조선회사는 문 닫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곧 현실로 나타났다. 2015년 3월에는 강소성 둥팡중공(东方重工), 4월에는 온주시 최대 조선회사인 좡지선업(庄吉船业), 5월에는 저장성 정허조선(正和造船), 6월에는 강소성 순텐선박(舜天船舶), 7월에는 강소성 밍더중공(明德重工) 등 중국내 대형 조선회사가 약속이나 하듯이 매달 1개씩 줄줄이 파산을 신청하였다. 중국은 일찌감치 조선산업에 대하여 구조조정에 착수하였다. 중국 조선회사는 대부분 국유기업 또는 지방정부기업이여서 가능한 일이다.

2015년 1월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은 핀란드계 바르질라주식회사의 선박저속엔진 사업부문을 인수하였다. 바르질라주식회사는 1834년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약 180년간 선박엔진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선박엔진 제조회사이다. 반면 CSSC는 1999년 7월 1일 설립된 조선회사이다. 중국은 먼 길을 떠나고자 군살을 빼고 필수적인 영양제를 준비하였다.

결과는 머지않아 나타났다. 영국의 조선분석기관인 클락슨은 금년 1~4월 누적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389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114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전 세계 조선수주의 49.3%(59척, 192만 CGT) 점유율을 차지하였다. 동 기간 한국 조선업의 점유율은 5.1%(9척, 20만 CGT)이다.

1999년부터 우리나라는 일본 조선업을 추월하여 세계 조선업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우리는 이제 아쉽지만 중국에게 그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처지는 우리에게 선두자리를 양보했던 일본 조선업계의 상황과는 다르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일정한 건조 수요가 있어 자국 조선업이 생존할 여지는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건조 물량만으로는 현재의 조선회사를 그대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 금융계 및 조선업계는 모두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썩어가고 있는 한쪽 다리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눈물을 머금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조선업계는 기술력 우위를 중심으로 신속히 구조조정을 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계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옥석을 가려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지부진했던 방만한 경영의 대가를 국민의 세금으로 돌려막는 불상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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