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인영, 오래 보니 참 예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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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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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인영[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바비큐 회로 여성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방법, 알고 있어? 이 세상에서는 사람을 몇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어. 먹는 사람, 굽는 사람, 굽지도 않으면서 가져다만 주는 사람.

보통 남자란 말이지 굽는 사람과 굽지도 않으면서 가져다 주는 사람에 대해 잘 판단하지 못 해. 가져다 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니까 그 이상은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지. 게다가 굽지도 않으면서 가져다 주는 사람은 그만큼 여유로우니까 즐거운 대화로 그 장소의 분위기를 띄우기까지 하지. 하지만 더욱 부지런한 사람은 저쪽에 있어. 가장 눈에 안 띄는 인종. (재료를) 자르는 사람이지.'

일본 TBS 드라마 '너는 펫'(2003)에 나오는 대사다. 긴 대사지만 요약하면 간단하다. 세상엔 일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생색나는 일만 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배우 유인영(32)은 후자에 가깝다. 그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고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어필할 줄도 모른다.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그것으로 상대가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길 바란다.
 

배우 유인영[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004년 데뷔한 유인영의 필모그래피에는 31여 편의 작품이 있다. 그 가운데 드라마가 20편, 영화가 11편 있다. 적어도 1년에 두 작품 이상에 출연했다는 뜻이다. CF와 뮤직비디오 등을 제외한 기록이니 그가 얼마나 소처럼 일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억울할 정도로 대중이 그에게 갖는 이미지는 한정적이다. 재벌가 2세, 혹은 아내. 신경질적이고 악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여자다. 몸에 밀착되는 화려한 원피스에 뾰족하고 높은 하이힐, 빈틈 없는 화장이 유인영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밋밋한 단화에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 마 소재의 품이 넉넉한 상하의를 입고 인터뷰 장소로 들어선 그를 보고 잠시 당황해 머뭇거렸던 건 아마 이런 선입관 때문이었으리라. '유인영이 왜 저러고 다니는 거지?'

그래서 유인영은 더 조심스러워 했다. 어떤 질문에도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생각했고 단어를 골랐다. 웃음을 헤프게 흘리지도 칭찬에 쉽게 들뜨지도 않았다. 최근 종영한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 속 윤마리 역시 이렇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여러 차례 "착한 마리가 악녀 이미지를 가진 유인영을 만나 못되게 보일까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마리가 선재(김강우 분)를 품는 엔딩이) 마음에 들었어요. 만약 열린 결말이었거나 마리가 선재를 버렸다면 많이 슬펐을 것 같아요. 마리가 선재를 기다리고 포옹해 주는 결말이 연기자 유인영에겐 무척 행복한 맺음이었어요. (마리가) 나쁘게 보이지 않았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랐거든요."
 

배우 유인영[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쯤되면 억울할 법도 했다. 화면 뒤 유인영은 이토록 신중하고 조심스러운데 화면 속에선 직설적이고 파괴적인 인물로만 비쳐지는 것이. 하지만 오히려 당사자는 편한 얼굴이었다. "전에는 '왜 한정적인 이미지만 들어올까' 억울해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억울해 한다고 달라지는 거 없잖나. 나이가 있다 보니 좋은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쓰러운 답이지만 어쩔 수 없다. 묵묵히 자신을 다잡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도록, 인간 유인영은 그렇게 설계돼 있으니까. '저 이렇게 연기를 좋아해요', '저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할 줄 모르는 유인영이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는 유일한 방법은 그렇게 연기를 꾸준히 하는 것뿐이었다.

인터뷰 말미 알게 된 사실인데 유인영은 하이힐을 잘 못 신는다. 어릴 때 모델 활동을 하면서 작은 신을 많이 신은 탓에 발 모양이 변한 게 이유다. 그는 "구두를 신으면 뒤꿈치가 계속 까져서 촬영할 때 외에는 구두를 거의 신지 않는다"고 했다.

데뷔 13년차 배우 유인영을 이제야 좀 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는 "생색을 못 내 억울한 일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신 오래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대답했다. 살갑고 눈에 띄게 하지는 못 하지만 작품과 사람을 늘 진심으로 대하는 배우. 그의 주변에 오랜 인연이 많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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