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지멘스와 KT만 배불리는 산업부 스마트공장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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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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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반월·시화 산단지역에서 주형환 장관및 민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공장 거점 클러스터 선포식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아주경제 한준호·송종호 기자 = 정부가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 중인 안산시의 반월·시화산단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이 독일 지멘스와 KT만을 위한 돈잔치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반월·시화산단을 스마트공장 거점 클러스터로 육성해 중소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산업현장의 모델하우스'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핵심사업인 '데모 스마트공장'의 참가 기업으로 지멘스를 선정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독일판 '스마트공장' 만들려는 정부  
지멘스는 사물인터넷(IoT)과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이 집약된 스마트공장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자로 선정돼 자사 장비를 들여와 한국에서 스마트공장을 구축한다. 지멘스는 스마트공장의 핵심인 IoT와 CPS 분야에 강하고, 각각의 설비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인간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가장 뛰어난 업체다. 일종의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이 기술이 융합된 개념이다.

그러나 지멘스의 스마트공장은 자사 장비로만 호환이 가능해 타사 장비를 들여올 수 없으며, 무엇보다 장비 가격이 국산보다 2배정도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데모 스마트공장' 사업에 총 1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지멘스가 어떤 장비를 들여오느냐에 따라 투자규모는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멘스와 함께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연구개발(R&D) 부문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반월·시화산단의 '독일색'은 더욱 짙어진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도 스마트공장을 잘하는 업체들이 많고, ETRI(전자통신연구원)와 같은 우수한 연구소가 있는데, 굳이 독일 업체와 연구소가 스마트공장에 단독으로 참여 해야는지 의문"이라며 "우리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스마트공장을 안방에서 독일이 장악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관계자는 "지멘스의 장비들은 비싸고, 자사 전용 장비만 고집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지멘스 장비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KT, 반월·시화산단 입주 2만개 업체 클라우드 독점
입주기업이 2만개에 달하는 국내 최대 산업단지의 통신 인프라 구축은 KT가 단독으로 선정됐다. KT는 반월·시화산단 입주기업의 전용 유·무선 통신망을 설치해 스마트공장과 연계하고, 빅데이터 센터 구축에 총 449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빅데이터센터와 통신인프라 구축은 사실상 큰 연관이 없는 사업이지만, KT는 입주 2만개 업체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로 끌어 모으려는 구상을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KT가 당장은 비용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반월·시화 산단에 전용 통신망을 깔아 회선 사업이 가능하고, 스마트공장에 필요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독점할 수 있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노린 셈이다.

하지만 이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산업부가 KT에만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주면서 정부의 특정업체 밀어주기 논란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이런 내용의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사실도 몰랐다는 반응이다. 미래 먹거리로 IoT 부문에 집중적으로 역량을 모으는 상황에서 KT에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계약법에서 정부의 수의계약 범위를 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정도 규모의 사업에서 수의계약으로 단독입찰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KT를 단독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KT가 산업단지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정부와 함께 작업을 해왔고, KT가 IoT사업이 통신시장의 큰 축이 될 것이라 판단해 손발을 맞췄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반월·시화산단의 스마트공장은 독일 장비와 KT의 통신망, 클라우드만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지멘스와 KT만 돈을 버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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